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아(家兒)의 혼서(婚書)
을묘년(1675, 숙종1) 10월
자식이 아내를 얻기를 원하여 이미 만복의 근원을 정하였고, 아내를 맞이하여 종사(宗事)를 이어서 장차 두 성씨(姓氏) 간에 우호를 맺으려 합니다. 이에 몇 자 되는 폐백을 바쳐 공경히 함(函)에 글을 넣어 올립니다.
삼가 생각건대 존친가(尊親家)의 집사(執事)는 상국의 어진 후손이요, 유명한 고을의 어진 목사였습니다. 빈조(蘋藻)의 가르침이 이루어지니, 덕 있는 가문에 계녀(季女)의 공경스러움 소문났고, 금반(衿鞶)의 경계를 거듭하여 빈한한 가문에 맏며느리로 시집보낼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다행히 후사(後事)의 중함을 의탁하여 감히 선인(先人)의 의식을 밝힙니다.
첨친(忝親)의 아들 학명(鶴鳴)은 순수하고도 깊은 가르침이 부족하고, 시례(詩禮)의 학문을 모릅니다. 아름다운 혼인을 맺으니 바로 기러기 우는 아침이었고, 복을 받아 후손들이 번창할 것이니 곰의 꿈을 꾸는 점괘를 기약합니다.
兒子婚書 乙卯十月
願爲有室。旣定萬福之原。迎以承宗。將合二姓之好。玆致尺幣。敬修函書。伏惟尊親家執事。相國賢孫。名州良牧。敎成蘋藻。德閥聞季女之齊。戒申衿鞶。寒門許冢婦之貺。幸託後事之重。敢展先人之儀。忝親男鶴鳴。訓慙純深。學昧詩禮。嘉姻是結。正趁鳴雁之朝。祚胤斯蕃。佇期夢態之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