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제3구간] 해실마을~망덕고개~함박산~부아산~42국도 산행후기 2017.12.24(일)
이번 구간은 출발부터 겨울비가 예보되어 있어, 전날 바랑회장님이 비맞을 각오하고 단디 준비해서 오라고 문자를 주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인데 비보다는 눈이 오면 더 운치있고 좋겠지만, 하늘의 뜻인걸 어찌하겠는가..
노오란 우의를 챙겼다. 작년에 사서 한번 사용하고 올해는 처음 입는 것으로 폼보다는 실용적으로 비를 완벽하게 차단해준다. 하지만 신발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 스패치도 챙겼지만 몇시간을 버틸지. 장갑을 보호할 비닐장갑도 챙기고, 날씨가 좋지 않으니까 여러가지로 불편하였지만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야만 하는 숙명의 시간이라 여기며 마음을 고쳐먹고 즐기기로 하였다.
8시20분경 오늘의 들머리인 해실마을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인증샷을 찍고 힘차게 발걸음을 뛰었다. 출발한지 15분정도 오르니 망덕고개에 도착했다. 이 고개는 성 김대건 신부의 사목 활동지이고 순교후 유체 이장 경로중 일부인 "미리내 성지"에 이르는 길을 "삼덕의 길"이라 하며, 천주교 신도들의 성지 순례길로 유명하단다.
망덕고개를 지나 완만하게 오르다가 이름모를 정상을 지나 본격적인 능선길로 접어들었다. 등반로는 낙엽과 흙길로 푹신하고 걷기에 편안하였다. 하지만 안개 가득하여 주변 조망은 볼 수 없고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가끔 응달진 등로에는 수북히 쌓인 낙엽밑으로 얼음이 살짝 얼어 있어 미끄러웠다. 등로를 따라 거대한 송전탑이 지나가서 "찌이잉~ 찌이링" 소리가 귀에 거슬리고 전자파가 꺼림직했지만 피해갈 수가 없었다.
겨울비는 쉬지 않고 추적추적 내리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어 전진 또 전진했다. 한참을 가다가 운동시설이 있는 봉우리(염리봉)에서 과일과 마가목주 한잔씩하고 곧장 출발했다. 정맥길을 은화상CC가 차지하고 있어 우회하여 하산하여 도로로 내려섰다.
점심시간도 되어 도로가의 김순남청국장집으로 들어가서 오전내내 비에 젖어 얼은 몸도 녹이고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단백한 청국장에 각종 나물반찬이 맛깔났다. 막걸리, 소주 한잔씩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비를 피해서 들어왔지만 의외의 맛집을 만나 추위도 녹이고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다시 완땅 충전해서 출발하려는데 일부 회원님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권셰프 버스를 불렀다. 등반의 목적이 내 몸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함이니 중탈이든 전진이든 본인의 몸상태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잔류팀은 그곳에서 한잔씩 더하고 나중에 종점에서 만났다.
태극대장 쎡션님을 선두로 나머지 회원들은 힘차게 전진했다. 굴다리를 지나 2층버스가 세워진 정류장 지나고 오르막을 올라 정상을 찍고 다시 내려가는데, 오른발이 미끄러지면서 뿌지끈하는 느낌이 들며 반정도 꺽이었다. 응달이라 낙엽 밑에 얼음이 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부상을 당했다. 후반전을 이제 시작했는데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막막했다. 등산화를 풀고 발을 눌러 보니 인대가 나간 정도는 아니고 겹질려서 늘어난듯 했다. 등산화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살살 걸어 보았다. 약간 통증이 있었지만 못걸을 만큼은 아니었다. 뒤돌아 갈 수도 없기에 더욱더 조심하며 한발 한발 옮겼다.
날쌘돌이 뫼또메들은 눈깜박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맨뒤에 처져서 걷다보니 처량도 하고 남은 기나긴 구간을 어찌 가야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의리파 뫼또메님들은 나를 홀로 버려두고 가지는 않았다. 날머리까지 영영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함박산(349m) 정상에서 쉬면서 기달려 주었고 힘차게 응원해 주었다. 물한모금 먹고 화이팅을 외치며 오늘의 최고봉인 부아산을 향해 살금살금 내딛었다.
함박산을 지나면서 날씨가 갑자기 비에서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는 마음에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기쁜 마음으로 부아산(403m)에 올랐다. 부아산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따라 하산하여 무사히 오늘의 날머리인 42번 도로에 도착하니 노오란 버스 타고온 지우님과 새롬님, 한산님이 반겨주었다.
뒷풀이는 청주로 이동해서 참깨님 지인이 운영하는 무심천변 맛집인 울대찌개로 푸짐하고 맛나게 먹었다. 참깨님이 인절미 떡도 찬조하셨는데 맛있었고 잘 챙겨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오늘 비록 산행은 같이 안했지만 의리로 뒷풀이에 참석한 이타님과 언니분, 친구가 함께하여 더욱 훈훈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를 세우고 청주의 최고 디저트인 오믈렛빵을 맛보여 준 씽씽님 고맙습니다.
오늘 얼음길에 미끄러져 발목이 삐끗하여 후반부가 힘들었지만, 의리파 회원님들이 든든하게 받쳐주어 무사히 완주하였습니다. 너무도 고맙고 감사합니다.
뫼또메 회원님들! 올 한해도 이번 산행으로 마무리하고 내년에도 즐산, 안산, 행산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마니 마니 받고 원더풀한 한해 되세요~!!
** 새해 달력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1월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잔잔한 설레임을 전할 수 있는
산뜻한 친구이고 싶고,
2월에는
계획한 일들이 아직 시작이 되지 않았더라도
남은 한해의 시간들로 서두르지 않지만
희망의 불빛을 꿋꿋이 밝히는
든든한 친구이고 싶고,
3월에는
차가운 바람 여전하지만
향긋한 봄바람을 먼저 전할 수 있는
따뜻한 친구이고 싶고,
4월에는
마른 땅바닥을 촉촉히 적시는 봄비처럼
메마른 가슴에 스며드는
은은한 친구이고 싶고,
5월에는
화사한 꽃들처럼
봄날에 자지러지는 처녀들의 웃음처럼
해맑고 꾸밈없는 친구이고 싶고,
6월에는
싱그러운 나뭇잎에서
맡을 수 있는 힘찬 푸른 기운처럼
언제나 싱싱한 친구이고 싶고,
7월에는
태양의 열기를 담은
푸른 바다의 파도처럼 식지 않는 열정을 전하는
변치않는 친구이고 싶고,
8월에는
뜨거워진 대지 위로 만물을 되살려낸
생명력의 대자연 같은 충만한 마음 가득한
친구이고 싶고,
9월에는
결실을 맺어가는 과일 나무에
마지막 손길을 거두는 농부들처럼
넉넉한 친구이고 싶고,
10월에는
깊어가는 밤
낙엽과 청아한 달빛을 편지에 담아 보내고푼
그리운 친구이고 싶고,
11월에는
한해의 끝이 가까워 옴을 알고
혹시 부족하거나 모자란 부분을 챙겨서
위로하는 친구이고 싶고,
12월에는
차가워진 날씨에
손을 호호불며 들어서는
문앞에서 가슴으로 사랑을 전하는
훈훈한 친구이고 싶습니다~!!
첫댓글 세세한 산행후기 감사합니다
삐끗해서 불편한 발은 괜찮으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신 이산님 우중산행~너무 수고많으셨습니다^^
바로 응급약 주셔서 버틸 수 있었고, 식당에서 준 얼음 찜질해서 부기가 많이 빠졌어요.
집에 와서 침 맞고 쉬니 부드러워졌어요.. 고맙습니다~~
캬오오~~~~
작가님의 산행후기는
늘 달달합니다요...
용갈님! 새해에는 산에서 뵈요..^^
즐겁고 신나는 날들 되세요~~
지도 내년에는 보다 넉넉하고 쪼까 훈훈한 사람이 돼야 할텐데
걱정이 앞서는 구만유~~~휴
산행기를 읽다보면 철학과나 국문학과. 둘다 패스하신분인가 생각이드네요 삐긋한발 빨리 완쾌하시고 남은구간 새해에도변함없이 함께했음 기대합니다!
이산님 우이는 최고로좋은거 입었슴니다.
중탈하신분들은 우이가새서 못갓슴니다. 그날 접질린대는 쾌차되었나요..
산행기 조금짤게써봐여 읽다가 다른일을 못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