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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 거듭나기
박정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8월 / 144쪽 / 5,000원
▣ 저자 박정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 유학, 재정분권화를 주제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에 귀국하여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7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2000년 1월 강철규 교수와 함께 반부패행정시스템연구소를 설립했고, World Bank의 컨설턴트로서 분권화, 반부패정책, 의회예산정책 관련 세계 컨퍼런스와 포럼에서 발제를 맡거나 총서의 집필을 담당했다. 2004년부터 2년 간은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심의관으로 재직했고, 조세정책과 관련해 세상을 보는 칼럼을 써왔으며, K-TV 진행 등을 통해 정책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기도 했다.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공공재정론, 재무관리론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교육개혁포럼 기획위원장 등 NGO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저로 『Challenging Corruption in Asia : Case Studies and a Framework for Action』, 『부패방지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 : 한국행정부문』, 『선진경제진입과 법치원리확립』, 『인적자원의 확충과 보호』, 『자율과 책무의 학교개혁 : 평준화 논의를 넘어서』, 『자율과 책무의 대학개혁 : 제2단계의 개혁』 등이 있으며, <The Governance Reform of Higher Education in Korea> 등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 Short Summary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수학․과학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시작해서 이만큼 살게 된 것도 교육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초․중등학생의 해외유학이 급증하고, 아이들은 학교공부보다 과외수업에 여념이 없다. 대부분의 학교가 획일적이고 선택의 여지없는 평준화를 고집하고, 도시지역 교육과 농촌지역 교육의 차이가 인정되지 않는다. 미국을 제치고 대학진학률 세계 1위를 기록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육은 보통 교육화 되었다. 그러나 정작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은 단 하나밖에 없고, 대졸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들은 기업의 인적자원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학교육의 부실을 불평하고 있다. 여전히 학교시설은 낙후되어 있고, 지역사회와의 공동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설의 효율적 이용수준도 높지 않다. 대학과 기업은 서로 불신이 깊어, 연구개발 관련 협력도 미진하고, 산․학․연 연계투자도 부진하다. 이와 같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이다.
교육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이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중요하다. 우리의 유전자에 과외인자가 들어 있다는 따위의 자조적인 비판만으로는 고질적인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도한 평등주의 문화와 중앙집권적 전통을 이해하는 한편, 여기에 자유주의를 조화시키는 균형 있는 교육이념의 설정 및 확산이 필요하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도 평등주의와 함께 자유주의를 인정해야 한다.
다음은 교육정책 결정과 집행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다. 공교육정책 결정은 개인적 선택과는 다른 집단적 의사결정의 산물로 정치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이익집단 간의 갈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의 교육열, 교육을 국가적 아젠다로 상정하는 교육개혁의 열망을 잘 활용하면 선진국가 건설에 유용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점진적인 접근이 쾌도난마보다 우리의 교육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 차례
책을 내며
프롤로그
1. 우리의 교육, 왜 계속 실패하는가
01 교육이 거듭나야 하는 이유
02 왜 계속 실패하는가
03 개인적 선택과 집단적 선택의 딜레마
04 교육개혁의 성공방정식을 찾아라
2. 교육개혁의 비전 10
01 평등주의와 능력주의 교육이념의 조화 - 고교평준화
02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교육 - 교육자치
03 공정한 평가제도로 교육 기능 찾기 - 학생평가
04 경쟁력 잇는 교원평가로 교육현장 다지기 - 교원임용 및 평가
05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교육 시스템 - 학제 개편
06 학교교육의 내실화 - 사교육과 공교육
07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을 위한 다양한 체제 구축 - 대학입시
08 대학 경쟁력의 강화 -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09 특성화로 되찾는 지방대학의 생명력 - 지방대학 살리기
10 능력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사회 - 학벌사회
3. 교육개혁을 위한 환경 바꾸기
01 자율화 논리와 공동체 논리의 보완
02 관행과 문화의 거듭나기 - 다른 것은 다르다고 인정하자
03 유비쿼터스 교육부의 역할 축소
04 점진적 접근의 지혜
에필로그
한국 교육 거듭나기
박정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8월 / 144쪽 / 5,000원
1. 우리의 교육, 왜 계속 실패하는가
교육이 거듭나야 하는 이유
학력과잉의 덫에 걸린 한국 : 누군가 “학력과잉의 덫에 걸린 한국”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학력과잉 문제는 한국인의 학력지상주의와 그릇된 직업관, 지식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인적자원관리시스템은 막무가내식 대학진학으로 인해 심각한 학력과잉의 덫에 걸려 있다. 고급인력은 넘쳐나는 반면에 기능인력은 심각하게 부족하여 50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과 국가에 큰 낭비와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가정을 파괴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우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화․고령화 시대에 평준화정책은 경쟁력이 없다 : 세계화 시대란 신기술 네트워크 시스템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세계시장 규모의 국제규범이 확산되고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우리의 교육은 글로벌 표준을 지향하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학이 대중화되어 대학원이 대학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는 현상은 고비용사회의 단면이다. 정부는 사회의 수요에 걸맞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에 가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엄격하게 분류하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여 교육과잉이 가져오는 비극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른 선진국처럼 실용적인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경쟁력 있는 직업학교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평준화정책을 지양하고, 학력지상주의나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낡은 편견에서 벗어나 다원화된 지식사회에 걸맞은 의식과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왜 계속 실패하는가
공급자 중심의 교육정책 : 우리 교육의 틀은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으로 짜인 개발시대의 산물이다. 교육공급권을 틀어쥐고 있는 정부가 각종 규제와 통제를 통해 교육생산의 양과 질을 관리하고, 공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모든 학교에 획일적인 교육내용과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공급자 일변도의 교육정책은 학교운영과 교육과정을 타율적 규제․감독에 맡긴다는 점에서 교육관료․학교․교사를 비롯한 교육공급자의 창조성이나 자발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교육공급자들 간의 경쟁은 줄어드는 반면에 학생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선택의 폭도 좁아져 입시지옥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 섣부른 정부의 개입이 학부모와 교사간의 파트너십을 손상시켰고, ‘개혁피로증후군’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정부의 교육정책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 교육개혁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이익집단 간의 갈등 때문이라기보다는 집단적 의사결정 규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개혁의제가 잘못 선정되고, 전략과 접근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교육투자구조 또한 공․사교육 모두에서 심각한 형평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는 교육비 수준은 낮은 반면, 학부모가 직접 부담하는 교육비 수준은 매우 높다. 게다가 저소득층을 위한 학자금 지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사부담 공교육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학에서 매우 심각하다. 정부의 대학 지원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국립대학에 집중됨으로써 미래 기대소득이 높은 고소득층 자녀의 학비 부담만 덜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성공방정식을 찾아라
교육개혁에 성공하려면 : 현실이 이론에 부합하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이론이 잘못된 것이라며 비난한다. 여기서 이론이란 헌법적 민주주의의 논리적 기초(logical foundations of constitutional democracy)가 되는 국민적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개혁을 위한 노력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점진적인 개혁의 지혜를 무시하고 급진적 개혁의 신화에 빠져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뉴턴의 선형적 세계 속에서는 작은 변화는 작은 효과를, 큰 변화는 큰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비선형적 복잡성의 세계에서는 작은 변화가 파격적인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혼돈이론에서 말하는 이러한 원리는 교육 분야에도 잘 적용된다.
교육정책이야말로 선형적으로 질서정연하게 운행되는 존재가 결코 아니며, 교육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역사성을 지닌 채 서로 맞물려 상호 작용한다. 교육 거듭나기에는 무엇보다도 예측 가능성과 책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선 개혁의 비전을 이해관계자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모두가 왜 개혁이 필요하고 개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미래의 학교와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제도 개혁과 문화개혁이 필요한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어떤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확실한 공동의 이해와 인식을 가져야 한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이기에 교육을 구성하는 부분적인 요소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채 상호 작용한다. 하나를 바꾸면 다른 것도 영향 받는 관계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종합적․시스템적 접근이 요구된다.
실전 교육개혁 : 과거 전문가 집단, 혹은 교육부 및 교육청 관료에 의해 상명하달식(top-down)으로 시행되던 개혁방식에서 탈피하여, 현장경험을 존중하여 교사와 학부모 등의 참여와 제도적 실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장 중심 방식(local-knowledge approach)'으로 교육방식이 개혁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장 중심 방식이 요구되는 개혁 부문에서는, 개혁안의 개발은 물론이고, 개혁안을 실행하는 과정에 대한 평가에도 실질적인 교육개혁의 주체들인 학부모․교사․교장 등을 참여시키고, 교육 분권화를 추진하여 보다 많은 재정적 자율성을 지역 및 단위학교에 이양해야 한다.
2. 교육개혁의 비전
평등주의와 능력주의 교육이념의 조화 - 고교평준화
교육기회 평등 vs. 수월성 : 교육기회의 평등과 사교육비 경감을 자신 있게 내세웠던 고교평준화 30년은 도리어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무엇보다도 평준화가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교육에 있어서 선택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고교평준화 시행으로 교육기회의 균등성․형평성은 크게 확대되었지만 우수한 학생, 특별한 적성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개발 차원에서, 즉 수월성 교육 차원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평준화의 기본 틀을 일시에 깨버리면 오히려 과거와 같은 입시 과열, 중등교육 파행, 학원교육 창궐,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 등 현재 고교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발생하여 교육현장에 더욱 많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최대한 열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학교의 다양화 : 첫 번째로 평준화의 틀 속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율학교, 대안학교, 자립형사립고, 특목고, 특성화고, 영재학교 등의 확대는 학교 교육을 다양화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과정은 다양성을 존중하기보다는 단일한 목표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왔다. 점차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데는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많다. 둘째는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대안학교의 확대 방안이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으며, 대안학교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넷째로 특성화고등학교의 확대는 실업학교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교육 - 교육자치
학교의 자율성 확대 : OECD 국가들은 공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리고 결국 그 해답을 학교 자율화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자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그 해결방안의 중심에 단위학교의 자율성 강화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학교 자율화를 위해 단위학교 책임경영제를 지향하고 있으나 학교는 여전히 관행적 지시에 좌지우지되고, 사회적 수요와 학습자의 다양한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진정한 교육 자율화의 정착을 위해 기존의 학교경영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자율적인 의사결정제도의 마련이 절실하다.
교육자치와 지방자치 이원화 문제 : 교육자치라는 이름 하에 일반지방행정으로부터 분리․시행되고 있는 현행 지방교육행정제도는 지방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나 교육주체의 실질적인 책임성 보장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재구조화 문제는 어느 한 쪽이 옳고 다른 쪽이 그르다고 명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는 정책적(집단적) 선택의 문제이며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배경을 가진 복잡한 주제임에 틀림없다. 교육의 주요 행정과 재정권한을 단위학교에 좀더 가까운 기초단위로 분산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때,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엄격한 분리 및 교육자치가 광역단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학교 자율화 방향과 거리가 있다. 교육자치와 일반 지방자치의 이원화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행정 및 재정체계에서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서 부분적인 변화만으로는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고, 관련 이해집단 간의 견해 차이로 인한 충돌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행정 및 제정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자치를 위한 실천 방안 : 단위학교는 학부모, 교사와 아울러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학교교육을 직접 관장해야 한다. 교과과정 등은 상위 단체에서 결정하더라도, 교수방법, 학급구성, 학교운영비 사용 등에 대해서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도 제고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교육 분야에서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이는 주로 해당 지역의 교육환경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다. 교육자치의 효과가 궁극적으로 교육의 성과라고 할 때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실제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는 학교자치라고 할 수 있다.
교육자치의 장기적인 목표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교육재정과 일반재정을 통합하여 현행 ‘지방교육자치제’에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있는 ‘지방자치’를 강화한다. 둘째로 ‘지방자치’의 의미가 강화된 ‘지방교육자치’를 강화한다. 둘째로 ‘지방자치’의 의미가 강화된 ‘지방교육자치’를 기초 자치단체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교육제도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가 학교자치에 있음을 고려할 때 교육의 분권화는 학교단위에 가장 가까운 기초 자치단체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의 장기적 목표를 일거에 달성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교육은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며, 이와 같은 변화로 인해 여러 집단 간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교원평가로 교육현장 다지기 - 교원임용 및 평가
교원양성제도의 허점 : 흔히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고 한다. 교육의 수준이 교사의 자질과 능력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교사의 자질이 이처럼 중요한데도 교원의 선발․양성․재교육 등 교사의 자질 향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취약하기만 하다. OECD 교육국 평가에서 우리나라 교원체제 일반에 대해 내놓은 권고안 가운데 ‘교사의 육성과 양성’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교원양성제도의 문제점으로 첫째, 교원양성 여건 부실, 양성 프로그램과 학교교육과정의 연계 미흡, 둘째, 교원양성기관의 질적 관리 부족으로 인한 양성의 질적 저하 및 정체성 위기, 셋째, 예비교사의 자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격 및 임용제도를 들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교원양성정책은 한마디로, ‘양성은 대학에 맡기고 국가는 필요한 정원만 뽑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것이었다. 정부는 임용의 질을 유지하면서 수급의 문제를 조정하고, 양성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 능력평가에 머물고 있는 현 임용시험으로는 훌륭한 교사를 선발할 수 없다. 이는 OECD 권고안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교사들의 양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전문성을 신장시키려는 제도적인 노력이 부족하다. 교사 재교육의 문제를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리 개선을 위한 여건을 정비해야 한다. 교원평가는 학교의 책임성을 증진시키고 교사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 학교 당국,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모두가 대체로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을 위한 다양한 체제 구축 - 대학입시
수능․내신․대학별 전형의 균형 : 대학입시는 학생 개인으로서는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고, 대학으로서는 대학의 위상을 평가받는 기회이며, 국가적으로는 대학교육을 통해 길러낼 인재를 선별하는 장치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최근의 대학입시는 미흡하나마 대학의 특성이나 여건에 따라 나름대로 다양화․전문화․특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수학능력시험, 소위 수능은 아직까지 대학입시 결과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1969년부터 중학교 무시험 추첨 배정이 시작되고, 1974년부터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이 실시되면서 고등학교 졸업자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학입시 경쟁이 과열되고, 입시 준비를 위한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등 대학입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1981년부터 대학입학전형에서 소위 국어․영어․수학 위주의 본고사를 폐지하고,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중요한 전형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내신 성적의 반영에 있어서도 지역 간, 학교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 차이를 무시하고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를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학교 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화․전문화․특성화를 지향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의 대학별 전형자료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여건이 다양화․전문화․특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사교육비 증가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8․26 대입제도 개선안 검토 : 먼저 수능 9등급제는 치열한 점수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표준점수 백분율을 제공하지 않고 등급만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과연 수능 등급제가 공정한 게임과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수능의 변별력을 유지하면서 내신 부풀리기와 같은 점수 경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8․26 대입제도 개선안과 관련하여 고교등급제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었다. 고교등급제란 각 지방마다, 학교마다 성적 차이가 나는 현실을 감안하여 각 지역별, 학교별 등급을 나누고 차등적으로 가산점을 적용하는 제도다. 새 대입제도 개혁안의 내신 9등급제 적용과 관련해서는 학교교육을 충실히 운영하면서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내신 성적과 관련한 교사들의 업무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내신평가의 기준이 객관적으로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입제도는 수능 비중을 차츰 줄여나가면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 경쟁력의 강화 -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대학의 자율권 : 우리나라 헌법 제 31조 4항을 보면 ‘대학의 자율성은 보장된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권이란 우수 학생 확보, 우수 교원 확보, 충분한 재정 확보, 효과적 운영이 가능한 학사 시스템, 투명하고 효율적인 대학의 거버넌스 구조 등에서 대학이 자율성을 가지고 이념과 철학, 비전에 기초하여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자율권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 대학의 자율권은 대학의 학생선발권에 국한되어 있는 듯하다. 품질이 아니라 브랜드가 중요한 학벌주의, 선발이 거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대학교육제도, 한 번 선발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졸업하는 상황 등으로 졸업 시의 수준보다 최초의 선발이 중요해진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시험성적 위주의 학생선발 관행이다. 이는 중요한 전형자료인 학생부조차 제대로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전문역량을 갖춘 사람이 대학 안에 없다는 인식에 기인할 것이다.
3. 교육개혁을 위한 환경 바꾸기
자율화 논리와 공동체 논리의 보완
우리나라의 미래는 자율화에 기반을 둔 공동체주의의 균형점 찾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 자유주의는 공동체주의와 반드시 상호 보완의 관계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교육개혁에서 자유주의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총체성과 역사성 두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비단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법 등 사회 전체에 걸쳐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내세우는 참여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바로 자유주의가 강조하는 사회제도다. 교육 거듭나기를 위해서 자율화는 확실하게 자유주의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자유주의는 전체주의나 개입주의와 대비되는 다음의 다섯 가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 자유 보장의 원칙이다. 자유는 상이한 목표와 선호를 가진 구성원 개개인의 진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며, 경제활동에서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강조한 것처럼 사유재산제도의 확립이야말로 경제․사회 발전의 필수조건이다.
셋째, 경쟁의 원칙이다. 원래 사람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경쟁이 사람을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고 한다.
넷째, 공정성(fairness)의 원칙이다. 아폴로 안톤 오노처럼 경기 중에 다른 선수의 발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쟁이 효율적이려면 선수들이 반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정보 공개의 원칙이다. 정보 공개의 원칙은 자기책임의 원칙, 경쟁의 원칙, 공정성의 원칙이 지켜지기 위한 인프라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학생평가· 교사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과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고 이를 위한 경쟁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때 고질적인 사교육의 문제도, 학벌사회의 문제도 극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