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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산 화엄사 상량문(烏石山華嚴寺上樑文)
대개 들으니 수달(須達)의 구천정사(九千精舍)는 신심(信心)이 기원(祇苑)의 성금을 보시(布施)하고, 아육(阿育)의 백만 부도(浮圖 탑을 이름)는 신력(神力)이 천궁(天宮)의 공장(工匠)을 대행하도다. 이는 다 중생을 제도하여 모래로 헤아리니 용상(龍象)의 공문(空門)이요, 삼계(三界)를 뛰어나 피안에 오르니 금탕(金湯)의 정토(淨土)로다.
드디어 성감(星龕)과 월전(月殿)은 사부(四部)의 구역을 포라(苞羅)하고, 기각(綺桷)과 조맹(雕甍)은 삼한의 지경을 조회(藻繪)하도다. 말류(末流)의 상법(像法)은 숭식(崇飾)이 크고 많으며, 유루(有漏)의 소승(小乘)은 조사(祖師)가 비민(悲憫)히 여기는 바니, 어찌 석교(釋敎)를 인하여 세법(世法)을 돕고 원력(願力)을 키워 인심을 쾌하게 하는 것이 용산(龍山)의 화엄사와 같을 수 있겠는가.
오직 화엄사는 오석(烏石)이 영(靈)을 모으고 용산이 승(勝)을 표하도다. 조각구름이 안에서 일어나니 네 들의 임우(霖雨)의 소망을 위로하고, 층벽(層壁)이 뒤로 둘렀으니 구첩병풍(九疊屛風)의 형상이 완연하도다. 화택(火宅)은 분여(焚如)의 액(厄)을 뛰어나니 석상(石像)이 머리를 끄덕이고, 탑륜(塔輪)은 사리(舍利)의 빛이 나타나니 법호(法醐)가 이마를 적시도다. 십홀(十笏)이라 유마(維摩)의 실(室)은 세계가 너그럽고, 삼간(三間)이라 광엄(廣嚴)의 거(居)는 가풍이 갖추어 있도다.
우리 증왕고(曾王考) 정효공(貞孝公 김한신(金漢藎))은 드디어 하구(瑕邱)의 낙지(樂地)에 나아가 방묘(防墓)의 장(藏)을 경영하였네. 땅은 우면(牛眠)을 가렸으니, 길택(吉宅)은 만년의 길조(吉兆)를 정하고, 솔은 녹촉(鹿觸)이 없으니, 미음(美陰)은 십 리의 봉역을 둘렀도다. 병사(丙舍)의 도구(菟裘)는 우군(右軍)의 묘를 담임할 뜻을 지녔고, 오교(午橋)의 단월(檀越)은 진공(晉公)이 조상을 복되게 하는 터를 점령하도다.
이에 초제(招提)에다 눌러 재궁(齋宮)을 만드니 추백(楸柏)은 가까이 기수(祇樹)에 연댔으며, 새벽종과 저문 경자는 깨우침이 초소(樵蘇)에 있고, 봄 이슬과 가을서리는 증명하여 하랍(夏臘)을 이루도다. 소령(素靈)은 용정(龍井)의 땅을 헌상하니, 법계가 중수(重修)되고, 치려(緇侶)가 교인(鮫人)의 눈물을 뿌리니, 중신(中宸)에서 허락을 내리도다. 미래의 보응을 빙자한 게 아니요, 다만 외호(外護)의 공행(功行)을 요하도다.
다만 연대가 누차 변천하여 도량(道場)이 차츰 헐어지니,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운에 맡길 뿐 선력(禪力)의 이지러짐이 있는 게 아니오. 동량(棟樑)의 양각(欀桷)이 무너져 가니 법신(法身)의 비호 없음이 슬프도다.그러나 몸에 따르는 누각은 법이 무너뜨릴 수 없고, 원해서 울어나는 보시는 곧 마음이 도(道)로다. 고ㆍ증(高曾)의 끼친 법규는 자자 손손에게 내려가며, 진찰(塵刹)의 갚은 은혜는 생생 세세(生生世世)에 짊어지도다. 동산(銅山)이 전대에 드니 재관(宰官)의 회향(廻向)한 마음을 기뻐하고, 철간(鐵幹)이 재목을 바치니, 옛날의 재배한 힘을 느끼도다.
이에 좋은 날짜를 받고 어진 공장을 뽑으니 환륜(奐輪)은 임학(林壑)의 황무를 개척함에 반요(般獿)가 재주를 바치고, 하옥(厦屋)은 병몽(帲幪)의 이점을 아니 경상(經像)이 정성에 편안하며, 보좌(寶座)는 장엄하니 환호는 집 잃은 자들이 즐거워 설레고, 향주(香廚)의 공덕은 발(鉢)을 가진 사람에게 널리 지공하도다.
푸른 창은 백리의 들을 받아들이니 동으로 주망(珠網)을 베풀고, 붉은 추녀는 천길의 뫼뿌리에 닿으니 서로 수번(繡幡)을 떨치도다. 어찌 정계(淨界)의 중신(重新)뿐이랴. 실로 다행은 가성(佳城)이 더욱 공고하여라. 야마(夜摩)와 도리(忉利)는 운한(雲漢)의 소회(昭回)를 우러르고, 백족(白足)과 적자(赤髭)는 역시 감당(甘棠)의 전배(剪拜)를 경계하도다. 남양(南陽) 경조(京兆)는 길천(吉阡)이 수미(須彌)와 아울러 넘어짐이 없고, 화표(華表)와 환영(桓楹)은 의물(儀物)이 금강(金剛)과 함께 무너지지 않도다. 어찌 호구(虎邱)에 집을 사시(捨施)하여, 순ㆍ민(珣珉)이 복전(福田)을 구하며, 여부(廬阜)가 숲에 들매 종ㆍ뇌(宗雷)가 정사(淨社)를 맺는 데 그칠 따름이겠는가. 삼가 짧은 가락을 이루어 긴 들보 들기를 도우노라.
들보 동쪽에 떡을 던져라 抛梁東
호광이 널리 비치어 시방이 다 마찬가지 毫光普熙十方同
먼 산이 감돌아서 청라계를 지었으니 遙山環作靑螺髻
저 가운데 향천은 고요히 흐르누나 隱寂香泉指顧中
들보 남쪽에 떡을 던져라 抛梁南
봉우리 위 푸른 안개 흰이슬이 떨어지네 峯頭玉露滴靑嵐
포구라 불러불러 길손을 건너주니/ 招招近浦行人渡
어디고 다 진량은 부처의 힘 참여하네 着處津梁佛力參
들보 서쪽에 떡을 던져라 抛梁西
층층의 뫼 높고높아 상위가 나란하네 層巇岩嶢象緯齊
부촌의 구름 능히 비를 잘 일으키니 膚寸雲能興雨足
늙은 용은 한가로이 발 속에 깃들었네 老龍閒却鉢中棲
들보 북쪽에 떡을 던져라 抛梁北
풍비 멀리 마주쳐 윤번으로 수직(守直)하네 豐碑遙對相輪直
알괘라 좋은 기운 멎은 적이 없으니 定知佳氣歇無時
어필(御筆)은 찬란하여 오색구름 돌고도네 宸翰昭回雲五色
들보 위쪽에 떡을 던져라 抛梁上
자의라 대운이라 늘 바라며 쳐다보네 慈意大雲常願仰
머리를 조아리며 기파천(耆婆天)에 드리니 稽首耆婆尺五天
성인의 수명이 무량과 함께 하네 聖人之壽同無量
들보 아래쪽에 떡을 던져라 抛梁下
상마라 서직이라 기름진 들녘 열렸구려 桑麻黍稷開膏野
너희들은 어찌하여 탐진이 있을쏜가 爾曹安得有貪瞋
밭갈고 우물파는 평화로운 세상일레 自是熙熙耕鑿者
엎드려 바라옵니다. 상량(上粱)한 이후에 풍우는 해가 없고 천룡(天龍)은 법을 감싸며, 종어(鐘魚)는 엄숙하고 씩씩하여 길이 대방장(大方丈)의 선거(禪居)를 안정하고 송회(松檜)는 울창하고 무성하여 노상 소봉래(小蓬萊)의 선경(仙境)을 꾸며 주소서
烏石山華巖寺上樑文
盖聞須達九千精舍。信心布祗苑之金。阿育百萬浮圖。神力攝天宮之匠。斯皆度衆生以沙算。龍象空門。超三界以岸登。金湯淨土。遂使星龕月殿。苞羅四部之區。綺桷雕甍。藻繪三韓之境。末流像法。崇飾弘多。有漏小乘。祖師悲憫。曷若因釋敎而稗世法。宏願力而恔人心。如龍山華巖寺哉。惟華巖寺烏石鍾靈。龍山標勝。片雲中起。慰四郊霖雨之望。層
壁後環。宛九疊屛風之象。火宅超焚如之厄。石像點頭。塔輪現舍利之光。法醐灌頂。十笏維摩之室。世界差寬。三間廣嚴之居。家風具在。粤惟我曾王考貞孝公。爰就瑕邱之樂。爲營防墓之藏。地卜牛眠。吉宅奠萬年之兆。松無鹿觸。美陰環十里之封。丙舍菟裘。右軍有擔墓之志。午橋檀越。晉公占福先之基。於是招提仍作齋宮。楸柏近連祗樹。晨鍾瞙磬。警在樵蘇。春露秋霜。證成夏臘。素靈獻龍井之地。法界重修。𦃓侶灑鮫人之珠。中宸垂奬。非藉未來之報應。祗要外護之功行。第以年代屢遷。道塲寢毁。成住壞空之任運。非禪力之有虧。棟梁欀桷之垂顚。嗟法身之無庇。然而隨身樓閣。無法可頹。發願佈施。卽心是道。高曾遺矩。引之子子孫孫。塵刹報恩。擔以生生世世。銅山入槖。喜宰官廻向之心。鐵幹呈材。感昔日栽培之力。遂乃諏吉日選良工。奐輪開林壑之荒。般獿獻技。廈屋識幈幪之利。經象妥虔。寶座莊嚴。歡動失家之子。香厨功德。普
供持鉢之人。碧窓納百里之坪。東張珠網。朱栱接千尋之巘。西振繡幡。奚徒淨界之重新。實幸佳城之愈鞏。夜摩忉利。長瞻雲漢之昭回。白足赤髭。亦戒甘棠之剪拜。南陽京兆吉阡。並須彌無騫。華表桓楹儀物。共金剛不壞。豈止於虎邱捨宅。珣珉求福田。廬阜入林。宗雷結淨社而已哉。恭成短引。助擧脩梁。
拋梁東。毫光普照十方同。遙山環作靑螺䯻。隱寂香泉指顧中。
拋梁南。峰頭玉露滴靑嵐。招招近浦行人渡。着處津梁佛力參。
拋梁西。層巘岧嶤象緯齊。膚寸雲能興雨足。老龍閒却鉢中棲。
拋梁北。豊碑遙對相輪直。定知佳氣歇無時。宸翰昭回雲五色。
拋梁上。慈意大雲常願仰。稽首耆婆尺五天。聖人之壽同無量。
拋梁下。桑麻黍稷開膏野。爾曹安得有貪嗔。自是煕煕耕鑿者。伏願上梁之後。風雨無灾。天龍護法。鐘魚肅穆。永奠大方丈禪居。松檜葱蘢。長小蓬萊仙境。
[주1] 수달(須達) : 인명인데 수달다(須達多)라고도 하고 신칭(新稱)으로는 소달다(蘇達多)이다. 번역하면 선여(善與)ㆍ선급(善給)ㆍ선수(善授)ㆍ선온(善溫) 등으로 사위국(舍衛國)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의 본명이요, 기원정사(祇苑精舍)의 시주(施主)임.
[주2] 아육(阿育) : 인명으로 아쇼가 왕을 말한다. 한음(漢音)으로 아서가(阿恕伽) 또는 아수가(阿輸迦)이며 번역으로는 무우(無憂)이다. 서기전 321년경에 인도에다 공작왕조(孔雀王朝)를 창립한 전타굴타대왕(旃陀掘多大王)의 손(孫)이다. 왕이 불문(佛門)에 들어온 뒤로 열렬한 도(度)가 비상하여 영내(領內) 각지에 팔만 사천 대사(大寺)와 팔만 사천 보탑(寶塔)을 건립하였음.
[주3] 모래로 헤아리니 : 항하사(恒河沙) 모래알로 헤아린다는 말임.
[주4] 용상(龍象) : 불가어로서 여러 아라한(阿羅漢) 중에 수행이 용맹하여 최대의 힘을 지닌 자를 불씨(佛氏)가 용상이라 일컬었다. 대개 물에서는 용이 힘이 가장 크고 육지에서는 상(象)의 힘이 가장 크기 때문에 비유한 것이다.
[주5] 공문(空門) : 속(俗)이 불교를 칭하여 공문이라 하는데 그 교(敎)는 세계 일체가 다 공(空)이라 말하기 때문임.
[주6] 삼계(三界) : 불가어로서 모든 사람 생사 왕래(生死往來)의 세계를 셋으로 나누어서 일은 욕계(欲界), 이는 색계(色界), 삼은 무색계(無色界)라 했음.[주-D007] 금탕(金湯) : 금성 탕지(金城湯池)인데 견고함을 말한 것임.
[주8] 상법(像法) : 불가어임. 《가상법화의소(嘉祥法華義疏)》에 “불법을 크게 논하면 무릇 사시(四時)가 있는데 일은 부처의 재세시(在世時)요, 이는 부처가 세상을 떠났지만 법의(法義)는 고쳐지지 않는 것을 정법시(正法時)라 이르고, 삼은 부처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어 도화와체(道化訛替)를 상법시(像法時)라 이른다.” 하였음. 혹은 불법을 상법이라 함.
[주9] 유루(有漏)의 소승(小乘) : 누(漏)란 것은 번뇌의 이명으로서 번뇌의 사물을 함유하는 것을 유루라 이름. 일체 세간의 사체(事體)는 다 유루의 법이 되고 번뇌를 떠난 출세간(出世間) 사체는 다 무루(無漏)의 법이 됨. 소승은 대승(大乘)을 상대로 한 말인데 불과(佛果)를 구하는 것을 대승이라 하고 아라한(阿羅漢)과 벽지불과(辟支佛果)를 구하는 것을 소승이라 함.
[주10] 화택(火宅) : 《법화경(法華經)》 비유품(譬喩品)에 “三界無安 猶如火宅 衆苦充滿 甚可怖畏 常有生老病死憂患如是等火 熾然不息”이라 하였음.
[주11] 법호(法醐)가 …… 적시도다 : 불가에서 물이나 또는 제호(醍醐)로써 사람의 두정(頭頂)에 적시는데, 물과 제호는 불지(佛智)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말하자면 지혜로써 사람의 이마에 적시어 그로 하여금 불과(佛果)를 얻게 하는 것임.
[주12] 십홀(十笏)이라 …… 실(室) : 유마거사(維摩居士)의 방장실(方丈室)을 말함. 당(唐) 현경(顯慶) 연간에 칙사장사(勅使長史) 왕현책(王玄策)이 인도를 향하여 정명택(淨明宅)에 들러 홀(笏)로써 기지(基地)를 헤아려보니 십홀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십홀방장(十笏方丈)이란 말이 나왔음.
[주13] 하구(瑕丘)의 낙지(樂地) : 하구는 지명임.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 “公叔文子升瑕兵 蘧伯玉從文子曰 樂哉斯丘也 死則可欲葬焉”이라 하였음.[주-D014] 방묘(防墓)의 …… 하였네 : 방(防)은 지명인데 방지(防地)의 묘라는 말임.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 “孔子旣得合葬於防”이라 하였음. 여기서는 정효공(貞孝公)이 자기의 친산(親山)을 정했다는 말임.
[주15] 우면(牛眠) : 《진서(晉書)》 주광전(周光傳)에 “도간(陶侃)이 소를 잃어버렸는데, 한 늙은이가 말하기를 ‘전강(前岡)에 소 한 마리가 조는 것을 보았는데, 만약 그곳에 장사를 지내면 지위가 인신(人臣)의 극(極)에 이를 것이다.’ 했다.” 하였음. 그래서 장사의 길지(吉地)를 우면이라 말함.
[주16] 솔은 …… 없으니 : 진(晉) 허자(許孜)가 어버이가 죽자 흙을 져다가 분(墳)을 만들고 송백(松柏)을 오륙리(五六里)나 심었는데, 사슴이 그 솔을 대질러 넘어지게 했다. 허자는 슬퍼 탄식하여 “사슴은 유독 나를 생각지 않는가.” 하였는데, 이튿날 보니 그 사슴을 맹수가 죽여서 그 솔 아래에 두었다고 하였음.
[주17] 병사(丙舍) : 재실(齋室)을 칭함.
[주18] 도구(菟裘) : 지명인데 춘추 때 노(魯) 나라 고을임. 《좌전(左傳 )》 은공(隱公) 11년에 “使營菟裘 吾將老焉”의 대문이 있다. 그러므로 뒤에 치사(致仕)하고 퇴거(退居)하는 것을 칭함. 소식의 시에 “一林叢竹吾菟裘”의 구가 보임.
[주19] 우군(右軍)의 …… 지녔고 : 진(晉) 왕희지가 말년에 관직을 버리고 선영(先塋)에 나아가서 서묘문(誓墓文)을 짓고 은거하며 다시 출세(出世)하지 않았음.
[주20] 오교(午橋)의 단월(檀越) : 오교는 지명인데 진국공(晉國公) 배도(裵度)의 별장이요, 단월은 보시(布施)를 말함.
[주21] 초제(招提) : 《당회요(唐會要)》에 “관(官)에서 사액(賜額)한 것은 사(寺)라 하고 사조(私造)한 것은 초제난야(招提蘭若)라 한다.” 하였음.
[주22] 기수(祇樹) : 기수원(祇樹園)을 말함. 그 유지(遺址)가 지금 중인도(中印度) 사위성(舍衛城) 남쪽에 있음. 지금 절의 이름으로 통칭함.
[주23] 초소(樵蘇) : 나무 베는 것을 초라 하고 풀 베는 것을 소라고 함. 《사기(史記)》 회음후전(進陰侯傳)에 “樵蘇後爨 師不宿飽”라 했음.
[주24] 하랍(夏臘) : 중의 나이를 말함. 보통 사람이 연령을 춘추(春秋)라고 칭하는 것과 같음. 중은 하월(夏月)과 납월(臘月) 두 계절을 안식(安息)의 때로 삼으므로 나이를 하랍이라 부르며 또는 다만 납(臘)이라고도 칭함. 가도(賈島)의 기무득두타시(寄無得頭陀詩)에 “夏臘今應三十餘”의 구가 있음.
[주25] 소령(素靈) : 가을의 신(神)을 말함.
[주26] 치려(緇侶) : 중은 항시 치복(緇服)을 입으므로 중을 일컬음.
[주27] 교인(鮫人) : 《술이기(述異記)》에 “교인은 물에서 살아 고기 같은데 기직(機織)을 폐하지 않으며 눈에서 눈물이 나면 구슬이 된다.” 하였음.[주-D028] 중신(中宸) : 대궐을 말함.
[주29] 동산(銅山) : 재물을 이름.
[주30] 환륜(奐輪) : 고대(高大)하고 화미(華美)함을 말함. 《예기(禮記)》 단궁(檀弓)에 “진 헌문자(晉獻文子)가 비(碑)를 이루자, 장로(張老)가 송(頌)하기를, “美哉輪焉 美哉奐焉”이라 하였음.
[주31] 반요(般獿) : 반은 교자(巧者) 공수반(公倕般)이고 요는 짐승 이름인데 혹은 유(猱)라고도 씀. 요인(獿人)은 옛날에 도개(塗墍)를 잘 하는 자임. 《한서(漢書)》 양웅전(揚雄傳)에 “獿人亡則 匠石輟斤而不敢妄斲”이라 하였음.
[주32] 병몽(帲幪) : 부비(覆庇)의 뜻과 같음. 곁에 있는 것을 병이라 하고 위에 있는 것을 몽이라 함. 《법언(法言)에 “然後知夏屋之爲帲幪”이라 하였음.
[주33] 경상(經像) : 《수경주(水經注)에 “한 명제(漢明帝)가 꿈에 대인(大人)을 보니 금색(金色)이요, 목에는 백광(白光)을 찼다. 그래서 군신(群臣)에게 물으니 혹은 대답하기를, “서방(西方)에 신이 있어 이름은 불(佛)인데 그 형(形)이 폐하의 꿈과 같으니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자, 이에 사신을 천축(天竺)으로 보내 경상(經像)을 써서 가지고 오게 하였다.” 하였음. 여기서는 불상(佛像)을 말한 것임.
[주34] 정계(淨界) : 정토(淨土)와 같은 말로서 불(佛) 보살이 거처하는 세계를 이름인데 장엄하고 교결(皎潔)하여 오탁의 번뇌가 없기 때문임.
[주35] 가성(佳城) : 분묘(墳墓)를 이름. 한(漢) 등공(滕公) 하후영(夏侯嬰)이 죽자 송장(送葬)하여 도문(都門) 밖에 이르니 말이 가지 않고 땅에 엎드려 슬피 울었다. 그래서 그곳을 파보니 말굽 아래서 석곽(石槨)이 나왔는데, 그 명(銘)에 이르기를, “佳城鬱鬱三千年 見白日 吁嗟滕公居此室”이라 하였으므로 그곳에 장사지냈다. 《博物志》
[주36] 야마(夜摩)와 도리(忉利) : 야마는 육욕천(六欲天)의 제삼이고 도리는 육욕천의 제이인데 도리천은 수미산(須尾山)의 산정 염부제(閻浮提)의 위에 있으며, 야마천은 귀관(鬼官)의 총사(總司)이기도 한데 즉 염마(閻摩)임. 야마와 염마는 범어(梵語)의 전(轉)임.
[주37] 운한(雲漢)의 소회(昭回) : 《시경(詩經)》 대아(大雅) 역박(棫樸)에 “倬彼雲漢 昭回于天”의 구가 있음.
[주38] 백족(白足)과 적자(赤髭) : 백족은 사문(沙門) 담시(曇始)이다. 관중인(關中人)으로 구마라십(鳩摩羅什)을 스승으로 섬겼는데 이적(異蹟)이 많았다. 발이 얼굴보다 희어 흙탕물 속에 맨발로 다녀도 깨끗하였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백족화상(白足和尙)’이라 칭하였음. 이로 인하여 후일 승(僧)을 백족이라 이름. 적자는 인명으로 천축(天竺) 불타야사(佛陀也舍)인데, 이를 각명(覺明)이라 이른다. 후진(後秦) 홍시(弘始) 9년에 장안(長安)에 와서 비파사논(毗婆沙論)을 좋아하여 윗수염이 붉어지니 당시 사람들이 적자비파사(赤髭毗婆沙)라 불렀음. 유우석(劉禹錫)의 문(文)에 “備將迎者 多白足赤髭之侶”라 하였음.
[주39] 감당(甘棠)의 전배(剪拜) : 《시경(詩經)》 소남(召南)에 “蔽芾甘棠 勿剪勿伐”의 구가 있음.
[주40] 남양(南陽) …… 길천(吉阡) : 《한서(漢書)》 원섭전(原涉傳)에 “처음 무제(武帝) 때에 경조윤(京兆尹) 조씨(曹氏)가 무릉(茂陵)에 장사하고 그 묘도(墓道)를 경조천(京兆阡)이라 일렀는데 원섭(原涉)이 그것을 보고 선모(羨慕)하여 마침내 땅을 사서 묘도를 열고 표(表)를 세워 서(署)하기를 남양천(南陽阡)이라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얼른 따르지 아니하여 원씨천(原氏阡)이라 일렀다.” 하였음. 수미(須彌)는 산 이름.
[주41] 화표(華表)와 환영(桓楹) : 화표는 주지(柱識)인데 표목(表木)이라 이르기도 하며 또는 무덤의 석주(石柱)를 화표라 칭함. 환영은 《예기(禮記)》 단궁(檀弓)에 “三家視桓楹”이란 대문이 있는데, 그 주에 “나무를 깎아 돌 비와 같이 네 개를 만들어 하관(下棺)하는 것을 이름이다.” 하였음.
[주42] 금강(金剛)과 …… 않도다 : 《열반경(涅槃經)》에 “云何得長壽金剛不壞之身”의 대문이 있음.
[주43] 호구(虎邱) : 산 이름으로 강소(江蘇) 오현(吳縣)에 있음.
[주44] 순ㆍ민(珣珉) : 진(晉) 왕순(王珣)ㆍ왕민(王珉) 형제를 이름인데 왕도(王導)의 손(孫)이요, 왕흡(王洽)의 자(子)이다. 모두 젊어서부터 재예(才藝)가 있어 행서(行書)를 잘 썼다. 당시 사람이 말하기를, “法護非不佳 僧彌難爲兄”이라 했는데, 법호는 왕순의 소자(小字)요 승미는 왕민의 소자이다. 당시에 외국의 사문(沙門)으로 이름은 제파(提婆)라 하는 자가 있어 법리(法理)를 요해(了解)하여 순의 형제를 위해 비담경(毗曇經)을 강하는데 왕민은 이때 나이가 어렸는데도 강설(講說)이 절반도 채 못가서 이미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별실(別室)에 가서 사문(沙門) 법강(法綱) 등 수인(數人)과 더불어 스스로 강하니 법강이 탄복하며 말하기를, “대의(大意)는 다 옳고 다만 정하지 못할 뿐이다.” 하였음.
[주45] 종ㆍ뇌(宗雷) : 종병(宗炳)은 남조(南朝) 송(宋) 남양인(南陽人)으로 자는 소문(少文)이요, 금서(琴書)를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렸으며 현리(玄理)에 정하였다. 일찍이 서쪽으로 형무(衡巫)를 거치고 남으로 형악(衡岳)에 올라 형산에 집을 짓고 살다가 병으로 강릉(江陵)에 돌아왔다. 뇌차종(雷次宗)은 남조 송 남창인(南昌人)인데 자는 중륜(仲倫)이다. 젊어서 여산(廬山)에 들어가 사문(沙門) 혜원(慧遠)을 섬겼으며, 독지 호학(篤志好學)하여 더욱 삼례(三禮)와 모시(毛詩)에 밝았다. 말년에 또 종산(鍾山) 서암(西巖) 아래에 집을 짓고 초은관(招隱館)이라 불렀으며, 종산에서 죽었음.
[주46] 호광(毫光) : “석가모니의 이마에 있는 흰 털에서 내쏘는 빛을 말함. 《識小編》에 “영락(永樂) 연간에 불경을 반포하여 대보은사(大報恩寺)에 이르렀는데 그날 밤에 본사(本寺)의 탑이 사리(舍利)의 빛을 발하여 보주(寶珠)와 같았고 다음으로는 오색의 호광이 나타났다.” 하였음.
[주47] 상위(象緯) : 성상(星象)의 경위(經緯)를 이름. 두보의 에 “天闕象緯逼”의 구가 있음.
[주48] 부촌(膚寸) : 옛날 물(物)을 헤아리는 척도(尺度)임. 《공양전(公羊傳)》 희공(僖公) 31년에 “觸石而出 膚寸而合”이란 대문이 있고 그 주에 “側手爲膚 按指爲寸”이라 하였음.
[주49] 늙은 용은 …… 깃들었네 : 《진서(晉書)》 승섭전(僧涉傳)에 “섭(涉)은 서역(西域) 사람인데 부견(苻堅) 때에 장안(長安)에 들어와 능히 비주(祕呪)로써 신룡(神龍)을 내리게 하였다. 매양 날이 가물면 부견이 항상 그로 하여금 용을 주(呪)하여 비를 청하게 하였는데 이윽고 용이 발(鉢) 가운데에 내리자 하늘에서 바로 큰비가 내렸다. 그래서 뭇 신하들이 발에 나아가 구경하였다.” 하였음.
[주50] 기파천(耆婆天) : 하늘 이름인데 번역하면 명천(命天)으로 장명(長命)의 하늘을 이름.《능엄경(楞嚴經)》에 “王言我生三歲 慈母携我謁耆婆天”이라 하였음. 《장수소(長水疏)》에 “기파(耆婆)는 명(命)을 이름인데 서국(西國) 풍수이다. 장명천신(長命天神)을 섬겨 아들이 나서 세 살이 되면 곧 묘(廟)를 참배한다.” 하였음.
[주51] 탐진(貪瞋) : 삼독(三毒) 중의 이독(二毒)인데 탐욕과 진에(瞋恚)임.《석문귀경의(釋門歸敬儀)》에 “貪瞋一發 業構三塗”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