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자비 주일

[이태원 시몬 신부]

2023년 4월 16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5분교리 – 하느님의 자비 주일

교회가 대희년(大禧年)으로 지내던 2000년 4월 30일, 당시 교황이던 성(聖) 요한 바오로 2세는 “온 교회가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부를 것을” 선포하였습니다. 이날은 ‘자비의 사도’로 널리 알려진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가 시성된 날이었습니다. 같은 해 5월 5일 교황청 경신성사부는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자비 주일로 지내도록 하는 교령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교회는 부활 제2주일에 하느님의 자비를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며, 각 기도문도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고유기도로 바꿔서 바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자비를 부활 전례 안에서 찬양하고 감사하는 날입니다. 특히 전쟁과 폭력 등이 만연한 현대사회가 보다 인간다워지려면 ‘자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실천하기 위해 이날을 축일로 지냅니다.

파우스티나 수녀의 시성식 날 자비 주일이 선포된 것은, 수녀가 전한 메시지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파우스티나 수녀(자비의 성모 수녀회)는 수도생활 중 계시와 환시 같은 특별한 은사들을 경험한 성녀였습니다. 이 영적 체험은 일기 형식의 글을 통해 세상에 전해졌습니다.

파우스티나 수녀가 전한 자비 신심의 핵심은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일깨우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어린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말과 행동, 기도로써 자비를 실천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비 주일을 지내고, 자비 기도를 봉헌하고, 자신의 신심을 널리 알리고 실천하는 일 등이 권고됩니다.

자비 주일에는 특히 전대사가 주어집니다. 전대사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성당이나 경당에서 모든 죄의 성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기도와 신심행위에 참례하면 됩니다. 또 ‘현시된 성체’ 앞이나 ‘감실에 모셔진 성체’ 앞에서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 자비로우신 주 예수께 드리는 신심기도를 바쳐도 됩니다. 전대사의 기본 조건은 고해성사와 영성체, 교황의 지향에 따른 기도입니다. 자비로우신 주 예수님께 드리는 신심 기도의 예는 ‘자비로우신 주님, 저를 주님께 의탁하나이다’ 등입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성당에 갈 수 없는 이들과 환자 등도 모든 죄를 전적으로 거부하고, 가능한 한 빨리 전대사의 기본 요건 세 가지를 이행하려는 마음으로, ‘자비로우신 주 예수님의 성화상’ 앞에서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 자비로우신 주 예수님께 청원기도를 바치면 됩니다.

아울러 파우스티나 성녀는 자비를 구하는 기도의 한 방법으로 묵주를 이용한 ‘하느님 자비심의 5단 기도’도 권고했습니다. 이 기도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사도신경을 바친 후 ▲각 단이 시작되기 전에 있는 큰 묵주알에서는 “영원하신 아버지, 저희가 지은 죄와 온 세상의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사랑하시는 당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 영혼과 신성을 바치나이다”를 ▲각 단의 10개 묵주알에서는 각각 “예수님의 수난을 보시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를 ▲기도를 마친 후에는 “거룩하신 하느님,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분이여,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기도문을 세 번 반복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