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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안락한 호텔에서의 하룻밤도 좋지만, 때로는 풀벌레 소리, 새벽녘 나지막이 떨어지는 빗소리를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는 캠핑은 그만의 '맛'이 있다. 호텔보다 번거롭지만 약간의 불편함이나 투박함 마저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 맛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며 주말이면 캠핑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주말마다 캠핑을 즐기기엔 짐이 너무 많다. 매번 텐트를 쳤다가 접었다가 하는 것도 일이다. 그저 가볍게 떠나고 싶은 사람들은 그 단계 또한 미니멀하게 바꿔버렸다. 텐트를 치는 단계도 과감하게 생략하고 차 한 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른바 ‘차박 캠핑’이 이 분야의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기 캠핑의 매력에 빠져 주중에는 남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도심을 떠나는 여행가가 있다. 차박 캠핑을 즐기며 특별한 낭만을 꿈꾸는 캠핑 블로거 12년차 은준님을 만나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여행지
아이들 이름의 앞글자를 딴 닉네임으로 캠핑을 다녔을 뿐인데 이제 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해졌다는 은준님. 처음 시작은 오토캠핑이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캠핑용품을 정리하게 되었다고. 야외에서 간단한 캠핑 장비를 펼쳐놓고 뒷좌석에 잠자리를 만들어 낚시하며 하룻밤을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박을 시작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캠핑’ 그 자체보다는 아웃도어에 집중한 것. 차박은 기동성이 좋고 짐을 줄일 수 있어 어떤 여행지든 큰 고민 없이 바로 떠날 수 있다.
특히 차박 캠핑은 캠핑장, 오지 캠핑할 것 없이 텐트 구축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텐트 구축에 소모될 에너지와 시간을 세이브하여 여행지 자체나 아웃도어에 더 투자 할수 있다는 것. 기본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캠핑용품만 세팅하고, 최대한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공간이 되는 차량을 가지고 있다면, 프라이빗한 나만의 잠자리를 만들 수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아름다운 뷰를 발견하면, 차를 세우고 어닝이나 타프를 펼쳐 준다. 곧바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나만의 여행지가 완성된다. 이 맛에 캠핑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고.
차세울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내 숙소가 된다.
차만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하룻밤 지낼 수 있다. 사람이 많은 여행지에 갔을 때 숙소를 구하지 못해서 여행지까지 가서 모든 스마트폰을 들고 숙소 서치에 애먹을 필요가 없다. 차박은 차량 내부, 루프 등에 약간의 튜닝을 하면 별도의 전용 캠핑카가 없어도 충분히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은준님은 그랜드 카니발을 그의 평소 출퇴근용으로 쓰고, 주말에는 캠핑카로 사용하고 있다고. 특히 최근에는 캠핑 붐으로 인해 전용 캠핑장이 매우 편리하게 잘 되어있지만, 캠핑만의 야생, 오지스러운 느낌과는 차박이 더 가깝다. 하지만 튼튼한 차량은 텐트보다 안전하다. 이런 다양한 매력으로 최근에는 차박 동호회도 많이 생기고 있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랜드 카니발, 내 캠핑카가 되어줘
차박 캠핑에 있어서 잠자리도, 생활 공간도 되어주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차량. 차량 선택은 차박에 있어 첫 출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준님은 캠핑 차량을 선택할 때에는 잠자리를 확보할만한 충분한 공간성이 있는지, 어닝이나 타프를 설치하기에 적당한지를 기본적으로 체크하라고 조언했다. 은준님의 경우 출퇴근과 캠핑, 두 가지 용도를 모두 만족시키는 차량을 찾았다. 그의 선택을 받은 차는 그랜드 카니발. 캠퍼들 사이에서는 이미 캠핑카로 최적화되어 있다고 인정받고 있어 사실상 선택이라기보다 캠핑 버킷리스트 중 1순위에 있었다고. 내부 공간이 넉넉하여 캠핑 장비를 실어도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었고, 과하게 크지 않아 출퇴근용으로도 적당했다.
그랜드 카니발 같은 경우 3열을 접고 2열을 탈착하거나, 2열을 폴딩 시킨 후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3열 부분을 튜닝하면 평평한 바닥을 만들 수 있다. 은준님의 경우 출퇴근과 캠핑장비를 싣고 다니기 때문에 튜닝 없이 2열을 탈착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캠핑 장비로 평탄 작업을 하여 2명이 충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잠자리를 만들 수 있어서 카니발을 선택했다.
튜닝빨은 넣어둬 넣어둬~!
튜닝없이 잠자리 만드는 방법
은준님은 오토캠핑도 겸하고 있고 업무상 뒷좌석을 튜닝하기가 어려워, 별도의 튜닝 없이 에어박스, 에버매트, 비비큐체어, 쿨러스탠드, 벤치체어 등 가지고 있는 캠핑 장비를 활용해서 잠자리를 만들었다. 2열을 탈착하면 잠자리 제작이 더욱 쉬워지지만, 2열을 폴딩한 상태에서 잠자리를 만들었다. 2열 좌석을 접은 상태에서 2인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 경제적으로 차박 캠핑카로 변신시킬 수 있다.
캠핑 장소에 도착하면 2열을 폴딩 시켜준 후 뒷좌석에 장비를 어느 정도 빼 공간을 확보한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비비큐 체어, 쿨러스탠드, 벤치체어 등을 트렁크 쪽에 펼쳐준다. 체어 밑으로는 장비를 수납할 수 있어서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간다면 모두 실을 수 있다.
폴딩된 2열 좌석과 펼쳐놓은 장비들은 높이가 어느 정도 맞기 때문에 그 위에 에어매트를 펼쳐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 수 있다. 카니발 리무진에는 120cm 에어매트가 넉넉하게 들어가 2인이 잠자리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사이즈다. 출퇴근과 캠핑을 병행하기에는 최적의 차량이라고 생각한다. 3열 뒷창문을 살짝 열어두면 환기가 가능하고 릴선 출입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차박,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차박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캠핑의 목적보다는 낚시, 카약, 제트스키, 등산 등 다른 취미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오토 캠핑과는 달리 차박은 잠자리뿐만 아니라 간단하게 차량에 연결해 햇빛, 비를 막아줄 수 있는 차량용 어닝, 타프를 장치할 수 있는 장치를 차량에 달아주는 것이 좋다.
야외 캠핑인 만큼 계절에 따른 장비 준비도 필수. 침낭은 기본이고 핫팩이나 보조배터리로 발열 가능한 보온매트도 준비하는 것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추위를 대비할 수 있다고. 무시동 히터 등을 설치할 여건이 안된다면, 두껍고 야무진 침낭과 핫팩은 꼭 마련해두어야 한다. 간절기 캠핑 시에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형 난로를 준비해두면 밤이나 새벽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차박은 주로 오지나 노지로 다니는 경우가 많아 오프로드 전용 차량이 아니라면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이 있는지 경로를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또한, 차를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장비를 세팅하여 위급상황 발생 시 빠르게 철수할 수 있도록 미니멀한 캠핑을 즐기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노지나 오지에서는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쉽게 발생한다. 혼자 가는 여행도 낭만적이지만, 동호회나 가족, 친구들과 일행으로 같이 가는 것이 더욱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일 수 있다. 오지일 경우에는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호신용 제품이나 비상 연락망에 쉽게 누를 수 있도록 세팅해두면 안심할 수 있다. 은준님은 가끔 군복을 착용한다고.
차박하기 좋은 연천 주상절리
12년 내공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냐는 질문에 은준님은 아무래도 그랜드 카니발을 이용하기 편했던 장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특히, 연천의 주상절리의 경우 지자체에서 동계 행사를 위해 평탄 작업을 미리 해두어 오프로드 차량이 아니어도 진입이 수월하다. 장소에 따라 화장실 거리도 멀지 않고, 강가 앞에 주상절리가 장관으로 펼쳐져 있어 눈과 마음이 즐거운 곳. 간단하게 낚시도 할 수 있어 한 해에도 몇 번이나 찾을 정도로 추천하는 장소다. 차박을 하면 낚시 도구도 바로 옆 차량에 전부 세팅할 수 있어 간편하고, 그 자리에서 고기를 잡아 라면을 끓여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 즉석에서 요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차박의 큰 장점이다.
그야말로 훌쩍 떠나고 싶은 날, 숙박 시설은 진부하지만, 그렇다고 야외 취침은 불안할 때.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여행가들에게 딱 어울리는 차박 캠핑. 내가 만든 잠자리에 누워 선루프를 열면 밤하늘의 별이 보이고, 자연의 소리를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 이번 주말은 차박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차 한 대 댈 공간만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