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당한 천사에게>를 읽으면서 대체 김선우 시인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검색 만능주의 속에 사는 나는 곧바로 네이버에 접속해 김선우 시인을 찾아보았다. 가끔 뵙는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선생님, 소경애 선생님이 떠오르는 사진이 화면 속에 등장했다. 엄청 아름다우시더라. 사람이 유쾌해보였다. ‘이 사람 뭐지, 책 엄청 어렵다. 이건 완전 의식의 흐름인데?’ 이러던 나도 후에는 실소를 터뜨리며 이 유쾌한 책에 빠져들고 말 정도였으니. 내가 텍스트를 보며 ‘이 글을 종이에 휘갈겨진 채로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얼마 전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 돼지다, 신분제를 굳건하게 해야 한다.” 라는 망언이 떠올랐다. 선희 덕에 그와 관련된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을 보게 되었는데 ‘개와 늑대의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은 멀리서 다가오는 그림자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내가 기르던 개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살다 살다 별 말을 다 듣고 산다는 말이 이렇게도 적절할 수가 없다. 또 이화여대에서는 4일 째 언니들이 평화시위를 하고 있다. 트위터상에서 이화여대를 다니시는 아는 팬분이 말씀하신 상황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이 바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얼마 뒤면 올림픽 시즌이다. 금요일이었나? 4교시 지구과학 보충수업을 기다린다고 화학생물실? 생물화학실에서 종이 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곳에 계시던 조재준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셨다. “니네는 선수들이 상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 뭐지? 우리는 당황해서 그런 걸 왜 물어보냐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선수들이 상을 받으면 다 우리 세금으로 돈을 줘야한다고, 너네는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씀하셨고, 선희는 “상 받으면 좋죠~.”라고 답변했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날 밤이 되자 선생님이 갑자기 우리한테 왜 그런 물음을 던지신 건지 궁금해졌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 책에서 올림픽에 대해, 노벨상에 대해 나와 있는 부분을 읽으며 메달을 따는 건 그들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지. 그에 들어가는 돈이 사회에 더 나은 나눔이 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왜 모두는 올림픽에는 똘똘 뭉쳐 열광하고 사회적 문제에는 몇 가지 분류로 나뉘는 건지. 1차 민중총궐기 때 트위터에서 아는 사람이 참여한다는 걸 보고 응원의 메시지만 전달하고, 2차, 3차 다 집에서 보고만 있었다. 책들 속의 노동조합분들, 세월호 유가족분들. 꿈틀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나는 엄청 모르고 엄청 무지하고 엄청 관심이 없고 엄청 너무하다.
이제 조금 통통튀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선희랑 원래 봉사를 다니던 곳에서 평소에도 조금 문제가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제 그곳에 봉사를 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다가 희원이가 다니는 윤금요양원에 봉사를 가게 되었다. 일요일. 10시부터 11시까지 그곳에서는 예배시간이 있다. 나는 불교를 믿는 부모님 밑에 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무신론자에 가깝다. 그런데 진짜 찬양을 엄청 열심히 불렀다. 차마 아멘-은 하지 못했지만 내가 믿지 않는다고 안 부르는 것보다 참여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불렀다. 그 덕에 옆에 계신 할아버지랑 친해졌다. 그리고 예배시간 내내 오른쪽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왜 양말에 천원을 끼워놓으셨을까 되게 궁금했는데 끝나고 주섬주섬 꺼내서 헌금 내시는 걸 보고 감동받았다. 아 정말 중학교 때 센터에서 동아리시간마다 공연봉사하고, 또 행복드림봉사단에서 했던 푸드 그거 하면서 어르신분들이랑 게임하고 트로트 하고 예림이 엄청 울었던 거랑 그 때 진짜 행복했던 게 마구마구 오버랩되면서 찡했다.
요즘 일상에서 더운 것, 더워서 공부에 집중이 안 되는 것, 배고픈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 빼고 기분 좋은 일들이 많다. 이것도 잠시, 일지라도. 일학년 말 시험기간에 그만두고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던 일기장을 다시 꺼내보련다. 일기 쓰는 시간보다 논다고 허비하는 시간이 무지막지하게 많으면서 .. 지산이 오라버니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인을 사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