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어와 큰가시고기
김 덕 일
요즈음 겨울철 들어 TV시청 시간이 많아졌다. 늙어
지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가진 것이 시간뿐이기에 낭비 하려는 방편
일까? 좌우간 TV시청 하다 보면 하루가 번개처럼
스쳐간다. 연속극은 작가 놀음에 혼을 빼앗기기에
눈과 귀를 막는다. 성인가요 듣기가 무난하지만
그보다 동물세계를 더 좋아한다. 신비로운
생활에서 삶의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우연히 망상어와 큰가시고기에 대하여 시청하였다.
그들의 새끼 번식과 양육. 그리고 희생 모습을 보면
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셨다.
망상어는 경골어류 농어목 망상어 과의 바다고기다.
일반적으로 물고기들은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들
이 정액을 뿌려 체외수정 한다.
하지만, 망상어는 독특하다.
가을에 성숙된 정액이 겨울에 암컷의 난소에
들어가게 된다.
잉태된 새끼는 5개월 후 어미 뱃속에서 나온다.
30여 년 전 섬 중학교 근무 때 낚시 생각이 떠오른다.
어느 일요일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나갔다. 감성돔과
흡사한데 등에 흑갈색 선이 두 개 있고 배가 볼록
하였다. 돔의 일종이러니 하고 신바람 나게 고기를
낚았다. 집에 와서 배를 가르니 새끼들이 팔딱거
리며 뛰어 나왔다. 칼을 내동댕이치며 기겁을
했다. 모든 물고기는 체외수정인데? 바다오
염에 변종된 감성돔일까? 지구변화의 신
종물고기 출현일까? 황급히 물고기를
바다에 갔다 살려줬다. 돌아오다가
이웃집 아저씨한테 자초지종을 여쭈었다.
그분은 너털웃음을 웃더니 망상어라고 했다.
어미 망상어는 새끼를 낳은 후에 죽는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고기나 문어의 먹이가 된다는 것이다.
큰가시고기는 경골어류 큰가시나무목, 큰가시나무과
로서 물이 찬 강물이나 연못에 산다. 고기길이는 6
cm쯤 되는 작은 편이다. 등과 배에 가시가 있다.
수컷이 봄에 직경 4~5cm쯤 되는 집을 짓는다.
그 건축 방법을 보니 기가 막혔다.
우둔한 내 머리로는 생각지도 못할
경이로움이었다.
입으로 작은 나뭇가지들을
물어다가 집 틀을 짠다. 그 위에 수초를
물어와 덮는다. 아무렇게나 놓는 것이 아니다.
수초부분을 모래에 묻으면서 이엉을 엮는다. 마지막
으로 집이 물에 떠내려가지 않게 점액을 뿜어내 나
뭇가지에 고정시킨다. 둥지 속 작은 돌덩이들을 입
으로 물어 밖에 버린다. 깨끗한 신방을 차려 놓고
신부를 기다린다. 쉴 짬 없이 움직이는 큰가시고기의
집짓기 모습 화면을 지켜보는 자신이 민망스러워졌다.
내가 사는 집 실내외 청소도 잘 못하고 사니 말이다.
보금자리에 암컷을 데려 와서 알을 낳게 하고 수정시
킨다. 그런 일을 몇 차례 반복을 한다. 수컷은 둥지
속을 향해 부채질을 하면서 다른 고기가 침범하지 못
하게 보호를 한다. 일주일 후에는 알집을 밖으로 꺼
내서 새물에 담갔다가 다시 둥지에 넣는다. 수온조절
의 지혜로움이란다. 15일이 지나서야 알에서 새끼들이
부화한다. 곧바로 헤엄을 치는데 둥지 밖으로 나가면
즉시 물어온다. 하루가 지나서 완전해지면 수컷은
운명을 다한다. 새끼들이 아비 시신을
뜯어 먹는다. 일부분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뭍에서도 새끼를
번식 시킨 후 죽는 것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거미다. 알집에서 부화된
새끼거미는 죽은 어미를 뜯어 먹으며 성장한다.
종족번식을 위한 희생적인 미물들의 암컷과 수컷들.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는 사람인 내 얼굴이 화끈거
린다. 언제인가 키우고 가르치며 시집 장가보내느
라고 손발이 닳고 검은머리가 흰머리가 되었다고
자식들에게 푸념을 한 적이 있다. 자식들은 내 손
을 꼭 쥐어주면서 효도 하겠노라고 다짐 하였다.
그들이 망상어나 큰 가시고기의 부모 희생을
안다면 속으로 이 아비를 얼마나 냉소했겠는가?
이젠 자식들에게 웃음에 소리도 하지 않으리라.
그들 생활에 더욱 애정을 가질 것이다.
요즘 아기를 낳아 양육을 포기하고
영아원이나 고아원으로 보내는
엄마 아빠가 있다.
망상어나 큰가시고기, 그리고 거미가 보면
무엇이라고 꾸짖을까?
첫댓글 선생님의 작품을 보니 직접 만나본것 처럼 반갑습니다. 까페에서도 선생님의 작품을 볼수 있을까 은근히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드디어 선생님께서 작품을 올리셨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에 월척을 낚았다고 랄랄라라 콧노래를 부르고 집에 와서 망상어의 배를 갈랐을 때 새끼망상어들이 들어 있었을때 놀라고 황당하하던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망상어나 가시물고기들을 생각하다 몇십년전에 돌아가신 부모님들 생각도 나고요. 선생님 좋은 글 여러가지로 우리들이 교훈이 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