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 (수요일) 오후 3 ~ 5시에, 태겸님과 따님,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났습니다.
제가 58살, 태겸님은 56살... 제게는 친구와 얘기나누는 듯한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태겸님 따님은 고3인데, 올해 3월부터 항정신병 약물복용을 시작했고, 얼마 전에 수능을 봤는데, 원하는만큼 성적이 안 나와서, 올해 대학을 입학하고 반수를 하겠답니다. 제가 반수가 뭐냐고 물었더니, 대학 다니면서 재수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좋은 대학 가고 싶은 마음에 잠을 하루 3시간만 자면서 공부하겠다고 해서, 아빠도 저도 말렸습니다. 제가 하는 이런저런 얘기에 대체로 수긍하는 듯했는데, "잠은 적어도 하루 7 ~8시간은 자야 한다. 이 병에는 잠을 푹 자는 게 중요하다. 잠을 적게 자면 뇌가 탈이 난다.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더니, 그 말은 영 마땅치 않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2시간 동안 제 얘기를 귀담아 잘 들어주었고, 자기표현도 잘 해서 좋았습니다. 궁금한 게 없냐는 제 질문에 "병이 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어서, 제가 생각나는 대로 6 ~7가지를 말해 주었는데, 열심히 메모하면서 들었습니다. 제 설명의 요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약을 최소용량으로 꾸준히 먹어야 합니다.
2. 일이나 공부를 해야 합니다.
3.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즉 늘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4.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괜찮다 싶은 사람은 가급적 자주 만나야 합니다.
5. 운동을 해야 합니다. 특히 산책을 자주 하는게 좋습니다.
6. 잠을 푹 자야 합니다. 그 나이에는 하루에 적어도 7 ~8시간 정도는 자야 합니다.
이렇게 6가지를 이야기 했는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였는지 정확히 기억에 안 나네요. 그리고 이런 말도 강조했습니다. "욕심을 줄여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을 살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돈이 되든 안되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좋습니다. 성공하려고 하지 말고, 행복하게 사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좋은 대학 가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그 나이에 그게 커보여서 그렇지, 나중에 지나고 나면 좋은 대학 나오나, 조금 덜 좋은 대학 나오나, 큰 차이 없다."는 말도 강조했습니다.
태겸님께서는 "가족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씀을 하셨고,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태겸님께서는 모임 후기를 예비모임 안내 게시글 밑에 댓글로 남겨주셨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촛불님과 저와 저의 고3딸이 케페베네에서 모였습니다.
촛불님의 최근 근황, 저의 시행착오의 삶, 환청으로 시달리는 점을 제외하면 상당히 양호한 딸의 조현병에 대해(유즙 분비로 아빌리파이 약을 복용하지만 환청이 더 심해짐, 유즙은 성모병원 유방외과 약과 연고를 바르고 거의 낳음), 제 삶의 시행착오에 대한 얘기 등이 있었으며, 저의 딸을 조현병에 이르게 점들에 대한 촛불님의 금쪽같은 조언에 감사드리며, 딸아이는 노트폰에 하나하나 번호를 매겨가며 메모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멀리 대전까지 와주신 촛불님 감사드립니다. 대전의 다른 환우도 다음달에 합류하기를 기대합니다.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셔요."
약속 장소를 찾기 위해 먼저 "둔산 선사유적지" 옆의 "이수락분식점 월평점"을 네비로 찍어서 찾아갔습니다. (이수락분식점이 워낙 유명하답니다. "분식점 하나를 해도 이렇게 유명해질 수 있다니...", "뭐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바로 옆의 스타벅스가 원래의 약속 장소였는데, 제 느낌으로는 조금 시끄러운 듯하여, 약속 장소를 바꿔서 맞은 편에 있는 "카페베네"에서 만났습니다. 한 쪽 편에는 책 읽는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어서... 아무튼 분위기 좋은 카페였습니다. 사진을 찍어둬야지 생각은 했는데... 깜빡... 잊어버려서... 다음지도를 검색하여 "로드뷰" 장면을 캡처했습니다.
위 사진에서 왼쪽으로 이수락분식점, 스타벅스, 그리고 오른쪽으로 카페베네가 보이시죠?
아까와는 반대방향의 로드뷰입니다. 왼쪽으로 카페베네가 보이시죠? 그리고 대각선 방향으로 공원처럼 보이는 곳이 "둔산 선사유적지"입니다. 그냥 공원처럼 보이는데, 굉장히 유명한 곳인가 봐요. 네비로 "선사유적지" 치니까 서울의 둔촌(?), 그리고 대전의 둔산, 이렇게 네비에 뜨더군요. 시간이 바빠서 들려보지는 못했어요. 다음에는 좀 더 여유있게 가서, "둔산 선사유적지"를 한 번 둘러봐야겠어요.
다음 달부터 매달 첫 번째 수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곳 카페베네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날짜는 1월 6일이네요. 3시에 만나서 5시에 헤어지려니까 얘기를 충분히 못나눈 느낌이어서, 1시간 당겨서 2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제 느낌으로는 태겸님 따님도 오늘 모임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 달 모임에도 참석하겠다고 하네요. 방학하면 제가 있는 "꽃동네치료공동체"에 한 번 놀러오라고 했더니 그러겠다네요. 저는 오래된 친구와 그 딸을 만나고 온 듯한 느낌이어서 참 좋습니다. 다음 달 모임이 기대됩니다.
최근에 카페에 가입한 [정일]님이 대전에 사시는데, 요즈음 낮밤이 바뀌어서 오늘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음 달 모임에는 어쩌면 참석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참고로 정일님은 당사자이며, 32세 남성분입니다.
지역방 모임이 처음부터 인원이 많아서 시작하면 그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겠지만, 이렇듯 조촐하게 시작하는 것도 참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서로 간에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금방 친해질 것 같고, 이렇게 다져가면서 모임을 가꿔나가면 화기애애하고 친밀한 모임으로 발전해갈 듯 싶습니다. 야호~
첫댓글 촛불님!
애쓰시는 모습 감동입니다.
저도 소박하게 사는 것이
제 마음그릇에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서로 돕고
내 자신을 속이지 말고
진실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우와~ 너무 멋진 댓글이에요. 감사~ 감사~
누구나 자신의 그릇이 있지요..
딱 그 그릇 만큼만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두들 넘 넘쳐 탈인거죠...?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객관적으로 볼수 있다면 아무런 걱정없이 행복할거라 생각되네요.......
상대방이 본인에게 못난행동을 보이면 아~그래, 저사람은 그릇이 그것밖에 않되니까...
모든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행동하세요... 그런다면 자신의 그릇은 점점 더 커질거예요....
촛불님!! 수고 많으십니다... 제가 완전 게시글을 만들어 버렸네요....향기 ㅇㄲ
댓글 너무나 정성스럽게 달아주셨네요. 감사해요.~
@촛불 조은밤 되세요~~^^&
촛불님의 전반적 글을 읽으니 당시 상황이 다시 회상되며 특히 핵심 요지를 다시 볼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쁨(쁩?)니다. 딸애에게도 잠시 후에 이글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은이님 향기님 소박하게 제 마음그릇 딱 그 그릇만큼만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공감이 됩니다. 여기까지 쓰다가 딸애를 불러 이글을 다 읽게 하고 딸애 동의를 받고 노트폰에 저장한 것을 공유 차원에서 아래에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병을 낫기위한 방법
1. 약을 최소용량으로 먹기
2, 일 또는공부하기
3. 사람들을 만나기(괜찮고 좋은사람들 만나기)
4. 자기마음을 잘 다스리기편-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로
5. 운동하기(특히 산책)
6. 잠을 줄이지 말기(최소 7시간 또는
8시간)
7. 경쟁적인 회사보다는 가족적이고 분위기 좋은 직장에서 일하기
위 내용이 딸애가 노트폰에 메모한 것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7.번 내용을 옮기면서 촛불님이 당시 강조한 좋은 상사를 만나야 한다는 점도 생각이 납니다.
1번 약뵥용외의 다른 사항들이 저에게도 해당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모두 실천해야될 사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촛불님 시간 내주시고 글 올려주시어 감사드립니다^^
@태겸 태겸님! 상세한 댓글 감사합니다. 따님께도 메모 옮겨줘서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제가 7번이 기억이 안 나서 게시글에서 빠트렸었네요. 환기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모임에 오셨나요?
태겸님 참 잘하셨네요.예쁜 따님도 좋아지실거예요 촛불님의 아무댓가 바라지않으시고 어디든 환우들있는곳이라면 가시니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우와~ 장을수님 반갑습니다.
@촛불 네이버에서 환우 상담도 가끔 하고 있는데 문의전화가 적지 않습니다. 촛불 교수님과 통화하고 싶은데 연락처가...
@촛불 제 연락처는 010-4084-6365 입니다.
@촛불 검색해서 먼저 전화 드렸지요. ^^ 감사합니다.
1월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