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 7 - 이조 판서吏曺判書 김상용金尙容1)
맑은 풍모 고상한 명망 조정에 으뜸이니 淸標雅望冠朝端
소시부터 사귄 정 간담을 비출 정도라오 自少交情照肺肝
온종일 문을 닫은 채 오로지 시구만 찾고 終日杜門惟覓句
일평생 고요함을 즐겨 관직을 탐하지 않았도다 一生耽靜不要官
인세에서 뱉은 해타는 천고에 남겨 두고2) 人間咳唾留千古
사후에는 높은 명성을 이난에 부쳤구려3) 身後聲名付二難
서글퍼라 아양곡 타던 줄이 끊어졌으니 惆悵峨洋絃已絶
백발로 어디에서 슬픈 곡조를 연주할거나4) 白頭何處發哀彈
[주1] 김상용(金尙容) : 1561~1637. 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경택(景擇), 호는 선원(仙源) 또는 풍계(楓溪)ㆍ계옹(溪翁),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좌의정 김상헌(金尙憲)의 형으로, 1582년(선조15) 진사가 되고 1590년 증광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다. 검열, 승지, 대사간, 정주 목사, 도승지 등을 지냈으며, 인조반정 후에는 판돈녕부사로 기용되어 병조ㆍ예조ㆍ이조의 판서를 역임하였다. 정묘호란 때는 유도대장(留都大將)으로서 서울을 지켰으며, 1636년 병자호란 때 묘사(廟社)의 신주를 받들고 빈궁과 원손을 수행하여 강화도로 피난했다가 이듬해 성이 함락되자 성의 남문루(南門樓)에 있던 화약에 불을 지르고 순절하였다. 저서에 《선원유고》 등이 있다.
[주2] 인세에서 …… 두고 : 지봉은 떠나고 없지만 지봉이 지은 훌륭한 시문은 만고토록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말이다. ‘해타(咳唾)’는 기침하여 뱉어낸 침으로, 전하여 남의 고상한 언어나 아름다운 시문을 비유한다.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그대는 저 침 뱉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침을 뱉었을 때 침방울이 큰 것은 옥구슬과 같고, 작은 것들은 안개와 같아서 그 뒤섞여 내리는 것을 이루 다 셀 수가 없네.[子不見夫唾者乎? 噴則大者如珠, 小者如霧, 雜而下者, 不可勝數也.]”라고 하였다. 후에 이를 ‘해타성주(咳唾成珠)’라 하여 언어가 비범하거나 시문이 훌륭한 것을 비유하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온 말이다.
[주3] 사후에는 …… 부쳤구려 : 몸은 죽었어도 지봉의 두 아들인 이성구(李聖求)와 이민구(李敏求)가 아버지의 높은 명성을 훌륭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난(二難)’은 남의 훌륭한 형제를 가리키는 말로, 형제가 똑같이 훌륭하여 우열을 가릴 수 없음을 의미하는 ‘난형난제(難兄難弟)’에서 온 말이다. 후한(後漢) 때의 고사(高士) 진식(陳寔)의 두 아들인 진기(陳紀)와 진심(陳諶)은 자가 원방(元方)과 계방(季方)인데, 형제가 모두 재덕(才德)이 뛰어나서 당시에 명성이 높았다. 한번은 진기의 아들 진군(陳群)과 진심의 아들 진충(陳忠)이 사촌 간에 서로 자기 아버지의 공덕이 더 훌륭하다고 우기다가 결론을 얻지 못하여 할아버지인 진식에게 가서 묻자, 진식이 이르기를 “원방은 형이 되기 어렵고, 계방은 아우가 되기 어렵다.[元方難爲兄, 季方難爲弟.]”라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世說新語 德行》
[주4] 서글퍼라 …… 연주할거나 : 지기(知己)의 죽음을 매우 슬퍼하여 이를 탄식하는 말로,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고사를 원용하여 한 말이다. ‘아양곡(峨洋曲)’은 곧 춘추 시대 백아(伯牙)가 타고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들었다는 ‘고산유수곡(高山流水曲)’을 말한다. 춘추 시대에 백아가 거문고를 잘 탔는데, 오직 종자기만이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다. 백아가 ‘높은 산[高山]’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이를 알아듣고 “훌륭하다. 드높음이 마치 태산과도 같구나.[善哉! 峨峨兮若泰山.]”라고 하였으며, ‘흐르는 물[流水]’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이를 알아듣고 “훌륭하다. 광대함이 마치 강하와도 같구나.[善哉! 洋洋兮若江河.]”라고 하였다. 후에 백아는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 줄을 모두 끊어버리고 종신토록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列子 卷5 湯問》
출전 :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 최병준 (역)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