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강의(經筵講義) 연석(筵席)의 대화 내용을 첨부함
기사년(1689, 숙종15) 5월 15일(경술)
이조 참의로서 경연에 입시하여 《주역(周易)》 간괘(艮卦)를 육사효(六四爻)부터 상구효(上九爻)까지 강하였다. 시독관(侍讀官) 목임일(睦林一)과 검토관(檢討官) 이제민(李濟民)이 글 뜻을 강하고 나서, 상이 이르기를,
“이조 참의가 미진한 뜻을 강하도록 하라.”
하여, 신 이현일(李玄逸)이 사사(辭謝)하고는 이어 진언(進言)하기를,
“‘육사는 그 몸에 그침이니 허물이 없다.〔六四艮其身无咎〕’라고 하는 것은, 사효(四爻)가 오효(五爻)와 가까워서 대신의 자리에 해당되는데, 상대는 그치게 하지 못하고 단지 자신만 그치게 하여 매우 취할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대신이 된 자는 임금의 뜻을 받들고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는 책무를 담당해야 하는데, 겨우 자신만 지키고 임금은 바로잡지 못한다면 취할 것이 없습니다. 성상께서는 더욱 살피소서.”
하고, 또 아뢰기를,
“‘육오는 그 광대뼈에 그침이니 말에 차례가 있다.〔六五艮其輔言有序〕’고 하는 것은, 육오효가 임금의 자리에 해당되는데, 체(體)가 음유(陰柔)하여 군주의 덕에 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단지 그 광대뼈에 그친다는 뜻만을 취한 것입니다. 범상한 사람이라도 누군들 말을 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마는, 왕의 말은 더욱 삼가야 하는 법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러하다.”
하였다. 신이 또 아뢰기를,
“‘상구는 그침에 독실함이니 길하다.〔上九敦艮吉〕’라고 하는 것은, 모든 일은 끝맺음을 두는 것이 귀한 법이니, 학문으로 말하자면 시종일관 학문에 전념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정사로 말하자면 시행하는 데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만 부지런히 하다가 끝에 가서 나태해져서는 안 되니, 이 모두가 ‘그침에 독실함이니 길하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시경(詩經)》에서도 ‘처음을 두지 않는 이는 없지만 끝맺음을 두는 이는 드물다.〔靡不有初 鮮克有終〕’라고 한 것입니다. 성상께서는 유념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리하겠다.”
하였다. 강이 끝나자 이어 진언하기를,
“근래 커다란 옥사(獄事)가 여러 차례 일어나 손상된 바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죄인들은 이미 그들의 죄상에 대해 처벌받았으니, 비유하자면 병을 치유하는 데 있어 병을 낫게 하는 방도는 서둘러 원기(元氣)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원기를 끌어올리는 방도는 조정의 거조(擧措)가 타당성을 얻는 데 지나지 않으니, 상하의 인심이 한결같이 조정에 모이게 한 뒤에야 고무시키고 진작시킬 수가 있습니다. 성상께서는 유념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유신(儒臣)의 말이 모두 우려와 애정이 깃든 진심에서 나왔도다. 자주 입시하여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
하였다.
[己巳五月十五日庚戌]
己巳五月十五日庚戌。以吏曹參議。入侍經筵。講易艮卦。自六四至上九。侍讀官睦林一,檢討官李濟民講文義畢。上曰。吏曹參議講未盡之意可也。臣玄逸辭謝訖。因進言曰。六四艮其身无咎云者。四近五。居大臣之位。不能止物而但止其身。無取之甚也。爲大臣者。當將順匡救之責。僅守其身而不能正君。則無足取焉。願聖明加察焉。又曰。六五艮其輔。言有序云者。六五當君位而體陰柔。無取於君德。故只取艮其輔之義。凡人孰不當謹言。而王言尤所當謹也。上曰然。臣又曰。上九敦艮吉云者。凡事貴有終。以學問言之。則當念終始典于學。以政事言之。則當行之無倦。不可始勤而終怠。此皆敦艮吉之義。故詩曰。靡不有初。鮮克有終。願聖上念哉。上曰然。講畢。因進言曰。自頃以來。大獄屢起。不無所傷。今者罪人已伏其辜。譬之治病。旣進已疾之方。宜急升提其元氣。升提元氣之道。不過朝廷擧措得宜。使上下人心翕然萃於朝廷之上。然後可以鼔動振作。惟聖上念哉。上曰。儒臣所言。皆出憂愛之忱。頻日入侍。以補不逮。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