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와 <공각기동대>
공각기동대 왼쪽부터 <공각기동대>(1995) <공각기동대 : 이노센스>(2004)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2006). 오리지널 극장판과 <이노센스>는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을 맡았고, 는 <공각기동대 SAC> TV 시리즈 연출 등을 맡은 카미야마 켄지의 작품이다.
<공각기동대>를 그린 시로 마사무네는 미국 등 서구에 가장 팬이 많은 일본 만화가의 하나다. 최근 개봉한 닉 블롬켐프의 <채피>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귀가 쫑긋 선 디자인은 시로 마사무네의 <애플시드>에서 따온 것이다. 시로 마사무네는 <도미니온> <애플 시드> 등 ‘섹시’한 SF가 주전공이다. 단지 섹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만화를 지탱하는 과학적 틀과 지식이 무척이나 튼튼하다. <공각기동대>에서도 쿠사나기가 비밀 임무를 수행할 때 몸을 감추어주는 광학미체, 몸을 기계로 바꾸는 의체, 인터넷을 통해서 벌어지는 고스트 해킹 등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책 곳곳에 포진해 있어 만화의 독해에 도움을 준다. <공각기동대>가 1991년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히 선구적인 작품이다.
극장판에는 나오지 않았다가 TV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동글동글한 타치코마의 메카닉 디자인도 뛰어나고, 눈 크고 가슴 큰 미소녀들의 섹시한 행동들도 귀엽다. 거기에 빈민구제단체에서 불법적으로 저지르는 청소년 학대와 전자 세뇌, 사이보그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저지르는 범죄들, 소녀의 의식을 복제한 사이보그를 이용한 범죄 등의 기발한 상상력까지 더해지니 매니아가 안 생길 수가 없다. 까다로운 SF매니아가 많은 미국 등 서구에서까지 많은 팬을 거느리는 이유다.
블레이드 러너 리들리 스콧의 SF걸작 <블레이드 러너>는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공각기동대>의 장르를 좁혀서 말하면 사이버펑크 SF가 된다. 1980년대에 등장한 SF의 한 장르인 사이버펑크는 주로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안드로이드, 해커, 사이버스페이스, 정보 독점 등을 다루었다. <뉴로맨서>의 윌리엄 깁슨, <스키즈매트릭스>의 브루스 스털링 등의 작가가 대표적이다.
영화로는 1982년 만들어진 리들리 스코트의 ‘저주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트론>과 <비디오드롬> 등이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는 1995년작인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에 큰 영향을 끼쳤고, <공각기동대>는 다시 1999년 나온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의 원전이 되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인간을 닮은 리플리컨트가 만들어진 2019년의 미래가 배경이고, <공각기동대>에서는 인간의 몸을 기계로 대체하고 전뇌공간에 접속하여 모든 정보의 이동이 자유로운 2029년의 미래다.
시로 마사무네 VS 오시이 마모루
<공각기동대>의 무대는 '기업의 네트가 별을 덮고, 전자와 빛이 뛰어다니며, 국가와 민족이 사라져버릴 정도로 정보화되어 있는 근미래’이다. 쿠사나기 소령은 사이버 네트와 공안 관계의 테러를 전담하는 공안 9과의 요원이다. 공안 9과의 별칭이 바로 공각기동대다. 쿠사나기는 뇌의 일부분인 ‘고스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의체로 된 사이보그다. 자기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는 하지만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시로 마사무네는 기계화를 그다지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기계라는 존재가 대립항이 아니라 서로 보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어차피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와 의문은 단지 기계와 인간의 차이를 묻는 현대의 질문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때까지 언제나 부닥칠 문제일 것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거기에 착안한다. 시로 마사무네가 농담처럼 넘어가는 면을 예리하게 포착해서 극한으로 밀고나간다. 원작을 철저하게 소화한 후에 모두 자기 취향으로 바꿔버린다. 지독한 감독이다.
공각기동대 왼쪽부터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만화, TV판 만화 포스터, 극장판 포스터. 애초에 미디어믹스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작품으로, 원작자 마사미 유우키와는 별도의 노선으로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를 즐길 수 있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오시이 마모루는 원작만화를 전혀 다르게 각색하여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역시 전설적인 작품으로 남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도 원작과는 다른 설정과 스타일로 극장판을 만들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원래 OVA로 제작이 되었고 거의 동시에 마사미 유우키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OVA와 만화는 패트레이버를 조종하는 이즈미 노아를 비롯한 레이버중대 특수2소대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만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를 읽는 재미는 이들의 성장과 고민, 그리고 자잘한 일상을 보는 즐거움이다. 기술이 발전하여 두 발로 걷는 로봇 레이버가 위험한 산업현장에 보급되는 미래의 풍경도 흥미롭다. 패트레이버는 레이버를 이용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경찰 레이버, 즉 'patrol'과 'labor'의 합성어다. 인물들의 성장과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는 사회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룬 것이 이 작품의 재미이고 의미였다.
오시이 마모루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의 극장판을 만들면서 이즈미 노아를 주변인물로 밀어낸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점점 밀어내는 도시의 문제를 1편에서, 전쟁을 실감하지 못하는 일본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테러사건을 2편에서 각각 다루고 있다. OVA를 직접 오시이 마모루가 만들었으면서도 극장판에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그려낸 것이다. 어떻게 생각한다면 한 작가가 만화를 그리고 다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해도 포인트를 다르게 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극장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마치 외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만화와 OVA에서 패트레이버를 둘러싼 일상생활이 벌어지고, 극장판에서는 약간 주변부로 벗어나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게 더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만화와 똑같은 쾌감을 얻기 위해서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하지만 반복보다는 변주와 혁신을 보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
쾌활하고 섹시한 쿠사나기 소령
공각기동대 포스터의 여인이 바로 냉철하고 이지적이며 섹시한, 오시이 마모루 버전 쿠사나기 모토코.
<공각기동대>도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쿠사나기는 냉철하고 이지적인 군인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독하게 자신의 의미를 묻는다. 외모도 중성적이며 금속성의 질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는 쾌활하고,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여성이다. 정체성을 고민하기보다는 현실의 즐거움이 우선이다. 그녀는 사이버 섹스를 즐기고, 악당을 잡기 위해서는 위법도 불사하는 활달한 미소녀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가 숨이 막힐 정도로 싸늘하고 어두운 분위기라면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는 웃음이 넘치고 심각함을 밝게 포장한 만화다. 무엇이 더 좋은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첫댓글 누구는 잠 잤다는 후문...........
솔빛? 옆자리~
크하하
@다빈치/윤강 음향효과 추가
주인공이 너무 예뻐서 진짜 배우일까가 아직도 궁금한데 안찾아봄 ^
걷는폼도 사람이 아니므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