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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길의 끝, 비득재에서‘눈 꽃 빙수’로 뒤풀이 하다 (6구간)
1. 일자: 2016. 6. 18 (토)
2. 봉우리: 고모산(380m)
3. 행로/시간
[(덕고개) -> 변강쇠등심해장국(07:43) -> (골프장/보문정사) -> 천보산 삼거리(08:25~33) -> 전망바위(09:07) -> 백석이고개(09:17) -> 천보산 3보루(09:27~32) -> (알바) -> 축석령(10:00) -> 귀락터널 앞(10:17) -> (군부대) -> 다름고개/농원밥집(10:53) -> (군부대) -> 중식(11:20~40) -> (공원묘지) -> 도로(12:24) -> 노고산/고모산(12:54~13:00) -> 비득재(13:12)]
4. 동행: 윤고문님, 송암님, 산거북님, 해운님, 다리님, 명동
< 한북정맥 6구간 산행을 준비하여 >
당초 계획은 비득재까지의 여유 있는 산행이었다. 산행 일주일 전 토요일, 날머리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의외로 귀로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하고는 생각이 바뀐다. 버스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 정맥을 걷는 시간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겠다. 편한 산행도 좋지만,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는 마음에 이런저런 궁리 끝에 당초보다 등로를 연장하기로 한다. 밴드에 계획을 전하며,‘초반 등로가 단조롭고 평이하여 날머리를 당초 비득재에서 죽엽산 지나 큰넓고개까지로 연장하며, 장마와 무더위 전 조금 더 가두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올린다. 다만‘가다가 정 힘들면 그때 줄여가면 된다.’는 대안도 마련해 둔다. (결국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날머리는 당초대로 비득재가 되었다.)
지도를 살피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다. 양주역을 7시 30분에 출발하여 버스나 택시 편으로 들머리 덕고개에 도착하면 8시 무렵일 게다. 지난 산행이 덕고개 부근에서 마무리되었고, 주변에 건물이 많아 오라동고개와 이후 천보암으로 향하는 길 찾기가 오늘 정맥 길 최고 난제일 듯 하다. 또 고민에 빠진다. 덕고개~레이크우드CC까지는 택지 개발로 정맥 길이 끊겨 있어, 무리해 길을 찾아 가는 게 의미 없어 보인다. 당일 상황 봐서 양주역에서 약 5km 택시를 타고 천보암 산길 부근까지 이동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겠다. 이 경우 산행시간을 1시간 이상 줄일 수 있다. 노고산 지나 비득재까지 4시간, 이후 죽엽산 구간 3시간, 총 산행시간은 7시간 30분을 예상한다.
산행을 준비하며 주요 이정과 길 사정을 가늠해 보는 것보다 들/날머리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은 건 이례적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산행인 만큼 이동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사전 조사가 현장에서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산다운 산은 죽엽산이다. 굴곡이
별로 없는 육산이지만 울창한 수림 속의 고요한 산이다. 언뜻 보기엔 밋밋하고 신통치 않게 보이지만 죽엽의
특징은 울창한 수림에 있다 한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아야겠다.
날머리 우금삼거리에서
의정부역으로 돌아오는 거리는 약 23km로 버스 탑승 시간만 1시간
이상이 예상된다. 휴, 멀다.^^
< 희망사항 >
도로, 골프장, 마을 뒷길, 산길이 복잡하게 얽힌 지도를 들여다보며 등로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들/날머리 로의/에서의 차량 이동까지 고려해야 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넘치는 고려사항과 정보로 뇌에 과부하가 생긴다. 그간의 경험은 이럴 땐 잠시 여유를 가지는 게 상책임을 알려온다. 단번에 혼자, 그것도 가기도 전에 모든 걸 해결하려 들면 지쳐버린다. 산이나 길과 싸우려 들면 안 된다. 일단 마음의 여유를 갖자.
길은 도로와 다르다. 도로는 차를 타고 빨리 달리는 게 목적이지만, 길은 길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길은 민들레와 코스모스를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나란히 걷는 동반의 공간이기도 하다. 일터이기도 하고, 자기 발견의 계기이기도 하고,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는 현장이기도 하다. 길을 걸으며 길에게 길을 물으며 여유를 가져 보아야겠다.
(여기까지는 산행준비 과정을 기록한 것이며, 실제 산행은 이와는 많이 달랐다.)
< 양주 가는 길에 >
금요일 저녁까지 확정된 참석자는 4명, 단출한 산행이 되겠구나 하며 토요일 이른 아침 전철에 오른다. 음악을 들으며 잠시 눈에 붙이다 깨어 보니 문자가 와 있다. 산거북님이 오고 있단다. 길 찾기가 은근히 부담되었는데, 마음이 푸근해진다. 양주역에서 해운님을 만나 플랫폼을 내려와 개찰구에 들어서려는데 윤고문님의 모습이 보인다. 또 기분이 업된다. 함께 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일행이 여섯이 된다. 해운님이 사준 커피 한 사발씩을 마시고 택시에 오른다. 수정 계획대로 들머리를 덕고개가 아닌 골프장 옆 도로변으로 잡는다. 다행히 택시 기사가 내가 제시한 ‘변강쇠등심해장국’앞에 차를 세워 준다. 계획이 맞아 들어간다. 일단 다행이다. 출발은 좋다.
<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축석령 >
7:43 한북 6구간의 힘찬 걸음이 시작된다. 도로를 따라 조금 걷다가 채소밭을 지나 야산으로 올라 붙는다. 뿌연 하늘 아래 갑자기 녹색 융단이 깔린다. 골프장이다. 연한 녹색의 잔디와 짙은 녹색의 소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멋지다. 그 뒤로 더 짙어 검게 느껴지는 산이 보인다. 골프장 펜스를 따라 걷는데 등로가 이내 끊긴다. 안되겠다 싶어 무리하여 길을 찾지 않고 들머리로 돌아온다. 골프장과 보문정사 절구경만 한 꼴이다. 아까운 시간 15분이 허무하게 지나갔다. 아침 8시 어름이지만 햇살이 만만치 않다. 미세먼지가 자욱한 하늘…. ‘계획이 맞아 떨어지긴… 개털’. 산거북님이 찾은 길을 따라 다시 골프장 펜스 옆으로 난 희미한 등로를 따라 오른다. 다행히 가야 할 능선이 공지선을 그리며 길게 이어지는 게 보인다.
< 레이크우드 골프장 전경 / 모닝 글로리 >
골프장 펜스를 따라 아침 이슬을 머금은 싱그러운 꽃들이 지천이다. 나팔꽃은 꽃말답게 아침이슬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며, 양귀비꽃은 요염했다. 까치수영도 보이고 개망초는 지천이다. 키가 사람 허리 높이까지 큰 모습이 특이했다. 수세미 모양의 노란 구조물이 멋진 버섯도 본다. 지저분한 길에 그래도 꽃들이 있어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 길 떠나는 이들 / 야생화가 있는 풍경 >
거칠고 난잡한 비탈을 치고 오른다.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언제부턴가 예전보다 물도 덜 먹히고 땀도 덜 난다고 여겼는데, 아침 8시가 막 지난 시간 30여분 걸음에 땀범벅 녹초가 된다. 고도 200미터 높이의 능선에 오르는데도 이리 힘드니 초반 산행을 널널하게 여긴 건 분명 오판이다. 잠시 후 휴식시간에 들은 얘기에 의하면 땀이 덜 난다는 건 그만큼 신체의 대체가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란다. 내가 땀이 덜 나는 건 산행실력이 는 게 아니고 몸이 골아서라니….
능선 안부 전 개활지에 올라선다. 양주에서 포천으로 이어지는 새로 난 도로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고 우측으로는 지나온 골프장이 선명하다. 조금 더 힘을 내 오르니 천보산에서 이어지는 선명한 등로가 나타난다. 벤치까지 있다. 바로 옆 길인데 대접이 이리 다르나 싶다. 천대받는 정맥, 대접받는 둘레길.
우여 골절 끝에 골프장 우회 길을 무사히 올라왔다. 훈장으로 골프장 하나를 주웠다. 천보산 갈림 삼거리에서 잠시 쉬어 간다. 다리님이 준비한 달고 시원한 수박 맛이 일품이다. ‘남정네 곯은 건 참아도, 과일 맛 없는 건 못 참는다.’지론의 산물이니 어련하겠나 싶다. 시원한 과즙과 함께한 10여분의 휴식에 힘을 얻는다. 산악 자전거를 탄 사내가 지나간다. 누군 작은 배낭 메고도 이리 힘든데 자전거를 끌고 올라왔을 생각을 하니 분발해야겠다. 산악자전거를 보니 팔팔님 생각이 났다. 잘 계시나?
등로가 ‘꽃 길’수준으로 변한다. 높낮이도 거의 없는 오솔길이다. 때마침 부는 시원한 바람에 걸음이 저절로 가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길이 이러하리란 근거 없는 기대마저 해 본다. 전망바위에 올라선다. 육산에 어울리지 않는 지형이다. 평탄한 길에 우뚝 솟아 사방이 확 트인 전망이 그만이다. 바위에 선 일행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늘진 얼굴이 흠이지만 표정만은 살아있다.
< 능선에서 바라 본 풍경 / 전망바위에서 >
백석이 고개를 지난다. 비탈로 이어지는 길 10여분을 오르니 천보산 3망루라는 곳과 헬기장이 연이어 나타난다. 이제 축석령은 그리 멀지 않다. 잠시 전 지나갔던 MTB사내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빠르다. 이어지는 길도 걷기에 그만이다. 산거북님과 윤고문님이 저만치 앞서 가고, 송암님은 중간, 후미에 여성동지들, 난 중간과 후미를 왔다 갔다 한다. 지도를 살핀다. 잠시 가다 우측으로 길을 틀면 축석령이겠다.
편안한 오솔길이 꽤 길다 하며 무의식 중에도 이상함을 느낄 즈음, 산거북님이 되돌아 온다. 길을 잘못 들었단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갈 땐 몰랐는데 돌아오려니 꽤 길다. 10여분 알바를 한 게다. 잠시 후 갈림을 발견하고 내려선다. 축석령은 그리 멀지 않았다. 교회 건물과 짬뽕 집이 보이고 이내 도로와 만난다. 예전 부근에서 군생활을 했던 송암님은 검문소를 기억해 낸다. 내게도 축석령은 군사와 관련된 이미지로 강하게 남아 있다.
10시가 막 지난다. 햇살이 따갑게 쏟아지는 도로, 신호등 앞에 선다.
< 축석령에서 비득재 >
길이 어수선하다. 신호등을 여러 번 건너 숲으로 올라 붙어 잠시 가다 다시 도로로 내려선다. 엥, 차라리 도로 따라 올걸. 터널 앞에서 도로를 무단횡단 한다. 선답자의 트랙을 따라 가다 보니, 그가 헤맨 길을 우리도 따라 돈다. 건물 사이로 등로를 이어가는데 위태위태하다. 남의 집 앞마당, 접시꽃도 보고 공사장을 우회해 또 숲에 접속한다. 잔뜩 긴장하며 걸으니 에너지 소모가 크다.
군부대 펜스를 옆에 두고 걷는다. 한참 생각해보니 정맥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건 군부대 때문이었다. 산꾼은 가능하면 길의 맥을 이어가려 하고, 부대는 막아서고, 잠시 돌아섰다 원래 길을 찾아가려 하다 보니 등로가 혼란스러운 건 당연하다. 지저분한 군부대 펜스를 치고 오른다. 엉성하게 막아놓은 녹슨 철조망을 보니, 이놈 저놈에게 줄줄 세는 우리 군의 군납비리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찹하다. 돈을 제대로 써 좋은 자재로 규정대로 세우고, 정기적으로 관리한다면 녹슬고, 나무로 얼기설기한 저런 모습은 아닐진대 말이다. 그나마 깨끗이 정돈 된 부대 막사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아간다. 어수선한 길이 정돈되는 듯 하더니 ‘밥집’ 간판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이내 도로로 떨어진다. 다름고개다. ‘농원밥집’ 간판을 보자 허기가 든다. 일순간 밥이나 먹고 갈까 하는 생각이 인다. 퍼질러 앉고 싶은 마음이다. 옆에는 정원이 근사한 피자집 간판도 보인다. 다시 도로를 건넌다. 난삽한 길을 찾아 오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해 그런지, 초반 덕고개에서 골프장까지 세이브한 시간을 다 까먹어 버린다. 11시가 가까워온다.
군부대 펜스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커다란 철책이다. 펜스 안쪽 군부대는 무척 넓다. 전차 격납고인지 저장소인지 도로를 따라 적당한 거리에 시설물들이 들어서 있다. 한참을 올라서 보니 마을도 있고 무덤도 보인다. 쏟아지는 햇살이 점점 부담스럽다. 고문님이 제시한 무박산행이 영 엉뚱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작은 언덕에 자리를 편다. 바람이 산들 불어온다. 준비한 음식이 상에 오른다. 깁밥, 커피, 다리님의 머리고기 그리고 즉석 커피까지. 젓가락만 달랑 들고 호강을 한다. 고문님과 다리님의 유쾌한 농이 오고 가다가, 화제가 '삐포삐포 사건’으로 번진다.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덕분에 포식을 하고도 소화걱정이 안 된다.
무장을 한 초병과 인사하고 여전히 계속되는 철조망 옆 길을 나아간다. 도대체 무슨 부대이길래 규모가 이리 큰 줄 모르겠다. 언덕에 올라선다. 이번에는 널찍한 공원묘지가 나타난다. 이제 군부대와는 이별이다. 확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여전히 산거북님과 고문님은 무슨 얘기가 그리 많은지 대화를 나누며 앞서간다. 사람은 역시 자주 만나야 허물 없어지나 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남자 넷, 여자 둘이 여름 뙤약볕 아래를 짐을 메고 두런두런 걷고 있다. 위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 보는 이가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뭘 잘못해서 이 더위에 벌을 서고 있나’ 하지 않을까 싶다.
시야가 트이니 다리가 덜 고달프다.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그런대로 편안한 길을 담소하며 걷는다. 해운님과 다리님은 길가 산딸기를 따 먹느라 여념이 없다. 이럴 때 보면 길 가기에 바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여유가 있다.
도로에 내려선다. 지도상으론 작은 임도라 여겼는데 차가 다니는 포장도로다. 햇살이 싫어 얼른 숲으로 올라선다. 고도는 200미터 어름이다. 노고산이라고도 불리는 고모산이 올려다 보인다. ‘기껏해야 비고 150미터’하며 오르는데 웬 걸 무척 힘겹다. 높지 않아도 ‘산’이라고 ‘값’을 한다. 꽤 길게 치고 올랐다. 시간은 1시가 가까워온다. 죽엽산을 넘어 날머리에 서면 4시가 넘겠다. 슬슬 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 군부대 옆 길을 걸으며 / 고모산에서 >
고모산에 도착한다. 예전 산성이 있었다는 표식이 있다. 그늘에 서서 쉬어간다. 이리 더워 죽엽산을 넘겠냐는 말이 나오는 순간 모두들 ‘죽엽은 다음에로’로 생각이 모아진다. 다음 구간을 끊어갈 걸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만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난다니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로’생각이 굳어진다. 날머리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갈무리해 둔 간식들이 쏟아진다. 혹시나 해 아껴 먹던 물을 벌컥 들이킨다. 다음 산행에는 얼음물 2리터는 준비해야겠다.
한결 가벼워진 배낭과 마음을 안고 비득재로 향한다. 내리막이 이어진다. 고압 철탑을 따라 높다란 산이 보인다. 죽엽이다. 떡허니 버텨 선 모습이 ‘넘사벽’ 수준이다. 600미터 초반 높이의 산이 저리 우람하고 커 보이는 건 그만큼 내 마음이 작아졌단 말이다.
비탈을 내려선다. 음식점 건물들이 여럿 보인다. 고문님이 빙수를 먹고 가잔다. 막걸리 한 사발이 생각났지만 시원한 빙수도 간절하다. 근사한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왠지 정맥 산꾼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낯설다. 막걸리를 버리고 카페에서 빙수를 먹는 우리 모습을 보면 바람님이 뭐라 하실지 궁금하다. 시원한 ‘눈 꽃 빙수’ 한 숟가락에 속이 다 서늘하다. 반대편 테이블에서 송암님과 고문님이 빙수를 맛나게 먹고 계시다. 사진을 찍는다. 다리님이 다시 농을 걸어온다. 또 한바탕 웃는다. 농을 너그럽게 받아주시는 어르신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많은 걸 경험하고 어울려 사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신 분들의 여유다. 빙수 값은 고문님이 선불로 냈다. 또 감사한다.
밴드에 낙동정맥을 간 유박사님 글이 올라온다. 더워서 무척 고생했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유박사님의 맛난 커피가 그리웠는데 말이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2시간 한 대씩 오는 마을버스를 기다린다. 행여나 놓칠세라 고문님은 길가에 나와 계시다. 길을 여기서 끊어 가는 게 잘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ㅋㅋ
< 카페애서의 눈꽃 빙수 뒤풀이 >
< 에필로그 >
‘초반 등로는 단조롭지도 평이하지도 않았고, 날머리는 도로 비득재였다. 지친 몸으로 올려다 본 죽엽산은 넘사벽이었고, 장마 걱정 이전에 무더위에 흠뻑 두드려 맞았다.’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사진을 보며 오늘 산행을 복기하며 드는 생각이다. ‘가다가 정 힘들면 그때 줄여가면 된다.’가 현실이 되어 버렸다. 지도와 머리로 그린 정맥에 대한 판단은 현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역시 머리로 만 한 공부는 실전에선 써 먹을 수 없다.
의정부에서 부천을 거쳐 평촌으로 연결되는 좌석버스 안, 다시 지도를 보고 다음 구간 탐구에 들어간다. 죽엽산을 넘지 못해 다음이 길어질까 조바심을 냈으나, 다음구간을 수원산 넘어 서파고개에서 끊으면 6시간 반 정도의 산행이 가능하다. 귀경 교통은 시외좌석버스를 이용하면 강변역까지 올 수 있다. 코스와 교통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생각에 여유를 조금만 가지면 길은 있는 법이다. 정맥이 일단 등로과 같을 수가 있겠는가? 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순응해야겠다.
주절주절 글이 길어졌다. 원래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산행 조금하고는 잡념들만 뇌까려 놓은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든다.
이름 있는 명산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다음 구간이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다. 준비 잘해 제대로 가자.!!
< 한북정맥 6구간 궤적 >
첫댓글 생각보다 더운 날씨로 땀을 많이 흘린 하루였네요..ㅎ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 . ^^
산거북님 덕분에 길 찾기 걱정없이 산행했습니다.
더워도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