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곡(松谷) 조 상서(趙尙書)의 무덤에 제사 지낼 때의 제문
유세차 숭정 신해년(1671, 현종12), 초하루가 기묘일인 10월 24일 임인일에 문하생 파평 사람 윤증은 삼가 선친의 벗이신 송곡 조공(趙公)의 무덤에 술과 과일을 올리며 곡하는 바입니다.
아아, 공께서는 가정에서 충효를 배웠고 문장은 경사(經史)로 기본을 삼았으며, 임금을 성군(聖君)으로 만들고 백성에게 지극한 은택을 베푸는 데에 뜻을 두셨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충심이 깊었고 선비를 아끼는 성심이 지극하였으며, 백성의 구제를 급선무로 여기는 마음이 절절하였습니다. 항상 선량(善良)들의 종주(宗主)가 되었으므로 매번 부정하고 간사한 사람들의 시기를 받았으나 그때마다 현명한 성상의 도움에 힘입어 구제되었습니다. 공은 처음부터 호의호식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고 구준(寇準)처럼 누대 하나 지을 땅이 없었으며, 죽을 때까지 분골쇄신하겠다는 충절을 지녔습니다. 아아, 공이 생전에는 중외(中外)와 상하 관직의 책임을 한 몸에 맡았고 공이 돌아가시자 온 세상에 큰 기둥을 잃었다는 탄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처음에는 낙정(樂靜)과 명성이 나란하였고 뒤에는 시남(市南)과 열전(列傳)에 함께 기록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어찌 우리 당(黨)의 사사로운 평가이겠습니까. 후세의 평가를 기다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아, 우리 선친과 공은 정리(情理)가 한 형제 같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서로 친하게 지내며 즐거움을 나누었고 늙어갈수록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선친께서는 공에게 벼슬길에서 물러나도록 권면하였고 공은 반대로 선친에게 출사하도록 권유하였는데, 비록 걸어 온 행적이 다르기는 해도 서로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이와 같았습니다. 아, 소자가 시골에 묻혀 사느라 도성이나 저자에 나가는 일이 드물다 보니, 우러르고 존경하는 마음이야 선친과 다르지 않지만 실제로 공을 만나 뵌 것은 겨우 서너 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을사년(1665, 현종6)에 남동(南洞)에서 제가 문후를 여쭈었을 때 소통과 막힘에 대한 글을 외워 일러 주셨고 정미년(1667)에 북영(北營)으로 왕림하셔서는 근심과 즐거움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셨는데, 아, 공께서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아직도 옛 도를 끊임없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지난해에 선친의 영구(靈柩)를 호송할 때 행차가 서호(西湖)를 지나자 공께서는 머리에 마건(麻巾)을 쓰고 와서 곡을 하셨는데, 눈물이 흰 수염을 적시며 연이어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제문(祭文)과 애사(哀詞)을 써 주시면서 평소의 지극한 회포를 드러내며 우리 선친이 수를 누리지 못한 것을 애통해하셨습니다. 그 당시에 공의 모습이 매우 노쇠해지신 것이 마음에 걸렸기에, 모진 이 목숨이 계속 이어지면 이생에서 다시 한번 찾아뵙고 절을 올리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날 일러 주신 가르침을 다시 듣고 부모를 여읜 애통한 심정을 호소할 수 있기를 바랐었는데, 어찌하여 이 계획을 미처 이루기도 전에 하룻저녁에 갑자기 부음을 받게 되었단 말입니까. 그러나 상중(喪中)에 있는 몸이라 장지(葬地)에 찾아가 영결(永訣)하지도 못하고 지금에서야 비로소 한 잔 술을 묵은 풀이 우거진 공의 무덤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구천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자니 평생의 공의 의용(儀容)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서서 단지 피눈물을 쏟아 낼 뿐이니, 공의 신령이 여기 계시다면 저의 충정衷情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祭松谷趙尙書墓文
維崇禎歲次辛亥十月己卯朔二十四日壬寅。門下生坡平尹拯。謹以酒果。哭奠于先友松谷趙公之墓。嗚呼惟公。忠孝得於家庭。文章本於經史。志業在於致澤。斷斷乎其憂國之深。惓惓乎其愛士之誠。切切乎其救民之急。常爲善良之宗主。每被宵壬之忌嫉。獨賴聖明之扶植。不在溫飽之初心。無地樓臺之故事。盡瘁死己之晩節。嗚呼公之生也。一身任中外上下之責。公之亡也。擧世起樑摧棟折之歎。始也與樂靜齊名。終當爲市南同傳。是豈吾黨之私言。可俟後來之尙論。嗚呼先人之於公。情若骨肉。童稚相懽。至老彌篤。先人則勉公之退。公反勉先人之仕。雖動靜之殊迹。蓋相望之如此。嗟小子之屛蟄。亦罕至於城市。瞻仰無間於尊親。際遇僅止於三四。乙巳南洞之候。爲誦通滯之書。丁未北營之枉。申命憂樂之義。噫今世之古道。尙心藏而未弭。昨歲扶櫬。行過西湖。公戴麻而來哭。有淚緣於皓鬚。惠奠文與哀詞。罄平生之至懷。痛吾親之不永于壽。又感公貌之甚衰。倘頑喘之苟延。庶獲更拜乎此生。尋疇昔之緖言。訴鮮民之哀情。何此計之未遂。奄承訃於一夕。顧余服之未闋。負永訣乎臨穴。今將一杯之薦。始展宿草之塋。想九原之交期。杳百年之儀形。溯寒風而獨立。但血涕之交零。惟公靈之如在。冀或鑑我之衷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