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初老 입문기
김경애
나이 앞 숫자에 칠자를 달고 나니 몸뚱아리가 제동을 건다. 눈, 코, 귀, 목, 팔에 하나씩 이상이 생긴다. 단골 병원의 숫자가 늘어난다.
눈은 원시로 안경을 꼈지만 생활하는데 별 지장을 주지 않았었다. 근년에 들어 눈꺼풀이 처져 눈가가 짓무르고 시야가 좁아져 운전하는 데 불편했다. 여름이면 땀이 눈에 많이 들어가서 눈이 따가웠다.
친구들이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되었다.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지인의 권유로 삼복더위도 개의치 않고 수술했다. 보름 동안 냉찜질 덕분에 더위를 잘 보냈다. 아직도 거울을 볼 때마다 곱상한 인상이 쌍꺼풀로 조금 억센 느낌이 들어, 내 얼굴이 나 같지 않고 어색하다.
눈 쌍꺼풀을 했는데 갑자기 시력이 좋아져 안경을 바꿨다. 안경집에서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시력에 이상이 생기면 백내장이 심해진다고 했다. 그 말을 귀 밖으로 들었는데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눈부심이 심하고 시야가 뿌옇게 되었다. 텔레비전도 잘 볼 수 없고 빛이 비치는 곳에서는 사람이나 물건의 형체만 보일 뿐이었다.
안과에서 백내장이라고 수술을 권했다. 별거 아니라기에 수술대에 올랐다. 두려워서 온몸이 경직되고 떨렸다. 수술하는 동안 차가운 물로 계속 눈을 씻어내면서 의사 손의 움직임이 보였다. 초속으로 암흑이 지나가고 더 밝은 초점이 다가왔다. 흐려진 수정체를 렌즈로 바꿨다고 했다.
하루가 지난 뒤 오른쪽에 안대가 떼어졌다. 병원 안이 환했다. 텔레비전 화면이 다르게 보였다. 색들이 선명함을 드러냈다. 수술한 오른쪽과 수술하지 않은 왼쪽을 비교했다. 몇 년 동안 눈에 노란 셀로판지를 붙이고 세상을 본 것이었다. 일주일 뒤에 왼쪽 눈도 수술했다. 깨끗한 세상에 다시 온 느낌이었다
잘 보이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구석구석 먼지와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내 얼굴의 주름과 잡티가 충격을 주었다. 호박에 줄을 그어도 수박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얼굴에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수박은 되지 않더라도 더 이상 찌그러진 호박이 되지 않으려고 선크림과 에센스도 샀다.
코에도 이상이 생겼다 코가 건조해지고 따가웠다. 겨울이면 더 심했다. 견디기 힘들어 이비인후과에 가니 노인성 비염이라고 했다. 가끔 알레르기성 비염은 있었지만, 그것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치료는 안연고를 새끼손가락에 묻혀 코안에 넣기만 하라고 했다. 자기 전에 하는 일이 하나 더 늘어 눈에는 안약, 코에는 안연고를 넣는다,
갑자기 오른쪽 귀 위에서 매미 소리가 났다. 조용하거나 몸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한여름의 말매미 소리가 났다.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신경내과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 네 시에 가서 대기 순서대로 예약 표를 받았다. 진료는 열한 시였다. 의사는 직업병으로 소음에서 왔다고 했다. 보름치 약을 처방 받아먹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빠에게 말했더니 어렸을 때 중이염을 앓았으면 올 수도 있다며 치료가 잘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나는 사시사철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니 매미 소리가 거슬리지 않았다. 매미는 내가 바쁘거나 군중 속에 있으면 울지 않는다. 이명이 난청을 유발한다고 하여 조금 걱정은 된다. 가끔 시끌벅적한 곳에서는 잘 들을 수 없어 묻기를 반복해 미안할 때도 있다. 별다른 치료가 없어 들리지 않는 소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으며 매일 귀 마사지만 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목에 아주 고질적인 증상이 생겼다. 항상 가래가 붙어있어 답답하고 기침이 자주 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뿐 아니라 공기가 탁해도 기침이 올라온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참 난감하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지하철에서 기침이 나서 시선이 집중될 때도 있다. 그래서 가방에 항상 물과 사탕을 넣어 다닌다. 목이 간질거리면 사탕을 시간 장소 불문하고 마스크 밑으로 밀어 넣는다.
팔을 들 수 없어서 통증클리닉에 가니 오십견이라고 했다. 치료 기간은 이 년쯤 걸린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삼 개월 병원에 다녀도 점점 심해져 옷 입기도 불편하고, 잠잘 때 통증이 더 심했다. 그래서 한의원으로 옮겨 침을 맞으니 조금씩 차도가 있었다. 한의원에서도 삼 개월을 기약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손자가 잠이 올 때 업어 달라고 칭얼거려 가장 힘들었다. 운동을 하라고 해서 탁구를 치고 있다.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나을 수 있는 병이라 느긋하게 기다린다.
이런 것들은 모두 노인성 질환으로 떼어내기 보다는 잘 다스려 가며 살아야 할 것 같다. 특효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마다 적절하게 처방해서 넘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건강식품보다는 제 철음식을 먹고, 아침에 잠자리에서 사십 분 동안 스트레칭을 한다.
다행히 아직 다리가 일어설 때 조금 삐걱거리긴 하지만 걷는데 지장이 없고, 오복중의 하나인 이가 치과를 갈 정도는 아니라 사탕도 빠작빠작 깨물어 먹을 수 있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은 노인임을 인지하고 앞으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만사불여튼튼이라는 말을 새기며 지내야 하겠지. 오늘 같은 내일을 기약하며 눈 감는 순간까지 더 큰 고통 없기를 바랄 뿐이다.
첫댓글 누님이 초로라면 나는 뭐꼬?
청년이지요.
안녕하세요?
우연한 기회에 초로입문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동감이 가는 글 이기에 빙그레 웃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쌍칠로 엮시나 각 기관이 조금씩 고장이 나고 있습니다.
매미 소리(이명증)를 줄일 수 있는 민간요법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해 보세요.
여명실(광나무 열매)을 달여 먹어 보세요.
열매 잎 모두 약효가 있습니다.
여명실은 특히 여성에게 좋다고 합니다.
건재상에 부탁하시거나 인근 공원이나 공공기관 등에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고 있으므로 직접 채취하셔도 됩니다.
열매나 잎을 10kg 정도 준비해서 건강원에 가셔서 달여서 한약 파우치에 담아 달라고 하세요.
여명실 열매는 지금 시기에는 검정색입니다. 많이 떨어지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잎은 동백나무 잎 비슷하나 두께가 조금 얇은 편입니다.
여명실액은 매우 쓴 편입니다. 달일 때 감초나 사과를 넣으면 좋습니다.
저도 이름난 병원을 찾아 다니며 수년 동안 치료해 보았으나 별무 효과였습니다.
지인의 권유로 여명실액을 먹고 효과를 보았기에 알려 드립니다.
건강해 지시고 행복하세요.
정보 감사합니다. 한번 시작해 볼께요. 새해에는 늘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