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K침술 전파하는 한인 침구사
송달용 원장의 스페인 침구 교육 리포트
태권도라는 한국의 전통무예를 가지고 정착했던 스페인의 재외동포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전통 지적자산인 침구술로 업종을 전환했다. 스페인에서 초기 침구의 확산과 정착과정은 매우 단순한 데서 비롯됐다. 과거 유도나 태권도 등 격투기 선수들은 대부분 호신용으로 기본적 침구술을 익혀왔다. 운동하다 다친 사람들이 기초적인 침구술만으로도 효과를 보게 되고, 이것이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을 받게 된다.
현재 스페인 전역에서 300여 명의 한인 침구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침술을 익힌 이들이 스페인 사람들에게 신비의 동양의술을 전파했다. 그들은 태권도를 가르치던 실력으로 스페인 사람들에게 침술교육을 했다.
70년대 중반까지도 스페인은 침구의 불모지였다. 침구원 경영을 위해 사업자등록을 할 때 국가가 분류한 직업코드가 없다며 등록을 거절해 이들을 설득해 새로운 직업군으로 신설했다는 이야기는 초기 침구인들의 어려움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러한 불모지에 침구를 전파한 이야기를 송달용 원장이 전해왔다.
송달용 원장(바르셀로나. 1950 서울 출생)
1977년 스페인으로 이주 태권도 사범으로 근무
1980년~현재 바르셀로나에서 침술원 개원 및 운영
1992년~현재 스페인 침구협회 창설, 현 회장
1992년~현재 카탈루냐 침구학회 창설, 현 회장
1995년 터키 이스탄불 세계침술대회 참석
1996년 제1차 국제침구(수지침)학술대회– 고려수지침 강좌
1997년 세계침구연합회 가입 및 세계침구연합회 이사
1998년 세계침구연합회와 공동으로 세계침구대회 개최 – 바르셀로나
1999년 재 스페인 한인침구사의 국제수평고시 시험 준비 및 시험(42명)
나는 1977년 스페인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친구의 삼촌 초청으로 이주하여 처음엔 태권도 사범으로 근무했다. 무척 규모가 큰 도장이라 운동 중에 발목이나 허리염좌 등 다치는 환자가 생기면 침을 놓아주었다. 그러다 보니 찾아오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도장과 침술을 같이하기가 어렵게 되어 8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침구원을 운영하게 됐다.
1992년 스페인 침구협회와 카탈루냐 침구학회를 창설하여 현재까지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침구협회와 침구학회는 한인 침구인의 친목 도모와 정보교환을 하며 급증하는 중국 침구사들에 대응하고, 세계침구학회연합회 가입하는 등을 목표로 처음에 2, 30명 정도의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했다. 여러 가지 학술토론도 하고, 세계침구학회연합회 활동도 하는 한편 교육과 도서번역 등의 일도 하고 있다.
지금은 스페인 인구의 10% 정도가 침구를 이용해 보았거나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초기에는 침이라는 걸 모르는 의사가 대부분이었으니 그야말로 침구 불모지였다.
스페인에서 침술원을 시작한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침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침구교육에는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고, 약사도 있고, 성악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신청했다. 그리고 침구원 운영을 생각하며 공부하는 분들도 상당 수 있다.
교육생이 한때는 30여 명씩 되었으나 최근엔 과정당 10명 정도. 1~2학년 때는 이론 중심의 교육을 하고 3학년이 되면 실습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강의는 매주 토요일 5~8시간 정도로 운영한다. 스페인에서 유사 전문직종의 교육시간 규정인 1천5백 시간을 근거로 과목을 안배하여 교육하고 있다.
1985년부터 교육을 시작해 지금까지 적어도 3백 여명 이상 배출한 것으로 짐작된다. 교육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 중에는 침구원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침술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다. 전문의인 의사들은 정년 퇴직 후에 침구원을 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무릎 통증으로 침을 맞으러 왔다가 천식까지 치료한 요가 선생은 자신의 병을 완치 판정을 받고 침을 배우기 시작해 침술을 아주 잘 가르치고 있다. 교육비는 1개월에 대략 2백30유로로 이것은 실습비, 식대 등 운영비로 대부분 집행한다. 그래도 꾸준히 하는 이유는 이렇게라도 우리 침을 보급하고 뿌리를 내리도록 하려는 것이다.
처음 침을 접한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열심히 따라 할 뿐인데 이미 중국침을 배우고 온 분들은 힌국 침을 아주 좋아하고 최고라고 극찬한다. 일본 침구원은 많지 않고, 중국 침구원을 다녀본 사람들은 당연히 한국침구가 좋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특히 아프지 않고 효과가 빠르다며 선호한다.
스페인에서도 인정하지만 한․중․일 3국 중에 우리 침의 효가가 가장 탁월하다고 호평을 받는다. 이렇게 좋은 우리 침이 국가의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사장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제가 알기로 한국 한의대는 약 중심의 교육이라 침뜸은 비중도 낮아 자기들도 못하고 남도 못하게 하는 실정이다.
조상이 물려준 이 좋은 지적재산을 잘 활용하면 일자리 대책, 고령화 시대의 의료비 절감, 그리고 외화도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 한국에 제대로 된 침구 교육기관이 있다면 가서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도 많다. 하루빨리 한국의 관계당국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우리 침뜸의 가능성을 알았으면 좋겠다.
스페인의 한국인 침구사들은 스페인 의사 그룹에도 침뜸교육을 하여 상류사회에서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위상을 높였으며 진정한 문화 한류의 전파에 앞장서 왔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는 한국 침구사는 2~30여 명, 전국적으로는 300여 명 정도 예상이 된다. 스페인 전체에는 스페인 사람들을 포함하여 이제 2만여 명의 침구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중국인 침구사도 있지만 중국으로 가서 침술을 공부하고 온 스페인 사람들도 많다.
한국과 달리 중국과 일본은 민간 전통의술인 침과 뜸을 제도권으로 수렴하여 대규모로 침구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의 보건의료 자산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한국과 함께 침과 뜸을 전통지적자산으로 공유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자국의 침구 인력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이 국가 차원에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전통지적자산, 침과 뜸을 가지고 유럽 사회를 개척하며 정착해 온 재외동포들의 이야기는 더욱 값지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의 한국인 침구사들은 3~40년간 스페인 전역에서 다양한 성과와 신뢰를 쌓아왔으며,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스페인 침구요법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