행복한 미아
2418 김유진
사촌오빠가 결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험 때문에 바쁜 둘째 언니를 제외한 우리 네 가족이 서울에 올라갔다. 항상 친근하기만 했던 오빠가 결혼을 하니 뭔가 신기했다. 오빠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축하하고 언니와 나는 롯데월드를 가기위해 계획 없이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서울에 수학여행이니 뭐니 해서 몇 번 와봤는데 이렇게 단둘이 돌아다닌 것은 처음이었다. 언니도 서울 지리를 잘 모르지만 함께 힘을 합쳐 지하철을 찾았다. 지하철 내에서도 길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분명 표지판은 한글로 써 있고 우리는 한글을 읽을 수 있는데 어디가 어딘지 몰라 길을 헤맸다. 사람들한테 질문을 해 겨우 지하철을 타고 롯데월드에 도착했다.
나는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편인데 우리 언니는 전혀 탈줄 몰랐다. 그런 언니를 맞춰주는 나는 8살차이 막내 동생이었다. 어린아이들이 타는 시시한 놀이기구였지만 언니와 함께 라서 즐거웠다. 저녁밥도 그렇게 맛있진 않았지만 즐거워서 괜찮았다. 더 놀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잘 곳을 찾아 떠났다.
당연히 롯데월드 근처에 찜질방이 널려있을거라고, 서울이니까 그럴 거라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많은 시간동안 걸어 다니며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아저씨께서,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조금만 걸으면 찜질방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 정도는 더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걸어도 나오지 않아 결국 지나가는 행인한테 물었다. 처음에 물은 행인은 우리와 똑같이 찜질방을 찾고 있는 여행자여서 답을 얻지 못한 채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 두 번째 행인은 20대 후반 청년이었는데 정말 친절하게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들은 기억으로 걸어갔지만 갈림길이 나와 길가는 아주머니께 또 여쭈었다. 그렇게 우리는 힘들게 찜질방을 찾아 헤맸던 것이다. 하루 종일 뛰고 걸으며 기력을 소진해서인지 너무 힘들었다. 발도 부은 것 같고 씻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른 사람과 갔다면 서로 짜증내고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 언니와 나는 웃으며 꾹 참고 걸어갔다. 계속 골목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찜질방에 도착했다. 찜질방인데 씻고 바로 자자니 너무 아까웠지만 다음날 제2의 여행을 위해 잠을 잤다.
우리의 제2의 여행지는 젊은이의 거리 홍대였다. 홍대는 밤이 더 뜨겁지만 낮도 괜찮다 믿고 그렇게 출발했다. 지하철을 타고 ‘홍대입구역’이라는 이름으로 가서 나는 당연히 도착하면 바로 홍대 입구 일 줄 알았다. 지하철에서 이리 나갔다 저리 나갔다하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나가는 길을 찾아 나갔더니 큰 도로였다. 사람들한테 질문을 하며 홍대 가는 길을 찾았다. 그 길로 가는 동안 우리는 바보 같았다. 바로 직진해서 갈 수 있는 길을 놔두고 빙 돌아서 홍대입구를 향해 걸어갔던 것이다. 바보 같다며 서로 웃고 또 다시 사람들이 많은 홍대거리를 찾아 떠났다. 계속 걸어 어떤 골목길 같은 곳을 갔다. 나는 그곳이 홍대 입구인줄 알았다. 하지만 홍대 입구가 아닌 단순한 골목길이었다. 단지 그곳에서 초상화도 그려주고 아이스크림도 팔고 하는 것뿐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어야하는데 서울 홍대까지 와서 아무렇게나 밥을 먹기 싫어서 맛집을 찾았다. 하지만 현재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우리는 막 돌아다니다 지쳐 카레 집에 들어갔다. 내가 생각하는 3분 카레 느낌이아니라 빵을 카레에 찍어먹고 카레우동을 먹고 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도 좋고 시원해서 괜찮았다. 밥을 다 먹은 뒤 홍대 거리 근처에서 구경도 하고 신나게 놀았다. 매우 피곤한 상태로 집에 갔는데 너무 만족스러웠다.
여행을 하면서 생각한 것은 ‘아 이런 게 진정한 여행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전주, 진주, 서울, 부산 등 많은 곳을 가봤지만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지는 않았었다. 정말 많은 고생을 하고 직접 발로 찾아 잘 곳, 먹을 곳을 찾으니 행복했다. 롯데월드 옆에 있는 롯데마트에서마저 길을 잃었지만 황당하고 즐거웠다. 다시는 서울에서 길거리 투어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내가 평생 서울에서 걸어 다닐 것을 한 번에 걸어 다닌 기분이었으므로. 홍대거리에 놀러가기로 생각 한 것도 전날 밤 찜질방에서 갈 곳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이렇게 즉흥적인 여행도 때론 필요한 것 같다. 다음번에는 언니랑 부산에서 또 이렇게 고생여행을 하고 싶다. 길을 잃은 미아가 되도 좋다. 결국에는 행복할거니까!
행복한 미아.hwp
첫댓글 와...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따라해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