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식을 끝내고 신랑 집에서 행하는 의식으로 신부가 신랑의 가족을 정식으로 처음 대면할 때 드리는 예물 즉 음식을 폐백이라 한다. 폐백에는 대추와 꿩을 쓰는데 대추는 시부에게, 꿩은 시모에게 드리는 것이다. 시부만 계시면 대추만, 시모만 계시면 꿩만 쓴다. 시부모가 안 계시면 폐백을 드리지 않는다.
1. 폐백음식
•폐백대추 : 굵은 대추로 골라서 깨끗하게 씻어 건진 것을 양푼에 담아 표면에다 술과 꿀을 뿌려서 따뜻하게 보온하면, 대추가 불어나고 검붉은색으로 부풀어 보기 좋게 된다. 이렇게 손질한 대추에 실백을 아래위로 박은 다음 다 홍실에 한 줄로 꿴다. 대추를 꿰는 실은 도중에서 끊지 말고 한 줄로 꿰어야하며, 이것을 원형의 쟁반에 소복하게 담는다.
•폐백산적 : 쇠고기를 살 부위로 골라 3근이나 5근 또는 7근 등 홀수로 준비한다. 이것을 곱게 다져서 여러 가지 조미를 하고 반을 짓는다. 가로 20∼25cm, 너비 8∼10cm, 두께를 3∼5cm의 크기로 만들어 햇볕에서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반말림한 것으로 모양을 매만진 다음 실백을 다져서 윗면에 뿌린다. 요즈음은 쇠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하고 바싹 말려 육포(肉)를 만든 다음 이것을 여러 장 포개어서 만들기도 한다.
•폐백닭 : 닭의 배를 가른 다음 목의 부위를 약간 세우는 듯하게 모양을 만들고, 편안하게 앉은 모양으로 손질하여 삼삼하게 간을 하여 찐다. 찌는 도중에 닭의 등 부위에다 알지단, 표고버섯을 곱게 채로 썬 것과 실고추와 실백으로 고명을 얹어 장식한 다음 다시 한 김을 들인다.
2. 폐백 싸는 법
이렇게 만든 폐백 음식의 허리에다 ' 근봉'(謹封)의 두 자를 쓴 간지로 띠를 둘러 쟁반에 담고, 각각 홍색의 합보(겹보자기)로 싼다. 이때 홍색(紅色) 보자기의 네 구에는 금전지를 단다. 폐백 음식을 쌀 때에는 잡아매지 않고 중심으로 쥔 다음'근봉' 두 자를 쓴 간지(簡紙:3cm 나비정도) 허리를 매듯이 둘러 모아 붙인다. 축하의 뜻과 결연의 뜻이 담긴 음식이므로, 얽매이지 않고 풀기 쉽게 하려는 에서 생긴 풍속이다. 원래 술은 폐백 음식으로 쓰지 않는다. 폐백을 드릴 때 대추를 빠뜨리지 않고 쓰는 것은 대추가 신선(神仙)의 과일로 장수를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추나 밤을 던져주는 것은 며느리가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뜻에서라고 하는데 이 풍속은 최근에 생긴 것이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므로 예전엔 하지 않았다.
•보자기의 네 귀퉁이를 하나로 모아 쥔다.
•근봉이라고 쓰인 종이 띠를 끼운다.
•종이 띠를 밑으로 밀어 내린다.
•네 귀퉁이를 한 번씩 뒤집어 가다듬는다.
3. 폐백보
첫 겉보자기는 폐백 상보로 사용하는데 가로 세로가 100cm되는 홍 겉보자기를 만들어 네 귀에 연두빛 금전지를 단다. 속보자기는 폐백마다 각각 따로 싸게 되므로 시부모만 계실 때는 2개 시조부모가 계실 때는 4개를 준비하는데, 각 지방의 풍습에 따라 빛깔도 여러 가지이나 대게 다홍색으로 안팎을 곱게 박아 귀퉁이에 금전지를 달기도 하고 크기는 폐백의 분량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가로 세로의 길이가 70cm정도면 된다.
4. 근봉 (謹封)
폐백보는 잡아매지 않고 빳빳한 종이를 아래 위 없이 둥글게 말아서 5cm정도 되도록 자른다. 다음에는 길이로 근봉이라 써서 보자기의 네 귀퉁이를 잡아 모아 근봉으로 끼운다. 근봉 위로 나온 술이 달린 네 귀를 각각 접혀서 늘어지게 하면 위가 연꽃 모양처럼 되어 아름답다.
<현구고례 드리기>
혼례식을 마친 신부가 시부모에게 정식으로 첫 인사를 올리는 의식이다. 고례(古禮)에 의하면 신부는 우귀(于歸), 즉 요즘말로 신행(新行)을 하여 신랑집에서 첫날밤을 자고 그 이튿날아침 일찍 시부모님께 처음으로 큰절을 올렸었다.
이를 현구례또는 현구고례(見舅姑禮)라 한다. 신부는 이 예를 올리기 위해 시부모에게 드릴 음식을 준비하여 가는데 이를 폐백이라 했다.
•대청에 자리를 마련하고 병풍을 친다.
•시아버지는 동쪽에 앉고 시어머니는 서쪽에 앉는다.
•만약 시조부모(媤祖父母)가 계시더라도 시부모부터 먼저 뵙고 그 다음에 시조부모를 뵙는다.
•시부모가 없으면 폐백음식은 마련하지 않는다.
•폐백은 시조부모가 살아 게시면 시조부모께도 폐백을 드려야 한다.
•현구고례 다음은 촌수와 항렬에 따라 차례대로 인사를 드린다.
•고례예는 신부만 절을 하고 신랑은 신부가 절할 때 절하지 않는다.
<현구고례절차>
1)신부는 양쪽 수모의 도움을 받으며 시부모에게 각각 네 번 큰절을 올린다.
2)앉을때는 수모가 먼저 앉고, 일어설 때는 신부가 먼저 일어선다.
3)네 번 큰절을 한 뒤에는 반절을 하고 뒤로 물러선다.
4)시부모는 신부의 치마에 대추를 던져 주며 아들을 낳으라는 등의 덕담(德談)을 해준다. 대추는 부귀(富貴)와 다남(多男)을 의미한다.
5)신부가 다시 앉으면 시아버지는 대추를 며느리 치마 앞에 던져 준다. 수모는 그것을 받아 신부 원삼 안에 넣어 주면서 첫아들을 낳으라는 등 잘되기를 비는 덕담(德談)을 한 뒤, 그릇에 옮겨 신부방에 갖다 놓아 밤에 먹도록 한다. 이 때 시어머니는 편포 위를 두드리며 어루만진다. 이것은 신부의 흉허물을 덮어 달라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신부에게 대추를 던져 주지 않는다. 만일 시아버지가 없을 때는 사당에 고하여 폐백하여 나온 다음에, 시어머니가 "이것이 너의 시아버지께서 주시는 것이다." 하며 대추 몇 개를 그릇에 담아 며느리에게 준다.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리고 나면 폐백은 수모가 물리고 빈상만 놓아두고 다른 친족들에게 예수를 드리게 한다. 시조부모가 계시면 두 분의 폐백도 따로 준비하여, 시부모에게와 똑같이 폐백을 드리게 한다. 친족에게는 폐백이 없고 절만 하게 한다. 시삼촌, 시고모 등 항렬이 높은 어른에게는 내외분이 함께 앉게 하여 4배를 한다. 같은 항렬은 선후를 따져 손윗분에게 한 번씩(내외가 같이 앉을 때는 두 번)하고, 손아랫분에게 저쪽에서 먼저 절을 하면 답례로 맞절을 한다. 이 절차가 끝나면 신부는 신랑의 저쪽으로서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이 때 신부가 마련한 갖가지 선물을 직계· 친척· 인척 순으로 나눠주고, 신랑측에서도 신부에게 선물이나 축의금을 준다.
5.구고향지(舅姑饗之)
폐백이 끝나면 시댁에서는 며느리 교자에 담아 사돈댁으로 보내는 것이다. 사돈이 잘 살면 그 댁에서도 사위상이 마주 오며 여의치 않으면 한쪽에서만 오게 된다.
6.조석문안(朝夕問安)
새댁은 사흘을 시댁에서 머물게 되는데 조석으로 원삼과 낭자족두리를 하고 하님이나 유모가 시부모 방에 데리고 가서 문안을 드린다. 이때는 큰절을 하고 섰으면 앉으라고 명한 뒤, 무엇을 물으시면 '예' 하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오른손을 방바닥에 짚는 것으로 답이 되었다 한다. 부모가 진지를 잡수실 때도 다 잡숫도록 내내 서 있는 것이다.
시댁에서 사흘이 지난 뒤 시댁명에 따라 사흘이고 나흘이고 친정에 간다.
새댁은 시가에 때 신랑 옷과 시부모 드릴 것과 장롱, 자기가 평생 입을 것을 이때 가져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