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서울성모 이동건 · 건국대 김성용 교수
"항진균제의 치료 스펙트럼, 치료 결과 영향"
"항진균제 급여기준 제한적…국제지침에 맞춰야"
진균 감염은 혈액이나 조직에 곰팡이균이 병변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강도 높은 항암 치료나 조혈모
세포이식 등으로 면역이 저하된 혈액질환 및 암 환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혈액암 환자에서 침습성
진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50%,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환자에서는 약 87%까지 이른다.
혈액암 환자의 진균 감염 원인균 81%를 차지하는 '아스페르길루스증'은 대표적인 침습성 진균 감염
질환이다. 조기 진단 및 치료하지 않으면 폐와 혈관 등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객혈, 호흡 부전 등을
유발한다.
특히 호중구감소증 환자에서는 수시간 내 혈관침습감염으로 이행될 정도로 진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 아스페르길루스증이 나타날 경우 2년 생존율이
32%에서 14%까지 급락할 정도로 예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치명적인 예후에도 불구하고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은 특별한 조기 증상이 없고, 진행 속도가
빨라 명확한 원인 균종 파악 전에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인 상황. 그에 따라, 원인 균종을 파악하기
전부터 항진균제를 빠르게 투여해 사망률을 낮추는 '경험적 치료'가 시행돼 왔다.
국내 혈액암 환자의 증가와 함께 진균 감염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혈액암 환자에서
진균감염 치료 및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국내 진균감염 전문가인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와 혈액암 전문가인 건국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성용 교수를 만나 국내 혈액암
환자에서 진균감염 치료 전략 등을 들었다.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좌)와 건국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성용 교수(우)
-지난 3년간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감염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코로나
19가 진균감염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쳤나.
이동건 교수(이하 '이') : 코로나19는 호흡기에 침투해 면역 시스템을 공격하고 세균이나 진균감염 등의
2차 감염 위험을 높이는 바이러스다. 면역력을 유지하고 있는 건강한 사람들과 달리 암 환자 등 면역력
이 크게 저하된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시 쉽게 2차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다.
-국내 혈액암 환자와 조혈모세포이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혈액암 환자 중 진균
감염이 발생하는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이 : 전체 급성백혈병 환자의 약 10~15%에서 진균감염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균감염이
의심될 경우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원인 균종을 파악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광범위한 범위의
진균을 커버할 수 있는 항진균제로 치료를 먼저 시작하고, 이후 원인 균종이 파악되면 해당 균종을 타깃
하는 항진균제로 맞춰서 치료를 진행한다.
다른 질환과 달리 감염 질환은 정확한 병명이 진단되기 이전 단계에서부터 경험적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
는 전략이 일반적이다. 감염 질환 특성상 정확한 감염 원인을 찾기 위한 진단까지 높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치료가 늦어질수록 환자들의 예후가 급속도로 악화되기 때문에 보다 일찍 항진균제나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실제 혈액암 환자에서 진균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성용 교수(이하 '김') : 내원하기 전부터 이미 호중구감소증을 보이는 급성백혈병 환자들도 있으며,
드물지만 이미 진균에 감염된 채로 급성백혈병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본격적으로 항암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호중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면역력이 크게 저하되고, 진균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급성백혈병 환자에서 호중구 수치가 500/mm3 미만으로 2~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대부분의 환자
에서 발열이 나는데 광범위 항균제에도 해열되지 않는다면 진균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혈액에서 진균으로부터 기인하는 항원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진균감염 여부를
보조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특히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들은 진균감염 고위험
군에 해당하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항진균제를 미리 투여하기도 한다.
이 : 덧붙이면, 백혈구 수치가 낮은 채로 유지되거나 항생제를 처방해도 지속적인 발열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도 진균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진균감염이 혈액암 환자 및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치료 예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하다.
이 : 혈액암 환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의 상태가 되면 대부분 감염 질환이 동반돼 있고 진균 외에 다른 세균
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사망 요인이 진균감염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혈액암 환자에서 나타난 진균감염을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진균 중 하나인 '칸디다'는 평소 위장관 내 존재하는데, 항암 치료로 면역력이 약해진 혈액암 환자
들의 경우 점막 손상이 되고 칸디다가 점막 안으로 침투해 침습성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즉, 항암 치료를
받는 것 자체만으로 진균감염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스페르길루스증'과 '칸디다증'은 감염 후 100일
이내 사망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다.
-진균감염 이후 100일 내 30%의 환자가 사망한다고 하면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급선무일 것 같은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치료 타임라인이 어떻게 되는지.
건국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성용 교수
김 : 환자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고위험군인 급성골수성백혈병이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의 경우, 진균
감염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증상이 없더라도 항진균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예방 치료가 진균
감염을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치료 후에도 돌파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호중구 수치가 계속 감소하고, 발열 증세가 나타나면 먼저 항생제를 처방한다. 항생제 처방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진균감염을 의심해 본다. 또, 엑스레이 촬영에서 폐렴이 의심되거나 갈락토만난
혹은 베타디글루칸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빠르게 경험적 항진균제를 시작하고 있다.
-현재 경험적 치료 단계에서 처방 가능한 경험적 항진균제는 무엇이 있는가. 항진균제마다의 다른 스펙트럼이
진균감염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이 : 현재 호중구감소열이 있을 때 경험적 항진균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암비솜'과 '카스포펀진'이 대표
적이다. 경험적 치료는 진균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보다 빠른 치료를 위해 정확한 원인 균종을
진단하기 전에 항진균제를 미리 처방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보다 넓은 범위의 진균을 치료할 수 있는 항진균제
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혈액암 환자에서 발생하는 진균감염 종류의 약 95%는 아스페르길루스증, 칸디다증, 털곰팡이증에 해당하는데,
아스페르길루스증과 칸디다증은 암비솜과 카스포펀진 모두 효과적이지만, 털곰팡이증은 카스포펀진엔 효과
가 없고 암비솜으로만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항진균제의 치료 스펙트럼이 경험적 치료 결과에 중요한 영향
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암비솜 처방 시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혜택은 무엇인가.
이 : 암비솜은 암포테리신 B 성분을 리포좀화 해 개발된 항진균제로, 아주 작은 나노 입자를 통해 약물을 진균
감염 부위로 이동시켜 진균 세포막 기능을 방해하는 기전을 가졌다. 암비솜의 주성분인 암포테리신 B는 1958
년 개발 이후 6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아스페르길루스 종에 대한 내성에 큰 문제가 없었다.
암 환자에게 항진균제 처방 시 항암제의 용량이나 약물 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신장이 손상되거나, 장기 치료
할수록 부작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는데, 암비솜은 장기 치료에도 이러한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 또,
아졸(Azole) 계열의 항진균제는 암 환자에서 사용되는 항암제, 면역억제제 등과 약물 간 상호작용 문제가 있었
던 반면 암비솜은 약물 간 상호작용 문제가 적어 항암제와 병용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암비솜은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지 30년이 지난 약제다. 제네릭 의약품 개발 시도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 : 암비솜은 출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제네릭 의약품은 없는 상황이다.
암비솜은 아주 작은 나노 입자를 운송체로 전신에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독특한 리포좀 전달 시스템을
가진 약제로, 나노 입자 크기가 변경되면 모세혈관을 막아 환자에게 이상반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노
입자를 아주 작고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매우 고도의 기술이고 지속적인 품질 관리도 어려워 제네릭 의약품 개발이 결코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암비솜 제네릭 개발을 시도하기 위한 임상이 있다. 다만 제네릭 의약품을 대량 생산해 실제 상용
화했을 때, 암비솜 수준으로 나노 입자 크기를 작고 균일하게 유지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국내 진균감염 치료 환경에 개선돼야 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
이 :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항진균제 사용 우선순위가 항상 후순위로 밀리면서 제대로 된 약제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암 환자 치료 보장성 강화 아젠다가 정책적으로 크게 대두되면서, 암 환자에서 진균
감염의 위험을 근거로 항진균제 사용료 환경이 개선되었고 지금 사용하는 항진균제들을 도입할 수 있
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 제대로 된 진균감염 치료를 진행하기에는 제한 조건들이 너무나 많다.
우선 현재 경험적 치료에서 암비솜을 사용할 경우, 국내 허가 용량은 5mg/kg이 최대이기 때문에 그 이상
투여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매우 치명적인 진균감염인 털곰팡이증의 경우, 유럽
치료 지침에서는 암비솜을 최대 10mg/kg의 고용량까지 투여하도록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
적인 국내 허가 및 급여 기준들로 인해서 충분한 치료를 진행하기가 어렵다.
또, 백혈구가 감소한 일시적 기간에만 경험적 항진균제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
다. 백혈구 수치는 회복됐지만 다른 예후가 좋지 않아 항진균제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환자에서는 건강보
험이 인정되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를 진행할 수가 없다. 즉, 국내의 제한적인 건강보험 인정 기준 때문에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에 맞는 항진균 치료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치료 지침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범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신의 치료 지견과
지침을 다루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보다 국내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맞춰서 제한
적인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데, 역으로 국내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국제 치료 지침에 맞춰 설정돼야 한다
고 생각한다.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선의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 : 의료 전문가들이 신뢰하는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약제를 국내에서 사용했을 때와 아닐
때의 사회적 이익을 객관적으로 계산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명 김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