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폰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사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셀카는 물론이고, 소중한 누군가와 어딘가를 갈 때마다 적어도 한 장씩은 꼭꼭 남긴다. 심지어는 음식이 나올 때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의 모양새를 제각각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자신의 얼굴, 친구의 얼굴, 가족의 얼굴과 맛있는 음식의 모양과 예쁜 밤하늘에 수정과 위에 있는 잣 마냥 박혀 있는 별, 슈퍼문이 뜨는 날에 찍은 송편 같은 달과 영롱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꽃이 모두 개개인의 갤러리 안에 담겨 있다. 그 갤러리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가장 소박하고, 가장 덤덤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배경을 넣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픈 말은, 벽화 마을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저 눈으로만 둘러보아도 충분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아기자기한 벽화 개중에는 서툴게 마음을 담은 것도 있고, 색이 벗겨져 빈티지스러운 느낌을 선사하는 것도 있다. 이 작은 예술을 눈과 마음, 머리 그리고 스마트폰에 담아보자.
전국적으로 벽화 마을은 무수히 많다. 대표적으로 이화 벽화마을, 감천 벽화마을, 혜화 벽화마을, 홍제동 개미마을 등이 있고, 제주도에는 용담 1동 벽화골목, 남수각 벽화마을, 구중샛길, 김녕 금속 공예 벽화마을, 신천리 ‘아트빌리지 바람코지’, 서귀포 천지동 벽화골목 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찾아갈 곳은 저곳들이 아니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그만큼 구석에 숨겨져 있는 아기자기하고 어른들에게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그런 곳, 바로 두맹이 골목이다.
이름부터 생소하다. 두맹이 골목은 ‘두맹이 골목’이라는 명칭은 동네 이름인 ‘두문동’과 관련이 있고, ‘두문동’은 돌이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인 ‘두무니머들’이 와음된 것으로서, 예전엔 잡초와 가시덤불 등이 우거진 불모지였다. 또한 ‘두무니머들’은 달리 ‘두무니슬’이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제주성 밖의 빈 땅이었다가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게 되면서 ‘슬’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고, 결국 현재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서 ‘두맹이 골목’의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것일까. 두맹이 골목은 4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살고 있는 동네 어른과의 인터뷰에서 얻어진 속명이다.
두맹이 골목은 제주시 구 도심의 외곽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중로 23번지~두문로 38번지 일대[일도 2동]에 있는 건물의 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골목길을 새롭게 정비해 재탄생한 골목이다. 이 골목 일대는 제주시에서도 가장 낙후되었던 곳으로 일도 2동의 다른 지역이 발전을 거듭하며 많은 변화를 보이는 데 비해 이곳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2008년 공공 미술 공모 사업에 당선된 ‘기억의 정원-두맹이골목’이라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 의해 두맹이 골목은 새로이 태어나게 되었다. 이 사업은 제주시 일도 2동 주민자치 위원회와 (사)탐라 미술인 협회․공공 미술 연구회, 인화․일도․동광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추진한 골목길 재생 사업이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한 사업으로서, 첫 번째 프로젝트는 2008년 10월에 시작하여 2009년 2월에 완료되었다. 이를 위해 골목 안에 있던 폐초가들을 철거하고, 노변이나 들녘에 무거운 짐이나 보리, 조, 콩 따위의 농산물을 지고 가다가 짐을 진 채로 잠시 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자연적으로 높직하게 생긴 돌을 뜻하는 쉼팡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휴게시설을 목적으로 설치되었으며 경치 좋은 곳을 위주로 나무로 설치하는 정자와 비슷한 개념의 시설물인 파고라, 허리 돌리기 운동 기구를 설치했다. 빨리 만들고 빨리 부숴 버리는 것이 미덕인 양 인식되는 시대에 낡고 좁은 골목길이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골목길 초록 정원을 만들기 위해 골목길 꽃담을 조성하고 꽃 변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2009년 전반기에는 두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 제주 지역 대학생들이 아직 조금씩 여백이 있던 이 골목에 훨씬 많은 양의 벽화를 그려 넣게 되었다. 이후, 2009년 12월에는 세 번째 프로젝트로 인근의 3개의 초등학교-인화, 일도, 동광-의 학생 약 1,500여 명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비어 있는 다른 부분을 마저 채우게 되었다. 이 일련의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제주시에서는 전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이 골목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문화 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밝혔다. 2009년 7월 제주시에서 기존의 관광 명소 이외에 제주시 일대의 대표적인 장소 31곳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그중 이 두맹이 골목은 제주시의 숨은 비경 31중 하나로서 당당히 그 자리에 제 이름을 올렸다.
두맹이 골목의 벽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벽화에 대한 이야기를해 볼까 한다. 두맹이 골목의 벽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곳에 방문 해 볼 수가 있겠는가. 벽화들을 최대한 간추려 나열해 보자면, 두맹이 골목의 건물 외벽에는 꽃과 나비, 골목에서 사라진 아이들의 시간-말뚝박기, 술래잡기 등 골목에서 놀았던 아이들과 밤에 오줌을 싸 소금을 구하러 다니던 모습 등-과 소소한 사건들과 만화 보는 자연, 개구쟁이들의 말타기 장면, 해녀들의 물질 장면, 숟가락으로 형성된 고래, 여러 문구와 짧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 등이 그림으로 각각의 벽에 옹기종기 모여 아기자기한 동화책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벽화들은 현실적으로 구현된 것과, 캐리커처처럼 그려진 것, 철골 구조물 느낌이 나는 것과, 아기가 그린 것과 같은 그림과, 시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림 등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띠고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벽화와 더불어 짤막한 문구도 종종 같이 쓰여 있다. 벽화와 문구로만 이 골목이 끝인 것은 아니다. 이 크고 방대한 영역에 오로지 벽화와 문구로만 가득 차 있다면, 그 긴 길을 돌아다니며 생기는 허기짐을 어떻게 견디라는 것인가. 현재, 두맹이 골목에는 탐방객들을 위한 ‘두맹이 아지트’와 ‘두맹이 갈비’ 등의 편의 시설을 들어서 있다. 그 외에도 아주 작은 카페가 두어 개 정도 붙어 있다. 또한, 90년대의 느낌이 물씬 나는 가게들과 현대적인 가게들이 섞여 있어 이 골목에 들어서면 과거 현재가 공존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이 해녀가 춤을 추고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고래가 숨 쉬는 이 벽화 마을을 가는 방법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가서 보아야 이 마을이 주는 어릴 적 추억의 감동을, 다정한 말 한 마디를, 깊이 스며 있는 사랑의 감정을, 소중한 사람과 쌓을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깊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주 공항에서는 38번, 7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제주동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린 뒤 청하당 한의원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면, 당신이 서 있는 그 길의 바닥에 두맹이 골목이라고 쓰여 있을 것이다. 그 두맹이 골목이라고 쓰인 것과 연결된 주황색 선을 따라가면, 그때부터 다양한 매력의 벽화들이 당신의 시선을 따라 이동한 것이다. 제주 시청에서는 10번, 92번, 100번, 200번 버스를 타야 한다. 신제주나 중앙로에서 가려고 한다면, 제주동초등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될 것이다.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부터는 위와 같다.
벽화는 여러 감정을 담는다. 슬픔, 기쁨, 애정 등. 이 많은 감정을 두맹이 골목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가장 평범하고, 가장 소박하고, 가장 덤덤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배경에 담긴 여러 감정들을 직접 느껴 보는 것과 말로만 듣고 넘기는 것은 다르다. 감정이 많이 배제되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공간을 들려 산책하듯이 덤덤한 이야기를 듣듯이 한번 훑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정독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듯 덤덤하게 훑어만 보아도 충분한 힐링이 될 것이니. 부모님, 친구, 연인, 소중한 사람과 이곳에 들려 여러 이야기와 감정을 공유하고 담담한 배경으로 스마트폰의 갤러리를 한번 가득 채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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