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더피의 <세대 감각>
1. 영국 여론조사 전문가의 <세대 감각>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상황에서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 ‘세대 갈등’의 문제를 유럽과 세계의 다양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세대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세대적 관점은 강력하다. 인간 존재와 사회적 변화의 핵심에 얽혀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태어나서 살고 죽지만, 사회는 이어지며, 코호트의 존재와 부재에 의해 크고 작은 변화를 겪는다.” 코로나는 분명 세대적 사건이었다. 그것은 세대에 따른 피해 정도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한때 ‘부머 제거제’라 불렀던 사실이 이것을 말해준다. 이렇듯 ‘세대’에 대한 인식은 지나친 편견과 오해를 통해 형성된 ‘신화’ 속에서 진실은 감춰져 있다. 저자는 자신의 저술 목적을 세대 신화를 폭로하는 것과 “사회가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것이 미래와 관련해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2. 저자는 세대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시대, 생애주기, 코호트’의 영향을 상호 분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의식과 행동의 계속된 변화를 추적하면, 현재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과거의 젊은이도 비슷하게 가졌음을 알 수 있으며, 또한 그런 젊은이들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달라진 의식을 보여준다는 점도 파악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세대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시대적, 생애주기의 영향임을 ‘장기적 추세’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아온 모든 증거가 실제적 사안에서 세대차이가 흔히 알려진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치된 정치적 노력이 있다면 변화는 가능하다.”
3. 그럼에도 각종 언론이나 디지털 공간에서 퍼져 나가는 부정적인 세대 담론(‘연약하고 이기적인 젊은이’, ‘완고하고 탐욕스런 기성세대’ 등)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나 특정한 목표를 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담론들은 ‘사실’을 통해 접근한다 할지라도 복잡한 원인의 결과를 하나의 원인으로 단순화하고, 원인의 대상자를 과도하게 공격함으로써 갈등을 조장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는데도 소홀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의 틀짓기는 전체 집단을 조악하게 정형화하고 서사에 부합하는 역사만을 선택적으로 읽을 뿐 아니라, 다가오는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는 진로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하는 우리의 주체의식을 제거하고 우리를 항상 자신들이 혼란의 직전에 있다고 믿는 성향의 희생자로 만든다.”
4. 저자는 9개의 분야(자산, 주거, 노동과 교육, 행복, 건강, 사생활, 문화, 정치, 환경)에 관한 5개 세대(미국과 영국의 세대 분류인 -‘전쟁 전 세대’, ‘베이비 부머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 세대’)인식을 조사한 설문과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그들이 실제로 갖고 있는 인식과 행동의 의미와 진실에 접근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자산 불평등’, ‘사회진보에 대한 불확실성’, ‘주택 보유의 어려움’, ‘절망적 죽음’, ‘출생률의 저하’, ‘민주주의의 위기’ 등의 부정적 측면이 등장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핵심적 원인은 단지 앞선 세대의 탐욕과 탈취가 아닌 ‘소수 상위계층의 자산 집중’, ‘생애주기의 지연 현상’, ‘시대적 영향’, ‘기술적 혁신에 대한 과도한 도덕적 공황 강조’, ‘과거에 대한 장밋빛 노스텔지어’, ‘세대 분열에 기생하는 정치’ 등에서 찾는다.
5. 저자의 의도는 분명하다. 현재 ‘세대’와 관련된 불평등과 차이가 존재하고 사회적 진보를 가로막는 다양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지만, 그것의 원인을 단순하게 세대 문제로 치환시켜 앞선 세대의 부를 다음 세대로 이전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라는 점이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그의 강조처럼 ‘시대, 생애주기, 코흐트’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지나친 비난도, 젊은 세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적절하지 않다. 세대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신진대사의 흐름일 뿐이다.
6. 저자가 세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세대 신화’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변화를 달성하는 정책의 필요성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의 중요성은 커진다. “정부만이 경제조직을 통치하는 방법, 경기주체, 시민사회, 시민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변혁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또한 과장된 언론의 분석같이 세대 간 갈등이 심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기성세대-젊은 세대’의 차이가 아니라 실제적으로는 ‘가족 내 조부모-부모-자식’ 관계로 결합된 세대는 가족 간의 유대를 바탕으로 단단한 신뢰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상적인 대립을 강조하는 신화가 아닌 구체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대 문제’는 세대의 대립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세대 간의 협력과 유대를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저자가 제시한 ‘200년 현재’라는 개념도 현재의 위기도 3-4세대의 통합 속에서 만들어나가야 할 문제임을 명확하게 해준다. 결국 지나치게 상투적인 결론일지 몰라도, 중요한 것은 ‘정부와 시민’의 협력, ‘세대 간의 유대’의 필요성이다.
첫댓글 - 세대로 계층화 시키는 것은 마구 몰아 넣는 폭력이라는 생각. 어떻게 같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분류하여 획일화 시키기 위한 방편일 뿐. 저마다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