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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악인 공옥진 선생 이야기
"전쟁이 나자 정읍에서 경찰 일을 하던 남편은 먼저 피난을 가고, 제 곁에는 태어난 지 사흘 된 딸아이만 남았습니다. 아이 업고 퉁퉁 부은 얼굴로 뒤따라 천태산으로 피난 가는데, 산후조리를 못해 손발이 저리고 쑤셔왔지요. 그런데 누군가 ‘저기 경찰 부인 간다’고 밀고를 했더랬습니다. 저는 인민군의 손아귀에 잡혀서 곧장 처형대로 끌려갔어요. 붉은 완장을 찬 사람이 마지막 소원이 뭐냐고 하기에 내가 소리꾼이니, 소리나 한가락 하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저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불렀는데, 순간 주위가 숨 죽은 듯이 고요해지더군요. 노래가 끝날 때까지 제 갓난아기는 낯 모르는 아주머니 품에 안겨서 고아가 될 처지도 모르는 채 자고 있었어요. 인민군이 한가락 더 하라고 해서 ‘심청전’도 불렀습니다. 완장 찬 사람은 그걸 다 듣고 인민군에게 총을 거두라고 하더니, 재주가 아깝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고단할 때 노래나 한두 곡 불러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파묻힐 뻔했던 흙구덩이 앞에서 아기를 다시 품에 안고 나니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저는 저를 구원할 것은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첫댓글 저녁에 동네 단골책방에서 우연히 접한 책입니다. 일독을 권해드려보네요. 아마 이미 읽은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하네요. 이전 책의 개정판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