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朴烈)열사와 일본천황

박열(朴烈)열사와 일본천황 재미 내과전문의 (은퇴)  김일훈  대역죄를 영광으로 받아드린 박열 열사   지난 몇십 년간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독립투사 박열 열사 이름이 최근 한국 아닌 미국의 유명서적에 언급되어 관심있는자의 주목을 끌게 했다. 그 서적은 미국의 유수한 일본역사학자이며, 전 하버드대학교수와 일본의 히도쯔바시(一橋)대학 대학원 교수를 역임한 Herbert P. Bix 박사가 쓴 일본 소화천황(히로히토. 裕仁)의 전기"Hirohito and the making of modern Japan"이다.      이 책은 일본전문가들의 연구서적과 일본사료(史料)들을 총망라해서 인용하고 정리한 800쪽이나 되는 풍부한 내용을 통해서, 히로히토의 빛과 그늘을 유감없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에게 자세히 전하는데 크게 공헌했다고 한다.      히로히토에 관한 외국전기가 많은 가운데, 이 책이 특히 미국에서 주목받는 이유로,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있는 히로히토는 일본군국주의자들을 견제하고 전쟁을 막으려고 노력한 평화주의자인데 실제는 그것과 달라 그가 바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군부에 동조한 전쟁책임자라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천황의 전쟁책임론은 결코 이 책에서 시작된 말이 아니며, 동경전범재판장 Webb은 그의 발언을 통해 "일본천황이 각료의 진언에 의해 행동했다 하드라도 그것은 자신이 합당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며, 천황의 전범면책은 모든 연합국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결정됐다"고 결론지은바 있다.      아시다시피 박열 열사는 당시의 천황섭정(攝政)이었던 황태자 유인(裕仁)의 암살계획을 했다고 해서 1926년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곧 무기징역으로 감등되었는데, 나중에 추가하겠지만 Bix 책은 여기에 대해서 짧게 몇 줄 언급했다.      필자는 여기서 Bix박사의 책평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잠깐 언급된 Pak Yol(박열. 朴烈)과 일본천황암살음모를 계기로, 필자가 전에 관심 가진바 있던 이 문제에 얽힌 일들을 史料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본다.      박열은 23년간 철창생활 끝에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일본 아끼다 형무소에서 나왔다. 22세에 체포되어 45세에 출감한 그는 우익인사로 전향하여 재일 거류민단의 초대회장에 추대되었으나 옛날의 독립투사모습은 간데 없고, 장기수에게 흔히 있는 정신혼미가 있어 영도력이나 일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국정부수립 후 이대통령의 초청으로 귀국하여 고국을 위해 일할 기회를 기다리던 중 6.25 사변 때 납북되었으며, 그 후 소식은 잘 모르고있으나 들리는 말로는 북에서도 후대되었다고 전한다.      일본에서 천황에 대한 죄는 불경죄를 비롯하여 그 죄상이 미미해도 중형으로 처벌된다. 그런 상황에서 젊었을 때 필자는 박열 열사가 어이하여 목숨을 건지게됐나? 하고 의심 가진 바 있다. 그러던 것이 훗날 여기대한 일본 문헌과 전문가들의 연구업적을 접한 결과 극형에서 감형된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알게된지라 여기에 소개해본다.      관동대지진과 박열사건   박열의 죄상을 요약하면 박과 그의 내연의 처(다음부터 부부 또는 처라 부름) 가네꼬 후미꼬(今子文子. 일본녀)와 공모해서 폭탄으로 섭정(후의 소화천황)암살을 계획하고 폭탄을 입수하려고 준비중이었다는데 불과했다. 그리고 준비과정에서 아무런 구체적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두 사람은 1926년 대심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10일 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는 특사가 내렸다.      박열은 형무소 몇 곳을 전전하며 복역했는데, 가네꼬는 복역 중 자살했으며, 박의 고향 문경에 묻쳤다. 감형에 해당하는 첫 요건은 "개전의 정"이나, 박열은 감방직원에겐 반말이나 호령을 주로 하며, 그의 범행에 대해서 반성을 촉구하는 법관들에게 "약자와 조선인을 농락하는 너희들이야말로 반성해야할 족속"이라 답하는 등, 그의 법정태도는 안하무인으로 당당했다고 한다. 법정입장시도 박은 흰 한복차림으로 즐거운 표정이었다고 하며, 박열은 "너희들 재판관이 일본천황을 대표하듯 나는 조선민족대표로 이 자리에 서있다"는 사실인정부터 요구했으며, 받아드리지는 않았지만 "재판관과 피고석 높이를 같이 할 것과, 나는 조선말을 사용할 테니 통역을 보내라"고 청했다.      박열은 본명이 박준식(朴準植)이고 1902년 경북문경태생이다. 그의 이력에 관한 법정진술내용 일부는 다음과 같다.   문: 피고의 나이는?   답: 그런건 아무래도 되지 않나?   문: 직업은 잡지발행인인가?   답: 구태여 말하지면 불령업(不逞業. 주: 테러단 같은 불순한 직업)이다.   문: 주소는?   답: 너가 묻는 곳이 현재 있는 곳이라면, 형무소다.      경기고보를 중퇴한 그는 젊은 나이에 조선독립운동가가 되고자 동경에 갔다. 당시는 러시아혁명과 1차대전 후라, 사회주의사상과 민족자결의 풍조가 일어나고 있을 때다. 박열은 원래 민족주의자였으나 일본의 노동운동가와 사회주의자들과 사귀는 사이에 그들의 영향을 받아 점차 사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가 되어갔다. 그는 가네꼬를 비롯한 무정부주의동료들과 불령사(不逞社)라는 모임을 조직하고, 기관지 "불령조선인" "현사회現社會" 등을 발간했다. (옮긴이 주: 1921년, 김홍기(金鴻基) 등의 신인연맹(新人聯盟)과 원종린(元鍾麟) 등의 흑양회(黑洋會)를 병합하여 흑도회라 하고, 간사로서 박렬 ·김약수(金若水) ·정태성(鄭泰成) ·서상일(徐相一) ·원종린 ·조봉암 ·황석우(黃錫禹) 등을 선출하였다. 흑도회는 사회주의 단체였으나, 사상체계가 분명하지 않다가 점차 무정부주의적 실행파(實行派)와 공산주의적 이론파로 갈라져 무정부주의 그룹의 박렬 등은 1922년 12월 흑도회에서 이탈하여 흑우회(黑友會:風雷會)를 조직하고, 공산주의 그룹은 1923년 1월 북성회(北星會:一月會)를 조직하였다. 이상은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에서 가져왔습니다. 보통 흑도회를 한국 최초의 사회주의 단체로 봅니다. 위에 나온 조봉암은 진보당 사건의 그 조봉암이 맞습니다. 그리고 사전과는 달리 박열이 참가한 단체는 풍뢰회인 것으로 보입니다. 흑우회는 27년에 결성되기 시작했거든요.) "불령사"는 법정에서 가네꼬 말에 의하면 "권력에 반항하는 허무주의와 무정부주의자들의 친목을 위한 모임"이다. 재판관이 허무주의 실현의 예를 들어보라고 질문했을 때 박은 "지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며, 그 첫째 작업은 일본제국을 무너트리는 일이다--"라 답했다.      불우한 가정에 태어난 가네꼬는 박열의 글과 사상에 반해서 그와 동거하게됐다고 한다.      박열사건은 1923년 9월의 관동대지진시 일어난 조선인대학살과 연결된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없었더라면 박열사건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지진 때 일본관헌은 평소 감시인물인 일본의 사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를 함부로 체포하고 죽이기도 했으며(오스기'大杉'사건 등), 불령사(不逞社)를 주재했던 박열 그룹도 대지진 다음날 전원 체포되었다.      여기서 대지진 이전의 일본사회상을 잠깐 살펴본다. 당시 대정(大正)천황은 정신병자여서 그의 말년에는 히로히토가 섭정(攝政)으로 실질적 천황행세를 했다. "대정 데모크라시시대"라 해서 해방이전의 일본서 가장 정치적 자유를 누렸던 시대며, 노동조합과 사회주의 사상이 성행하고 한때 공산당도 허용되던 때다.   마치 4.19직후의 한국과 같은 자유분망한 시기였으며, 군부와 극우계열이 이러한 사회상에 큰불만을 품고 기회를 노리고있던 때였다.      마침 동경대지진은 일본국수주의자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주었으니, 조선인 폭동설을 군과 경찰에서 조작하고 유언비어를 흘려 조선인대학살을 초래케 했다. 권력층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으려는 일본인근성으로 해서 조선인에 대한 공포는 증오심으로 변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평소 조선인에 대한 멸시가 들어, 지진이란 화염가운데서 군중심리에 몰려 군대를 선두로 한 대량학살이 자행된 것이다.      약 6천6백 명의 조선인이 학살됐으며 이 대학살이 세계에 보도되어, 일본에 주재한 각국대사들은 일본정부에 항의했다. 여기에 대한 대책에 부심한 일본정부는 조선인이 얼마나 악랄한가를 선전하는 일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서 불령(不逞)조선인의 음모를 조작하여 국내와 해외에 알림으로서 조선인대학살을 합리화하며, 또한 조선인배후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조종하고있다는 풍문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여기에 박열 그룹의 불령사(不逞社)는 절호의 희생양(scape goat)이었다.      불순단체관련 죄에서 대역죄로 격상   박열의 죄과가 대역죄까지 올라간 경위는 다음과 같다. 박의 동료 K를 취조하던 중, K의 애인 일본녀 N가 무심코 하는 말 가운데 아무 신빙성 없는 "폭탄"이라는 언어에 조사관은 귀가 솔깃해졌다.      N의 진술에 의하면 지진이 나기 1개월 전의 그들 그룹모임에서 K는 박열을 야심가며 처음부터 폭탄을 가질 뜻이 없는데도 자신이 위대한 혁명투사인척 풍치며, 상해 근처의 동지들에게 연락하여 폭탄을 구해보라고 K에게 부탁했다가 나중에 취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K는 박이 자신의 영웅적인 모습을 과시하려고 K를 이용한 사기꾼이라고 분노하며, '불령사'모임에서 박과 다투었다는 것이다.      박열에 관해서 묻는 검사질문에 N은 답하기를 "박은 그가 평소 주장하듯 직접행동을 실행할 인물이 아닙니다. 그가 K에게 부탁했다는 폭탄 구하는 이야기는 박이 실행할 의지가 있어서 의뢰한 것이 아니라, 다만 자기입장을 옹호할 목적으로 이름을 팔려고 한 풍이라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이 가공적(架空的)인 폭탄구입 계획을 두고 출세욕이 강한 담당판사는 전략상 박 부부가 감방에서 함께 지나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 호의를 베풀었으며, 여기서 찍은 둘의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어 이것이 국회에 비화하여 큰 정치적 이슈가 되었으며, 다음에 적은 바같이 국체 문제까지 논란되었다.      예비심사에서 재판관의 유도심문과 위대한 독립투사라는 공명심이 강한 박열과의 사이에 구체적 증거 없이 허구로 가득 찬 두텁한 조서가 꾸며졌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대지진 직후 불순단체인 "불령사"에 관련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박열 부부는 3년 후(1926년)에야 예심이 끝나, 소위 "폭탄투척계획"이라는 "대역죄로 승격"기소되어 사형선고 받게됐던 것이다.      박열사건은 박 부부의 과잉진술과 재판관의 책략에 걸려 형법 73조에 견인억부(牽引抑附)됐다는 것이 일본양심인사들의 의견이다. 여기서 73조는 "일본황실에 해를 가하는 자는, 그것이 예비행위라 할지라도 사형에 처한다"는 조목이다. 그런데 박열 사건은 예비행위조차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한다.      감형과 일본국체논란   대역죄로 극형을 선고받은 자는 특사로 감형되는 일이 없으며, 전례로 봐서 모두가 1주일 내로 처형되었다.      그런데 박열 부부는 선고일 10일 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니, 와까쯔끼(若槻)내각의 청원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고지마 책에 의하면, 황당무계한 범죄조작을 잘 아는 재판부에서 먼저 와까쯔끼 수상에게 감형을 제안했고 담당 판사도 수상에게 "사형까지 가고싶지 않았으나 부득이했다"고 고백하고 특사를 요청했다.      사형적용에 의문을 가졌던 수상은 히로히토의 재가(裁可)를 얻어 박 부부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것이다. 사건의 근거가 박약한 박의 사형은 조선인의 반일감정만 조장해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판정됐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히로히토는 감형특사 신청에 즉각 찬성했다고 하며, 측근 진다(珍田)의 말에 의하면 "별것 아닌데 사형은 좋지 않다"는 것이 섭정의 의견이었다.      와까쯔끼 수상은 양식있는 보수정객으로 알려진 인물이며, 그의 친미성향으로 군부의 미움을 받기도 했다.      Bix 박사는 박 부부의 감형이 유인의 뜻이라고 적었고, 알고 보면 그는 최근 사망한 일본의 저명한 전쟁작가 고지마(兒島襄)의 책 "천황"의 기록을 많이 인용한 듯한데, 고지마의 글에 의하면 박열의 감형이 천황의 "동의"를 얻은 것이며, Bix 박사 글이 시사한 천황이 "주도"한 감면이 아님을 지적하고싶다.      그러나 이 감면이 우익진영을 자극했고 국회에서도 감형과 둘이 찍은 괴사진(怪寫眞)문제로 국체(國體)시비가 일게되고, 이것이 정권다툼의 불씨가 되어 야당은 와까쯔끼 내각타도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천황과 국체문제에 대한 사건인지라 Bix의 저서에도 다음<< >>같이 언급돼 있다:   << ----- 그들은 박의 사형 감형이 일본국체(國體 Kokutai)에 대한 인식부족(lack of sense)이라고 와까쯔끼 정부를 비난했다.----- 막후에서 실지로 감형케 한 것은 '히로히도'였으나,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히로히토는 진다(필자 주: 珍田侍從長)에게 "나는 박 부부가 극형에 처할만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여긴다" 라 알렸다.      (No mention was made of the crown prince, though it was his action behind the scenes that had helped to bring about the commutation.   Hirohito had simply informed Chinda that he felt the couple had not done anything to justify such harsh punishment) >>.         Bix 책을 인용했다는 어느 글에 "그의 감형이 군주권의 월권이라는 논쟁에 그는 침묵으로 맞서는 술책을 썼다는 게 Bix 교수의 해석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으니 아마 잘못된 번역이나 인용일 것이다. "군주권의 월권" 운운하는 비난자체가 황실을 향한 불경죄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립투사 박열은 일본의 대역죄인이 됨으로서 한국역사상 위대한 영웅이 되었다.      2001/08/03 http://www.issuetoday.com/11_press/10_mpage_view.asp?pk_n4Bulletin=27512&w_mode=1&page=1 =============================================================================== "Hirohito and the making of modern Japan"는 동방도서판매에서 작년에 나왔습니다. 이건 매진된 거 같고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중이군요. 35달러인데 할인해서 28,600원인 거 같습니다. (http://www.tmecca.co.kr/search-script/isbnsearch- kor.html?isbnstr=006019314X) Herbert P. Bix는 일본의 전쟁범죄와 소화천황에 대 해 관심이 많은 걸로 보입니다.  관련된 자료로 재판기록인 '金子文子·朴烈裁判記錄 / 再審準備會編'(1977) 이 성균 관대 도서관에 있으며 국사편찬위원회의 사료모음집과 박열 본인의 '新朝鮮革命論' (1989,범우사)이 국편 자료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