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24일 새벽에 지진이 일어났기에 읊다.
계묘세(癸卯歲) 갑인월 신사일 경인시에 일어났는데, 건방(乾方)에서 시작하여 손방(巽方)으로 향하였다.
곤 순하니 고요한 게 마땅한 건데 坤順元宜靜
음이 양과 맞서 되레 진동하누나1) 陰疑却會掀
소리 커서 바람과 불 같이 맹렬코 聲如風火烈
형세 급해 바다와 산 엎으려 하네 勢欲海山飜
근본 서면 집안 응당 바뀔 것이고 本立家應易
현자 있음 나라 절로 높아지는데 賢登國自尊
양 기운을 부식시킬 몇 가지 계책 扶陽二三策
임금 계신 대궐에다 아뢸 길 없네 無路叫天閽
월은 삼양 편안스런 때에 속했고2) 月屬三陽泰
시는 사덕 으뜸인 때 당하였는데3) 時當四德元
어찌하여 빈마4)에 속하는 것이 如何牝馬類
도리어 육룡문5)을 진동시키나 還震六龍門 - 이날 건방(乾方)으로부터 진동하였다.
경계 보임 하늘이 덕 닦게 한 거고6) 示儆天庸玉
망함 잊음 나라 어찌 보존되리오 忘亡國詎存
공손하게 운한시7)를 읊조리면서 恭吟雲漢雅
눈물 속에 태미원8)을 바라보누나 淚望太微垣
[주1] 음(陰)이 …… 진동하누나 : 《주역》 곤괘(坤卦)에, “음이 양과 대등해지면 반드시 싸운다.〔陰疑於陽 必戰〕” 하였는데, 이에 대한 공영달(孔穎達)의 소(疏)에 이르기를, “음이 성하면 양이 의심하여 양이 이에 발동해서 이 음을 제거하려고 하는데, 음이 이미 강성해져서 물러나 피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싸우는 것이다.” 하였다.
[주2] 월(月)은 …… 속했고 : 동지에는 한 양(陽)이 자라나고, 섣달에는 두 양이 자라나며, 정월에는 세 양이 자라나는바, 정월이 되었다는 뜻이다.
[주3] 시(時)는 …… 당하였는데 : 사덕(四德)은 《주역》에 나오는 원(元), 형(亨), 이(利), 정(貞)인데, 이 가운데 가장 첫머리에 나오는 원은 계절로 봄이 되는바, 봄철이 되었다는 뜻이다.
[주4] 빈마(牝馬) : 암말로, 음(陰)을 뜻하는데, 암말은 유순하고 굳건히 걸어가는 데에서 뜻을 취한 것이다. 《주역》 곤괘(坤卦)에, “곤은 원(元)하고 형(亨)하고 이(利)하고 암말의 정(貞)함이다.〔坤 元 亨 利 牝馬之貞〕” 하였다.
[주5] 육룡문(六龍門) : 건괘(乾卦)의 육효(六爻)를 말한다. 《주역》 건괘 육효의 단사(彖辭)에 이르기를, “시작과 끝을 크게 밝히면 육위(六位)가 때에 맞춰 이루어지나니, 때맞춰 여섯 용을 타고서 하늘을 날아다닌다.〔大明始終 六位時成 時乘六龍 以御天〕” 하였다.
[주6] 경계 …… 거고 : 하늘이 이렇게 지진을 일으킨 것은 임금으로 하여금 덕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경계를 보인 것이라는 뜻이다.
[주7] 운한시(雲漢詩) : 《시경》 〈운한(雲漢)〉을 말한다. 운한은 은하수이다. 이 시는 주(周)나라 선왕(宣王)이 재앙을 만나 두려워하면서 잠시도 몸을 편안히 하지 않고 행실을 닦아 재앙을 사라지게 하려고 하자, 천하의 사람들이 왕화(王化)가 다시 행해질 것을 기뻐한 시이다.
[주8] 태미원(太微垣) : 하늘에 있는 세 성원(星垣) 가운데 하나로, 북두성(北斗星)의 남쪽에 있는데, 다섯 개의 별이 가운데 있는 제좌(帝座)를 둘러싸고 있다. 천제가 이곳에 거처한다고 하며, 흔히 임금이 있는 대궐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