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관련하여 학봉 김성일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오늘 '제사상과 사과의 커넥션'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그를 기리는 불천위 제사상이 많이 뜨더군요.
그러다보니 유심히 보게 되고,
그 와중에 뭐랄까 좀 이상한 게 눈에 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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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보는 2017년 10월 추석특집으로 불천위 제사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안동지역 불천위는 50위(位)에 이른다. 나라에 큰 공적을 세우거나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들에게 내려지는 불천위 후손들은 성대한 제물, 수많은 참사객, 엄격한 격식 등을 갖춰 ‘큰제사(大祭)’를 올린다. 불천위제사는 대외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까닭에 가문의 위상과 품격을 드러내는 좋은 기회이다.
안동지역 불천위에는 '성대한 제몰, 엄격한 격식' 등을 갖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학봉 김성일의 불천위 제사상을 보여주는데 이렇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평범한 집의 제사상보다 더 상이 작다는 데 놀랍습니다.
'학봉 불천위의 특징은 그가 좋아했다는 '송기송편'이 오른쪽에 있어야 합니다.
맨 앞에 과일이 진설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2015년 영남일보 기사에 있는 학봉의 불천위 제사상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선 병풍의 급과 격이 다릅니다.
앞에서 두번째 줄 한가운데에 동서남북상하로 껍질을 자른 수박이 있고 사과와 토마토도 있군요.
앞줄에는 놀랍게도 대추 밤 과자와 함께,
'껍질을 완전히 깍은' 배로 보이는 과일이 있습니다.
이런 식은 금시초문입니다.
다시 경북일보 기사로 돌아가보면,
불천위 대제사는 성대한 제물과 '엄격한 격식'이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제사상에서 자손들간의 입씨름은 제수음식 진설하는 방식에서 많이 일어납니다.
뭐가 동쪽이니 뭐가 앞에 놓여야 하니,...내가 옳니 니가 옳니 하는 거 말이죠.
왠만한 가문에는자손들이 이러는 거 미연에 막기 위해서라도 '진설도(陳設圖)'가 있습니다.
진설도와 관계없어도 시대에 따라 어떤 제물은 사라지고 또 등장합니다만 기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봉 김성일의 큰제사에는 진설도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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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남의 집 제사상이 궁금하여 검색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저는 제 집의 제사상 진설이나 순서에 깜맹입니다.
그런터에 남의 집 제사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걸 너그러이 보아 주시길.
유투브에 2012 06월 학봉선조 불천위 제사를 보았습니다.
뒤의 병풍이 영남일보의 것과 똑같습니다.
놀랍게도 둘째줄에 사과 토마토(?)하고 6군데 자른 수박하고 위치가 다릅니다.
즉 최근(?) 과일들은 아직 제자리를 확고하게 잡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맨 앞의 배도 '특이하게도 반쯤' 깍다 말고(?) 올려놓았습니다.
썩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제사상 음식준비의 기초는 제일 크고 제일 좋은 것을 구입하는 겁니다.
'엄격한 격식'에는 어떤 과일을 얼마나 깍고 어디에 놓을지도 포함되어 있을텐데 말이죠.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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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김성일의 아버지 청계공과 어머니도도 불천위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다섯 아들이 모두 과거에 합격한 덕에 불천위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음...
학봉 김성일의 부모님 불천위 제사상입니다.
수박을 6군데 자른거 말고는 배깍는 것도 다르고 위치도 아예 다릅니다. 엄격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마 여기에 참석하는 면면과 학봉의 불천위 제사상 참석자가 상당수 같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진설에 대해서 대범하게 개의하지 않고 있는 걸까요?
이 상차림은 역시 같은 의성김씨 지촌종가의 6월에 차려진 기제사입니다.
수박을 6군데 자른 거는 같고 나머지는 또 전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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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으로는 아마저도 해마다 조금씩 이슬비에 비젖듯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해그해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설이 되는 거죠.
대표적인 게 '사과'의 등장이 되겠습니다.
사과는 최근 그 어느 순간 턱허니 모든 집의 제사상에 뻔뻔하게(^^)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만큼 조선의 속담에 '남의 제사상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거지, '배놔라 사과나라'라는 말이 없다는 거...
이상 제사상과 사과의 커넥션에 관한 이야기 한토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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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이 블로깅이 노리는 부수적 효과는 이겁니다.
홍동백서니 좌포우혜니 하는 그런 거에 똥고집 부려서 자손들간에 얼굴 붉히지 말라는 거.
명문가의 큰 제사상도 이러하거늘,
평범한 이들의 제사상 차림의 기본은 '조상의 마음'을 항상 헤아리라는 거.
그 어느 조상이라도 돌아가신 그들의 유일한 바램은 '감놔라 배놔라'가 아니라,
자손들끼리 의좋게 화목하게 도란도란 잘 살라는 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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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안동의 전통문화 콘텐츠박물관에서는 학봉 김성일 종가의 불천위 제례의 전과정을
DVD60분과 책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어떻게 진설되었고 어떻게 설명되어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