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2022 가을호, 주제 - <대선 이후 촛불의 갈 길>
1. 2022년 <창비> 가을호의 특집은 <대선 이후 촛불의 갈 길>이었다. 2022년 대선에서 진보 진영의 실패를 진단하고 우리 사회가 추진해야 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성장경제 방향의 위험성을 분석하고 있다. 대선에서 ‘촛불연합’이라고 불릴 수 있는 진보진영의 패배는 결국 집권당(민주당)의 무능과 오만 그리고 시민사회가 노력을 방기한 결과였다. 그렇기에 “촛불혁명의 특별한 의미는 시민적·국가적 역량의 증가에 기초해 사회대전환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가시화”했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사회의 전환에는 실패한 것이다.
2. 이남주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당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촛불혁명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정책노선을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다양한 정치·사회 세력의 독자성을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사회대전환이라는 공동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소통과 연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먼저, 사회대전환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강령을 개정’해야 하며, 외부와의 다층적 소통구조를 구축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이 아닌 상호존중의 정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적인 방향에서는 선거법 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변화에는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절실한 의지를 발견할 수 없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방어가 민주 정치의 위상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괴이한 맥락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3. 촛불연합의 붕괴의 원인 중에는 민주당 못지않게 정의당의 내부적 혼란과 시민들의 불만도 한몫했다. 조금씩 정치적 영역을 넓혀 가던 진보정치가 오히려 촛불 정부에서 급격하게 추락한 것이다. 윤영상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혁신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민주당이 더 민주적·진보적이 된다면, 그리고 정의당이 연합정치를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한국의 진보정치는 역동적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정의당은 지나치게 축소된 관점에만 집중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보편적인 주제인 정치적 자유, 노동의 권리, 시민적 성장에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지나치게 강경한 발언을 통해 다양한 세력을 포용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의 변신과 정치적 위상이 증가하는 것은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4. 하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의 변화의 필요성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협치를 포기하고 강압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국 운영에서 파생하는 위기의식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었다. 이러한 경제정책은 앞으로 추진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적용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낳았다. 촛불정부의 패배에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품고있던 보수언론의 공격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기조는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되돌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성장-복지의 선순환’이 바로 그들이 내세우는 경제정책의 원칙이다.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규제철폐였다. “장기간 관행적으로 운영되어온 규제, 제도를 시대 흐름에 맞게 재정비”한다는 것이다.
5.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규제는 성장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지 결코 방해자가 아니다. 규제는 대부분 경제적 강자에게 적용되며 약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망인 것이다. 규제를 철폐하고 성장지상주의로 전환된 사회는 또다시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적 위기뿐 아니라 사회민주화에도 역행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권력의 집중은 권력을 사고 파는 시장을 만들고 부패를 키우며 권력기구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권력의 민주적 통제,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투명한 민주사회의 주춧돌과 같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정치, 사회, 경제의 정책들이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포기한 채 특정인(대통령)의 설익는 판단과 주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심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특정인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권력을 독점적으로 장악한 전체주의적인 사회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독점 세력을 제어하고 경계해야 하는 야당 세력도 또 다른 형태의 ‘전체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체’는 특별한 이념도 아닌 특정한 인물과 관계있다는 점에서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6. 정치를 지배하는 극단적인 인물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일상적인 삶은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혼란은 특정세력이 이익을 얻기에 가장 절묘한 기회이기도 하다. ‘법’의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법에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대중들의 무력감을 조장한다. 불안은 불필요한 투자를 불러일으키고 타인에 대한 신뢰를 빼앗아버린다. 결국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인물이나 정치적 세력 또는 괘락과 종교적 허상에 몰두하게 된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은 ‘깨어있음’은 다만 타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성으로만 표출될 뿐이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에 빠져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묵묵히 현재의 고통을 응시하면서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마을 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2022년, 만석동의 판잣집에서는 노인들이, 대세대 주택과 아파트에는 이주민과 노동자들이 산다. 우리는 그곳에서 기찻길옆 작은 학교와 창작공간 도르리를 거점 삼아 어린이, 청소년과 청년, 지역의 여성들과 연결망을 이어갈 것이다.”
첫댓글 - 촛불의 기억을 살리고 싶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