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원전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이라는 급격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독일과 스위스 등 탈 원전 국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자원빈국이자 ‘에너지 섬’인 우리의 사정을 간과한 아전인수 격 해석 임.
우선 독일의 경우 탈 원전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풍부한 갈탄 매장량이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독일은 갈탄을 통해 전체 전력생산의 4분의1(24%)을 담당하고 있다. 독일에 매장된 갈탄은 약 727억 톤으로 약 4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태양광, 풍력 등 신 재생에너지에 유리한 지리적 자연적 여건을 갖춰 우리 실정과 비교도 안되게 유리함.
이뿐 아니라 독일은 주변국과 연결된 전력 망을 통해 주변 국가들과 전력을 상시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전력수급환경을 갖추고 있다. 탈 원전 후 전력생산이 들쭉날쭉한 신 재생 비율을 높이면서 전력수급에 차질이 있었지만 24개국을 연결한 유럽 송전 시스템 운영업체연합(ENSTO-E)을 통해 이에 대응했다. 지금도 옆 나라인 프랑스 원전 전기를 공급받고 있음.
독일이 30% 가까이 신 재생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 재생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한 국민 차원의 ‘증세’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독일은 2000년 탈 원전 선언 이후 2010년 탈 원전 보류를 선언했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다시 탈 원전에 나섰다. 이 기간에 독일에서는 탈 원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국민들의 저항을 줄여나갔다.
현재 독일인들은 프랑스보다 2배정도의 비싼 전기요금을 부담하는데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7년 기준으로 1kwh당 29.16유로세트인데 탈 원전 복귀 이전인 2010년의 23.69유로세트보다 약 23% 증가한 수치다. 독일은 전기료 인상을 통해 얻은 비용을 태양광·풍력 확대를 위한 재생에너지 보조금과 송전 망 증설에 썼다.
원전 대신 석탄발전을 돌린 탓에 독일은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기준 독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7억6,000만 톤으로 프랑스보다 2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를 비롯해 국내의 원전학자들이 한국의 탈 원전이 온실가스 과다배출의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은 기존 운영중인 노후 원전의 수명 문제인데, 앞으로 새로운 원전을 짓지 않고 재생에너지로 점차 전환하기 위해서 80년대에 운전을 시작한 노후 원전 5기를 무려 2040년까지 끌어안고 굴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고리원전이 작동 30년이 지나 시한폭탄 취급을 받는 등 많은 논란끝에 작년에 정지된 것을 생각하면 참 대비가 된다.
스위스의 탈 원전도 풍부한 수력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7년 기준으로 스위스에는 643개의 수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산이 많은 지형인데다 연간 강수량이 높아 수력발전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춘 스위스는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도 기존의 수력발전소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탈 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는 1984년부터 탈 원전 관련 국민투표를 다섯 차례 실시한 끝에 33년 만에 국민투표로 원전 퇴출을 확정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6년 의회가 탈 원전을 추진하는 ‘에너지전략 2050’을 처리한 후 올 5월 국민투표를 통과한 것이다.
좁은 국토에서 5개의 원전을 운영중인 스위스는 현재 원전의 비중이 35% 인데 특이한게 전체 전력공급에서 수력발전의 비중이 무려 50%에 달한다. 덕분에 이미 발전부문에서 탈화석연료를 이룩했던 국가다. 그런데 독일보다 한술 더떠서 60-70년대에 지어진 노후원전을 최대 2030년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탈 원전을 추진하던 스웨덴도 기존 원전 폐기 정책을 번복한 나라 중 하나다.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로 2020년까지 원전을 모두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10년 원전 폐기 법안을 뒤집었다. 2014년에는 과거 탈 원전 공약을 내걸었던 사민당이 집권했지만 노후 원전을 멈추고 그 용지에 최대 10기의 신규 원전을 짓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에마뉘엘 마크론 프랑스 대통령이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75%에서 50%로 축소하겠다던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을 철회. “국제사회 최우선 과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탈(脫)원전 선언 이후 석탄발전소 가동이 늘어 오히려 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독일의 예를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은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친환경 전력 생산방식이며 신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이 불안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처럼 탈 원전에 집착했다가는 탄소 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수급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다.
원전 발전비중이 세계 1위인 프랑스의 이런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프랑스는 원전 58기를 가동 중이며,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1%(2017년 상반기 기준)에 이른다. 풍력과 태양광 등 원전의 대안이라는 신 재생에너지 발전에도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췄다. 그런데도 국익을 고려해 에너지 정책의 궤도를 과감히 수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주변국으로부터 전력을 수출입 할 수 없는 고립된 국가 라 탈 원전과 탈 석탄 정책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재생에너지가 백업 전원으로서의 역할을 포함해 전력수요를 충분히 충당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가 주력 에너지로 되야 하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