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사진은 제품의 홍보와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사진이다. 현대인들은 상품 사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상품 사진을 보며 하루가 끝이 난다. 자본주의 사회에 상품 사진은 꽃이면서도 공해다. 상품 사진이 가지고 있는 양날의 칼은 사용자의 입장과 공급자의 입장으로 다루게 된다.
상품 사진이란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의 이미지를 극대화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사진이다. 상품 사진은 사진의 예술성보다는 경제성에 더 중점을 둔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상품 사진은 이미지를 통해서 제품과 인간의 소통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상품 사진은 공산품부터 식료품까지 모든 상품을 그 대상으로 한 사진이다. 자동차, 휴대전화, 컴퓨터, 시계, 책, 피자, 통닭 등 모든 제품의 홍보와 판매를 위한 것이다.
상품 사진은 제품 그 자체를 놓고 촬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델을 활용해 제품과 사람의 친숙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모델로 기용했다고 하면 그 제품도 은연 중에 최고라는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머리에 새겨지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를 기용해 만든 화장품 사진은 제품의 품질에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배우가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상품 사진을 보는 구매자는 제품을 사용하면 그 배우처럼 될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상품 사진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일종의 세뇌 작업을 하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이다. 상품 사진의 특징은 만드는 사람과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 간의 제한적 소통 관계이다. 상품 사진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종의 트릭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우유 빛깔을 표현하기 위해서 실제 우유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색소를 이용하기도 한다. 제품이 돋보일 수만 있다면 사진을 만드는 사람들은 많은 노하우를 발휘해 다양한 방법으로 찍는다.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만든 이미지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중은 상품 사진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라면 한 그릇과 실제 설렁탕 한 그릇을 사용해 제품의 이미지를 생산했다면 소비자는 라면 한 그릇의 영양성분이 설렁탕과 비슷할 것이라는 일종의 자기 최면을 하게 된다. 과장 광고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품의 실용성에서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관적 관점에서 본 제품의 품질은 과장 광고가 될 수 없다.
상품 사진 만들기
상품 사진을 찍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상품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상품에 대한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모델을 기용해 제품과 사람의 친숙함을 표현한다. 충분한 조명을 사용해 조리개를 최대한 닫아서 제품의 선명한 이미지를 재창조한다. 제품에 따라서 야외에서 자연광으로 촬영해야 더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도 있다. 스튜디오에서는 흰색 백드롭(배경으로 사용하는 막)을 사용해 제품의 순수한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다. 흰색 백드롭은 나중에 포토샵으로 보정하기에 용이할 수도 있다. 상품에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최대한 밝게 촬영해야 한다. 음료수의 경우에는 백라이트를 사용해 액체를 아름답게 표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시원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도 있다. 상품 사진은 작가의 다양한 창조성과 노하우로 제품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용하기 위해 의류나 신발과 같은 제품을 찍을 때는 화이트 밸런스를 사용해 제품의 색을 바르게 표현해야 한다. 화이트 밸런스는 인공조명의 색 온도에 의해서 사진의 색이 원래의 색보다 차갑게 또는 따뜻하게 표현되는 것을 흰색으로 잡아주는 것이다. 원래의 색보다 따뜻하게 나타나는 것은 노란색이나 붉은색 계통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차가운 색은 파란색 계통의 색이 첨가된 것을 의미한다. 화이트 밸런스는 DSLR 카메라 메뉴에 들어가서 수동으로 잡아주면 된다. 패션을 주제로 한 상품 사진은 소비자의 색에 대한 판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모니터와 실물을 비교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류의 경우엔 L자형 플라스틱판에 펴서 촬영할 수도 있으며 마네킹이나 모델을 사용해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새내기 인터넷몰의 경우엔 예산이 부족해 직접 상품 사진을 찍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거실이나 작은 방 하나를 스튜디오로 만들어서 저가의 인공조명과 DSLR 카메라 한 대로 상품 사진을 제작할 수도 있다.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선 텅스텐이나 형광등 계통의 인공조명기 세 대와 삼각대 그리고 DSLR 카메라가 있으면 된다. 백드롭은 흰색의 큰 하드보드지를 사용해 만들 수도 있다. L자형 상품 진열대도 하드보드지를 사용해 직접 제작하면 된다. 최대한 선명한 이미지를 얻은 후에는 흰색의 배경을 포토샵을 이용해 더욱 흰색으로 만들 수 있다. 보석이나 시계류 그리고 액세서리류는 반사 돔이란 것을 사용해 더욱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 반사 돔은 둥글게 생긴 흰색 반원형 투명통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구멍이 나 있는 제품이다. 반사 돔 안에 제품을 넣고 위에서 조명을 비추면 전체적으로 은은하게 빛이 스며든다. 시계와 작은 보석 종류는 반사가 심하기 때문에 반사 돔을 사용하면 난반사를 예방해 제품이 더욱 환하고 우아하게 찍힌다.
상품 사진은 사진작가들의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전달받기가 힘들다. 좋은 상품 사진을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실험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좋은 선배를 만나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다.
이미지 마케팅
이미지 마케팅의 가장 대표적인 분야를 뽑으라고 한다면 성형외과를 지목하고 싶다. 성형외과는 성형 전과 성형 후의 극대화한 이미지를 통해서 병원의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정한 성형외과는 연예인들에게 무료로 성형 서비스를 제공해 이미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배우를 보면서 일반인들은 성형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이미지 마케팅의 실체가 여기에 있다. 보이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고 한다면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모든 상품 사진은 어느 정도의 보정을 거친 것이므로 현대의 소비자들은 이미지 마케팅의 상술에 빠져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블 TV의 대부분은 홈쇼핑 채널이다. 인터넷에서는 광고 사진과 미끼 기사에 포함된 상품의 이미지들이 마케팅에 사용된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이미지 마케팅의 피해자들이다. 이미지 마케팅의 상술에서 벗어나는 길은 미디어를 끊고 산으로 들어가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미지 마케팅을 이용해 상품을 파는 이들도 결국은 다른 이미지 마케팅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서로 피해를 주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미지 마케팅의 변종인 소셜커머스는 소비자가 곧 홍보자이며 사용자라는 신개념 비즈니스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인터넷상에 무료로 상품 사진을 제작해 홍보를 해주면서 소비자에게는 할인이라는 미끼를 던진다. 업체가 제품을 판매하게 되면 소셜커머스 업체는 10%에서 많게는 15%까지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업체는 무료로 제품을 홍보해서 좋고,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해서 좋고, 소셜커머스 업체는 팔린 만큼 수수료를 챙겨서 좋은 것이다. 삼박자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소셜커머스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2000억 원의 시장을 개척했으며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다. 이미지 마케팅의 진화가 어디까지 갈지 미지수이지만 상품 사진과 현대인은 이미 강한 결속이 되어 있는 것이다.
상품 사진과 현대인
현대인들은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면서 적어도 수백 개의 상품 사진에 노출된 채 하루를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지하철이나 버스의 벽면에 있는 상품 사진을 보게 된다. 이동 중에 DMB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인터넷 기사나 방송을 보기도 한다. 운전 중이라면 빌딩의 옥외 광고 전광판 또는 버스의 외부에 새겨진 광고 사진에 노출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인터넷을 하고 있다. 인터넷의 대부분은 광고로 가득 차 있다.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다양한 상품 사진과 홍보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잇몸이 아플 때 먹는 약, 휴대전화하면 떠오르는 기업, 그리고 부의 상징인 자동차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현대인들은 수 만 가지의 상품 사진에 매일 노출되어 자신도 모르게 점점 세뇌되고 있는 것이다.
상품 사진과 대중의 소통은 이렇게 묵시적인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짜로 나누어 주는 타블로이드 신문과 인터넷 기사의 경우에는 정보 소비자들이 묵시적으로 상품 사진을 허용해 주기 때문이다. 현대의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자본주의적 환경이 주는 득과 실에 대해서 한번 고민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본주의 꽃과 공해
상품 사진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상품의 이미지 극대화가 필요하고 제품이 팔려야 자본이 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처럼 내수 시장이 작은 경우엔 빠른 자금 회전과 제품의 사이클이 생명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나라들은 제품의 사이클이 적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곳은 지금도 예전의 상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의 경우 휴대전화 평균 사용기간은 2년 미만이다. 자동차의 경우엔 평균 교체 주기가 4년 미만이다. 휴대전화의 경우엔 매년 수십 가지의 신제품이 쏟아진다. 자동차의 경우도 매년 다양한 신차가 나온다. 신제품이나 신차가 나올 때마다 관련 상품 사진을 수십 종 내놓는다. 상품 사진 한 장의 의미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투자한 제품의 최종 얼굴을 소비자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상품 사진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상품 사진이 지나치면 자본주의의 이미지 공해가 될 수 있다. 보기 싫어도 억지로 봐야 하는 소비자의 불만과 고통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공해를 피해서 산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품 사진에서 여성의 섹시함을 지나치게 강조해 성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된다. 보이지 않는 서브리미널 메시지(subliminal message)를 사용한 상품 사진도 큰 문제가 된다. 서브리미널 메시지는 상품 사진의 이면에 인간의 성적 자극을 건드리기 위해서 교묘하게 성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쇼핑 중독에 빠진 주부들과 1년 월급을 명품 백에 투자하는 20대들과 게임 아이템을 사기위해 일탈 행위를 하는 10대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이다. 상품 사진의 공해는 이러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생산하는 데 일조한다는 것에 어느 정도는 공감할 것이다. 상품 사진의 공해를 정화하기 위해선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발전을 위한 사회적 정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