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산서원의 여러 편액에 부치는 찬〔玉山書院諸額贊〕
체인묘(體仁廟)
만물을 생장하게 하는 봄은 生物之春
우리에게는 인이 되니 在我爲仁
몸으로 체행하면 體之以身
어찌 사람의 우두머리가 되지 못하리오 何不長人
구인당(求仁堂)
마음의 덕이 어찌 훼손되겠는가 心德何損
잃어버리고선 멀어졌다고 하나니 放而曰遠
일념으로 돌이킬 줄 아는 것 一念知反
이것이 바로 근본이 된다네 卽此是本
양진재(兩進齋)
선을 택하고 밝게 알아야 하며 擇善惟明
몸에 돌이켜 보아 성실해야 하니 反身惟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가볍겠는가 孰重孰輕
성현들이 함께 행한 공부일세 聖賢同行
해립재(偕立齋)
경으로 곧게 하고 의로 바르게 하여 敬直義方
안과 밖을 서로 함양해야 하네 內外交相
오직 잡아서 잊지 말아야 惟操弗忘
천덕이 밝게 빛나리라 天德之光
무변루(無邊樓)
모자라지도 않고 남지도 않으며 靡欠靡餘
끝도 없고 시작도 없어라 罔終罔初
광풍인가 제월인가 光歟霽歟
태허에서 노닐었다네 游于太虛
역락문 (亦樂門)
풍도를 들으면 돌아오고 聞風則回
도를 바라보고 찾아오니 望道而來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不亦樂哉
방국의 영재로다 邦之英才
[주1] 옥산서원(玉山書院) : 이언적(李彦迪)을 제향하는 서원으로,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다. 1572년(선조5)에 건립하고, 1574년에 사액(賜額)을 받았다. 옥산은 자옥산(紫玉山)을 가리키는 말로, 1530년(중종25) 이언적이 사간(司諫)으로 있을 때 김안로(金安老) 등의 등용을 반대하다가 그 일당의 배척을 받고 물러난 뒤 이 산에 들어가 학문 연구에 전념하였다.
[주2] 체인묘(體仁廟) : 이언적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이다.
[주3] 만물을 …… 되니 :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원은 만물을 생장하게 하는 시작이니, 천지의 덕이 이보다 우선함이 없다. 그러므로 계절에서는 봄이 되고 사람에게는 인이 되어 모든 선의 으뜸이 된다.[元者, 生物之始, 天地之德, 莫先於此. 故於時爲春, 於人則爲仁, 而衆善之長也.]” 하였다.
[주4] 몸으로 …… 못하리오 : 군자가 인(仁)을 체행(體行)하면 군장(君長)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주역》 〈건괘 문언〉에 “군자가 인을 체행함이 남의 우두머리가 될 만하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5] 구인당(求仁堂) : 옥산서원의 강당으로 서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주6] 마음의 덕 : 인을 가리킨다.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義)는 사람의 길이다.” 하였는데, 그 주(註)에서 “인은 마음의 덕이니, 정자가 ‘마음은 곡식의 씨앗과 같고, 인은 그 씨앗이 싹트는 본성이다.’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仁者, 心之德, 程子所謂心如穀種, 仁則其生之性是也.]” 하였다.
[주7] 잃어버리고선 멀어졌다고 하나니 : 마음을 잃어버리면 인을 구하는 길이 멀어진다는 의미이다. 《맹자》 〈고자 상〉에 “사람이 닭과 개가 도망가면 찾을 줄을 알되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알지 못하니,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라고 한 구절과 〈진심 상(盡心上)〉에 “만물의 이치가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으니, …… 힘써 제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 행하면 인을 구하는 데 이보다 더 가까운 길이 없다.”라고 한 구절의 의미를 조합한 것이다.
[주8] 양진재(兩進齋) : 구인당의 마루 동쪽에 있는 방이다.
[주9] 선(善)을 …… 하며 : 선을 택하여 굳게 지키고 선이 무엇인지 밝게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용장구》 제20장의 “성실히 하려는 사람은 선을 택하여 굳게 잡는 사람이다.”와 “몸을 성실히 하는 데 방법이 있으니, 선을 밝게 알지 못하면 몸을 성실히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구절을 조합한 말이다. 한편 “과연 이 방법에 능하면 비록 어리석으나 반드시 밝아지며, 비록 유약(柔弱)하나 반드시 강해진다.”라는 구절의 주에서는 “밝아짐은 택선의 공효(功效)요, 강해짐은 고집의 공효이다.” 하였다.
[주10] 몸에 …… 하니 : 자기 몸에 갖추어진 이치를 돌이켜 보아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맹자》 〈진심 상〉에 “만물의 이치가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으니, 몸에 돌이켜 보아 성실하면 즐거움이 이보다 더 클 수 없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11] 해립재(偕立齋) : 구인당의 마루 서쪽에 있는 방이다.
[주12] 경(敬)으로 …… 하여 : 경을 행하여 내면을 곧게 하고 의(義)를 행하여 외면을 바르게 한다는 의미로, 《주역》 〈곤괘(坤卦) 문언〉에 “군자는 경을 행하여 내면을 곧게 하고 의를 행하여 외면을 바르게 하니, 경과 의가 확립되면 덕이 외롭지 않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13] 잡아서 잊지 말아야 : 마음을 두고 한 말이다. 공자(孔子)가 “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어서, 나가고 들어옴이 정한 때가 없으며, 그 정한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을 두고 말한 것이다.” 하였는데, 이 구절에 대해 정이(程頤)가 설명하기를 “마음이 어찌 출입이 있겠는가. 또한 잡아 두고 놓아둔다는 것으로 말했을 뿐이니, 마음을 잡는 방법은 경을 행하여 마음을 곧게 하는 것일 뿐이다.” 하였다. 《孟子 告子上》
[주14] 천덕(天德) : 흔히 하늘의 덕성(德性)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하늘과 같은 덕, 즉 성인(聖人)의 덕을 가리킨다. 정호(程顥)가 “경과 의가 양쪽에서 잡아 주면 곧바로 위로 올라가 천덕에 도달함이 이로부터 시작된다.” 하였는데, 이 구절에 대해 주희(朱熹)가 설명하기를 “경은 마음속을 주장하고 의는 밖을 막으니, 두 가지가 서로 양쪽에서 잡아 주면 한순간 놓아 버리려 해도 그렇게 할 수 없고 다만 곧바로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므로 곧 천덕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였다. 《心經 卷1 敬以直內章》 《近思錄 爲學》
[주15] 무변루(無邊樓) : 옥산서원의 정문인 역락문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누각이다.
[주16] 광풍(光風)인가 제월(霽月)인가 : 광풍과 제월은 비 온 뒤의 맑은 바람과 갠 날의 깨끗한 달빛이라는 뜻으로, 가슴속이 쇄락하여 조금의 사욕(私慾)도 없고 조용하게 도(道)에 합치되는 군자의 고결하고 깨끗한 심회를 비유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