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33년의 다해야 나는 2023년의 다해야
10년 후에 너는 20대의 끝자락에 접어들겠구나 집에서 막내이자 늦둥이이고 오빠랑 14살 차이가 나서 언제 클까 이러고 마냥 내가
어리기만 했던 것 같은데 30대로 접어든다니 너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10년 후에 너를 만날 수 있다면 궁금한 게 정말 많아
예를 들면 지금은 뉴진스라는 그룹이 유명한데 10년 후는 뭐가 유명할지, 지금의 주식이 10년 후에는 떨어질지 올라갈지 등ㅋㅋㅋ
그래도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너 지금 행복해?" 이 말을 제일 하고 싶었어
내가 결국 지금 이렇게 초중고 교육과정을 다 다니고 내년이면 대학교에 들어가는 이유가 나중에 취업해서 행복하게 살려고 그러는거잖아 20대의 막바지에 서 있는 너가 너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넌 지금 어때? 20대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너의 인생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니? 난 너가 만족스러웠으면 좋겠다 내가 힘들었던 만큼 다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다해야 난 그니까 10년 전의 너는 인생을 살면서 고통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근데 그걸 젊었을 때 고통을 많이 느끼면
노후에는 고통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나는 10대 때 이 고통을 최대한 당겨쓰고 싶어
실제로도 지금 더 당겨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니까 내 말은 10년 후의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지금 내가 약간 힘들게 살테니까 너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ㅋㅋㅋ
이게 쓰다보면 오글거리는 게 없지 않아 있는데 친구한테 쓰는 것 같아서 재미있긴 하다
하여튼 그럼 지금 너는 고등학교 역사교사가 되어있으려나? 되어 있겠지? 되어 있다고 간주하고 편지 이어갈게ㅋㅋㅋ
학생들 소외되지 않게 잘 챙겨주고, 학생들이 하는 말 귀 기울여 들어줘
너가 고등학교 때 기억을 더듬어보고 선생님께서 그 때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것들을
지금의 너가 학생들에게 해주라고
아 참고로 내가 팁 좀 주자면 담임 맡으면 진짜 상담 많이 해주라 내가 지금 느끼는 건데 선생님이랑 상담하니까 확실히 마음이 편해지고 선생님과 가까워지는 데 한 몫 하더라
근데 너도 알다시피 교사 생활이 쉽지만은 않잖아 학생들이 툴툴거릴 수도 있고 교사들끼리 의견이 안 맞아 의견충돌이 생길 수도 있고 그 때마다 10년 전의 너를 떠올려줬으면 좋겠어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10년 전의 너가 교사가 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아주길 바랄게
난 너가 좋은 교사가 되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그러니까 교사 생활 힘내고 행복하게 지내
일 말고 요즘 너의 일상은 어때? 이제 거의 30살이면 남친은 있겠지..? 설마 모태솔로는 아니겠지 그래도 대학교 때 cc해봤겠지 믿을게ㅎㅎ 남친 있다는 가정 하에 남친이랑 여러 데이트도 가서 놀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그러려나..? 친구들은 주로 새로 사귄 친구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민영이랑 계속 연락 끊지 말고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다경이도 마찬가지로 계속 연락했으면 좋겠고 10년 전에 정말 좋은 친구였던 거 너도 알잖아 10년 후에도 좋은 친구들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가끔씩 엄마아빠 모시고 공원 같은 데 가서 산책하고 그러면 정말 좋겠다 이야기하면서 운동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
나는 로망이 있는 게 교사는 방학이 있잖아? 그래서 방학 중 마치 소나기처럼 비 오는 날 경복궁을 가보고 싶어 비 오는 날 특히 사람 없잖아 경복궁을 거닐면서 조선시대 감성을 느껴보는거지 차박차박 밟히는 물소리가 정말 감성을 자극하거든
10년 전의 너는 감성에 환장을 해서 감성카페 이런 것들을 가보고 싶어해 10년 후에 너가 꿈을 이루어주길 바랄게
만약에 지금은 현생에 치여 바쁘게 살고 있다면 나중에 꼭 하길 바랄게
이렇게 10년 후에 나에게 쓰는 편지를 적어 보았는데 나중에 10년 후에도 해봄의 창이 계속 있다면 여길 찾아와 읽게 될텐데
10년 후의 나가 이 편지를 읽고 뿌듯함, 감동, 힘을 얻어갔으면 좋겠고, 내가 편지에 적은 게 꼭 이루어졌으면 좋을 것 같다만
다 이뤄지기란 힘들고 조금이라도 이루어졌으면하는 바람이다.
- 언제나 '나'의 행복을 비는 다해가 (2023.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