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색 바다로 간 형부
김 섶
나는 두 사람 겨우 앉는 목선 선주인 그와 낚싯대 줄줄이 매달린 헌책갈
피 까만 몽돌 짓눌린 여름 방학 식물채집 꽃잎 같은 도다리를 너울이 잦아
질 때까지 낚았다 은빛 양철 대야 꿈틀 대던 기억 수직 해금강 절벽 오르던
저고리 벗은 뱃사람 뭉툭한 작은 바위 밀치고 손가락 길이 해삼 줍던 자갈
밭 무쇠 솥 뜨겁게 끓여 단발머리 거품 일지 않는 빨래비누 감던 문중 제
실 흙 묻은 발 깔개 소나무 판때기 놓인 공동탕이 오른발을 담근다 무궁화
한 그루가 길을 막던 앉은뱅이 틀 소리 기역자 작은집 열린 대문 해 떨어
지기 전 뜨물 손 담그던 북쪽으로 정 사각 봉창이 나 있던 한여름 쪽파 다
듬는 빨간 칸나가 할머니 등 뒤에 줄줄이 피어 있던 곳, 지금 그곳에는, 강
추위 소쿠리 해풍 말린 김이 황토 부엌 잔 불씨 끄실러 짠 내 배인 두 손
쭉쭉 찢어 참기름 반 방울 조선간장 얹어 먹던 조밥 노란 냄새가 깜깜한
물속 양식 대나무 빈 꼬챙이 줄 세워두고 다알리아 무더기 피는 새벽 목선
저어 통영으로 가고 페인트 칠 덜 된 개발 지역 조개 캐던 장화 한 짝 둘
곳 없는 고층 제비집들 굵은 먼지 작업복 철 구조물 어수선한 벽 한쪽에는
쪽파 다듬던 빨간 칸나가 완행버스 문짝 틈새 끼인 채 부음 전보 우체부
따라 똥 장군 놓였던 언니 집 대문 앞까지 따라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