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 전남대를 빛낸 동문들 - 가진 것이 없어서 행복한 치과의사 박 타대오(정숙) 수녀
"내 모든 것 다 줘 그들을 사랑하리라"
('방글라데시 꽃동네 사랑의 집'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박 동문(오른쪽))
편했을 의사의 삶 버리고 방글라데시에서 사랑 나눔 실천
성직자이자 가난한 이웃 위해 다 바치는 봉사자의 삶 귀감
본인이 가난했기에 누구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알고 그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박 타대오(정숙․치과대학 6회 졸업) 수녀를 치과대학 동기로 만난 것은 나에게 있어 그리고 우리 6기 동기들에 있어 행운이었다.
내 가진 것을 다 내주어 나보다 가난한 이웃들을 예수님처럼 받들어 모시고 사는 박 타대오 수녀는 보이지 않는 신에 대한 사랑을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실천하고자 몸소 뛰어든 자랑스럽고 용기 있는 친구이다.
그는 학창시절에 책 세일즈를 해서 학비를 벌기 위해 1년간 휴학을 할 정도로 어렵고 힘들게 학교를 다니며 겨우 치과대학을 마칠 수 있었다. 1990년 졸업 후에는 제주도에서 월급쟁이 의사로 잠깐의 임상경험을 쌓고서 바로 마음먹은 것을 실행하고자 결단을 내렸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경제적인 기여를 해야 하는 의무감과 압박감에 힘들어 했지만 가족들을 설득하여 결국 수도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심적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가난하고, 늙고, 병드신 부모님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그의 발길은 얼마나 힘들고 무거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몇 해 전 친구의 어머니는 결국 중풍으로 쓰러져 병원에 요양 중이시며 언니가 간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주위에서는 모질고 무책임 하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품은 그 큰 꿈과 희망은 아무도 꺾지 못했다.
사람이 무엇을 품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바뀔 수 있듯이 박 수녀는 항상 마음에 ‘사랑’을 품고 살았기에 그녀의 삶은 항상 사랑으로 일구어지고 온전히 내어주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힘들고 외로운 좁은 문으로 들어선 박 수녀는 수도자로써의 본연의 길인 구도의 길을 걸으면서 틈틈이 꽃동네 병원장으로써 치과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며 보살피다가 한발 더 깊이 봉사의 뜻을 품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방글라데시에서의 봉사를 꿈꾸며 지원했다. 그러나 그곳은 무슬림 종교 국가로써 타 종교인 가톨릭 수녀의 비자허락을 쉽게 허가하지 않아 오랫동안 수녀의 애를 태웠다.
드디어 2005년 비자 발급이 어렵게 나고 그곳에서 방글라데시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며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40도를 웃도는 끔찍한 더위와 극성을 부리는 풍토병 말라리아, 깨끗하지 못한 식수로 인해 배탈이 잦았고, 전기시설도 미약해 잦은 정전과 씨름해야 했으며,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집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기 때문에 우기철만 되면 마당에 오수(汚水․똥물)가 가득차서 퍼내야만 하니 상상하지도 못할 끔찍한 가난을 겪는 친구가 안타까웠다.
방글라데시에 가기 전, 박 수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민하던 중 2기 박영섭 선배님의 도움으로 6회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힘을 합하여 후원회를 결성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매달 후원하고 있으며, 매년 우리 동문회에서는 경인지역 골프대회 자선기금을 우리 후원회에 기탁해오고 있다.
은퇴하신 타교 출신의 안상규 치과 선생님은 연로하시지만 봉사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타대오 수녀를 돕고자 모교 교수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동창회까지 방문하셔서 꽃동네 후원에 나섰으며 안선생님 개인 기금으로 새 이동진료차도 마련해 주셨다.
타대오 수녀는 그곳에서 언어와 문화 적응을 마친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때 여기저기서 길거리에 버려진 이들을 모셔와 씻기고 치료하여 같이 모시고 살면서 재활 치료가 끝나 회복된 분들은 식구들을 찾아주고 퇴원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치료시기를 놓쳐 환자의 임종을 지켜봐야 하는 아픔을 격기도 했습니다. 박 수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그들 모두 버려진 중증 병자와 장애자이다 보니 육신의 병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더 심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려 그들을 보살피고 돌보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고 했다.
은인들의 도움으로 2010년 겨울에 13년 동안 폐가로 있던 시골학교를 기부받아 한국의 한 대학교의 도움으로 그곳을 수리하여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방글라데시 꽃동네 사랑의 집’을 건축하였고, 이곳으로 이사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녀가 그동안 꿈꿔 왔던 지적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개설하여 우선 4명의 지적장애인을 가르치고 있으며, 슬럼가 아이들의 학교인 성요한 초등학교를 맡아 가르치게 되었고 심신장애 아이들과 부모의 사망이나 가난이라는 이유로 버려진 아이들을 맡아 기르면서 엄마가 되어버린 친구는 질풍노도의 시기의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내 아들 카운슬링까지 해준다.
슬럼가 아이들의 교육 뿐 아니라 열악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구강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들과 그 부모들까기 같이 치과진료와 구강 보건 교육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번 노틀담 대학의 사회복지 센터를 빌려 치과 진료를 할 때면 많은 환자들이 몰려와 그날은 초죽음이 되기도 한다.
또 한 달에 한번은 방글라데시에서 봉사중인 의료진들과 오지중의 오지로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이동진료를 하고 있다. 오지 주민들이 받는 치과진료 혜택은 그 지역 주민들뿐만이 아니라 타대오 수녀에게도 큰 기쁨이란다.
신에 대한 사랑으로 이웃 사랑으로 실천하는 박수녀는 마치 골리앗을 물리친 꼬마 다윗을 연상케 하는 조그마한 키와 가녀린 몸을 가졌지만 그녀의 사랑의 향기가, 그녀의 가녀린 몸짓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세상을 바꾸는 태풍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도 친구처럼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것의 실천부터 종이컵 하나라도 아껴쓰고, 이웃을 위한 배려, 가장 가까운 내가족부터 사랑하기, 그리고 매일 만나는 내 치과의 환자들을 친절하게 맞이하는 것부터 말이죠.
류현아 동문(박정숙 동문과 전남대학교 치과대학 6회 졸업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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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타대오(정숙) 동문
1990 치과대학 치의학과 졸업
1991 꽃동네 인곡자애병원 치과의사
1991 수도회 “예수의꽃동네자매회” 입회
2003 인곡자애병원 병원장
2004 필리핀 “꽃동네 사랑의집”, 아프리카 아이보리코스트 등 의료봉사
2005 현재 꽃동네 “방글라데시” 공동체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