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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21. 공감5시
제목: 우두산이야기
1. 오늘은 춘천의 명산 우두산에 대해서 소개해 주신다고요. 우두산은 춘천에 있는 산 아닌가요?
우두동과 율문리 사이에 뻗어 내린 해발 133m의 야트막한 산입니다. 산의 형상이 마치 용이 몸을 틀어 나는 모양이라 하기도 하고, 하늘소(天牛)가 강을 건너는 형상이라 하여, 풍수가들이 최고로 꼽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산꼭대기에는 현재 충열탑이 있어서 매년 현충일이면 행사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자동차가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접근이 아주 용이합니다.
2. 그럼 이 산이 유명하게 된 것은 풍수적으로 뛰어났기에 그런가요?
아무래도 그 영향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풍수하면 일찍이 신라시대에 도선국사로부터 그 사상이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풍요롭고 편안한 땅을 찾아 터를 잡고 사는 양택풍수와 죽어 좋은 곳에 묻혀서 자손의 부귀와 발복을 이어준다는 음택풍수가 가장 큰 가닥인데, 바로 이 우두산이 이 두 가지를 두루 갖춘 곳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이곳에 얽힌 이야기들은 모두 살기 좋은 곳과 솟아나는 무덤 곧 ‘솟을 뫼’라는 것에 귀결됩니다. 이것은 봄물이 솟아 흐르는 춘천이라는 지명과도 연계가 됩니다.
3. 살아서 살기 좋은 땅, 죽어서 자손의 부귀발복을 이루어 준다. 정말 좋은 뜻입니다.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갈구하는 그런 이상향이라 할 수 있네요. 그럼 어떤 이야기들이 전하고 있나요?
춘천에서 가장 먼저 고대국가 형태를 띠고 정착했던 나라는 맥국이라고 합니다. 이 맥국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고조선의 후예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열어 맥국이라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의 샘밭에 있는 발산리라는 곳에 도읍을 정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첫 번째 이야기는 단군의 신하 팽오라는 사람이 이곳에 와서 길을 뚫고, 이곳을 우수라 하고 그 앞을 흐르는 강을 우수하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이야기가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런데 발산리에서 가까운 우두산은 맥국의 진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고조선은 환인의 아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태백산에 도읍을 정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천손이라 합니다. 이 사상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하늘에 제사를 하는 풍습이 남아 있습니다. 조상이 죽으면 하늘과 가까운 산으로 간다고 해서 무덤도 산소라 하잖아요. 이 때문에 우두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는 제천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4. 해발 133m의 야트막한 산인데 역사적으로 상당히 깊은 의미가 깃들어 있네요.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는 제천단에 관한 이야기라면 단군할아버지와 관련이 있겠네요?
1984년에 출간된 『춘주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오늘은 우두산에 전하는 여러 이야기 중에 『춘주지』에 전하는 이야기를 풀어봐야겠습니다. <우두산>이라는 항목에 나오는 이야기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天祭壇이 峰頂에 있으며, 이곳에서는 옛 풍속과 같이 매년 10月 3日 開天節에 男女가 좋은 옷을 입고 단군조상을 제사하며 제천행사를 가졌다. 제사 후 각 마을의 農事와 蠶絹을 品評하여 施賞 論功하며 하루 종일 놀았다.”
이 구절에 의하면 우두산 꼭대기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단이 있었는데, 이 단을 천제단이라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천절에 사람들이 모여 단군조상을 제사하며 제천행사를 했고, 농사의 잘 됨과 누에고치의 잘 됨을 말하고 시상까지 하며, 하루 종일 놀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곧 우두산에서 축제가 열렸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5. 축제요? 산에서 열린 축제! 가을에 단군조상을 제사하며 축제를 열었다. 참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그렇지요. 10월 3일이면 모든 추수가 끝나고, 풍요를 구가할 때잖아요. 곳간이 가득차고 겨울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월동준비가 끝났으니, 이 보다 좋은 때가 없는 것이지요. 이런 풍요가 온 것은 조상들의 보살핌으로 이뤄졌다고 믿은 겁니다. 그래서 조상들이 죽어 묻히는 산에 올라서 제사를 지냅니다. 그것도 우리의 최고 조상인 단군과 환웅과 환인조상께 그 고마움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 고마움을 표하기에 조상신이 강림할 수 있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정에 올라 신을 강림시켜 함께 먹고 마시고 놀이를 하고 즐기는 난장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축제가 되는 것입니다. 제사를 지내서 더 나은 풍요가 이뤄지기를 바라며 기원을 하는 행사가 곧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6. 축제를 우두산에서 지냈다면 이곳이 신성시공이 되는 것이잖아요. 그럼 사람이 평소에 기거하는 세속시공하고는 뭔가 다르겠네요?
바로 신성시공이기에 사람들은 우두산을 일상의 생활공간과는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풍수가 끼어들고 신비함이 깃들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이 풍수를 접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춘주지』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十里의 들 복판으로 들어와 昭陽江 윗머리에 섰으니 天牛가 江을 건너는 모양이다. 山에 오르면 四方이 확 티여 관망하는데 장애물이 없고 광활하여 많은 경치를 볼 수 있으니 昭陽江의 좋은 경치와 樓臺의 아름다움과 山野의 기이함은 춘천에 제일이다. … 山 위에는 한 古塚이 있으니 말하기를 許塚이라 한다. 이 고총의 자리는 鶴盤으로써 멀리 박을 던진 듯한 섬으로 되어 있어, 굼실굼실 조그맣게 내려와 별개의 능선으로 된 格두이다. 모양이 두 강이 龍과 虎로 펼쳐져 멀리 가서 합하였으니 風水를 말하는 사람은 이르기를 천리를 달리는 龍이 머문 곳이라 한다.”
그야말로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명당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소가 강을 건너는 모양이고, 경치가 최고이고, 배산임수한 곳이며, 용호가 갖춰져 있고, 넓은 들까지 있어 농사를 짓기고 좋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7. 정말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임을 나타냈네요. 그럼 신비로움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풍수를 예기하고 나서 신비함을 더하게 됩니다.
“옛 노인이 말하기를 소와 말이 밟아도 흙이 솟아 여전하여지고 또 금초를 한즉 반드시 소원을 성취한다 하여 서로 먼저 금초를 하였다 하며, 가뭄이 심하거나 장마가 심하면 이곳에 투장한 것을 알고 官民이 출동하여 파내었다.”
‘솟을 뫼’ 곧 무덤이 솟아난다는 신비성과 금초를 하면 소원성취를 한다는 것과 기우와 기한을 관장하는 신비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힘들고 억압을 당해도 꿋꿋하게 솟아나는 춘천인의 기상을 말한 것이며, 이곳에서 기원을 하면 이뤄진다는 신앙성까지 첨부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농경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비를 다스리는 것인데, 우두산에서는 비까지 다스릴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다 한 술 더 떠서 좋은 땅임을 말하기 위해 삼국이 다투던 요새라고 하고 있습니다.
8. 삼국이 다투던 요새요. 정말 점점 더 재미있어집니다. 어떻게 기록했나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新羅와 高句麗 및 百濟가 여기서 싸웠으며 善德王 6年(637년)에는 牛首州를 두어 軍主를 삼았다 하고 漢나라 武帝가 彭吳로 하여금 牛首州를 통하게 하였다 한다. 즉, 형세가 좋은 곳임을 알고 地勢를 살펴본 즉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金城이요, 역대에 비할 바 없는 요새의 땅이라 하였다.”
얼마나 좋은 땅인지를 알 수 있는 곳이지요. 삼국이 서로 이 산을 가지려고 다투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축제를 하고, 기도를 하여 소원을 빌고, 신성시공으로 만든 것입니다. 시산 관계상 우두산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해야 겠습니다.
2016.6.28. 공감5시
제목: 우두산이야기2
1.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우두산 이야기를 소개해 주신다고요. 지난 시간에는 춘주지에 기록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두산에서 축제를 열었고, 풍수적으로 최고의 땅임을 말하고,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곳임을 나타냈다고 했잖아요. 이밖에 또 어떤 이야기가 전하나요?
천제를 지낸 이야기 외에도 ‘솟을뫼’이야기, 우두사 창건이야기, 여우고개 이야기, 신라 기림왕이 태백산을 향해 망제를 지낸 이야기 등 아주 많은 전설이 우두산에 모여 있습니다. 또 일본인들은 「소슬모이」를 「소시모리」라는 음(音)의 비슷함을 인용하여 마치 자기 나라 국조(國祖)인 천조대신(天照大神)의 동생 素盞鳴尊(스사노오노미꼬도)을 중심으로 한 발상지인 것처럼 여겨 신궁(神宮)을 짓고자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모두 우두산이 최고의 성지임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참 많은 이야기가 우두산에 얽혀 있네요. 그럼 왜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우두산을 중심으로 이야기 되는지, 그 원인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두산은 제가 연구를 해 보니까, 춘천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일종의 성지(聖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곧 단군조상을 제사하는 성지였지요. 이 성지가 천제를 지내며 축제를 행하게 되었고, 성지를 부각하기 위해서 천우도강의 하늘소 이야기와 두 강이 용과 범으로 펼쳐져 합하여 천리를 달리는 용이 머문 곳이라는 이야기 등등이 첨부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전개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단군조상을 제사하던 춘천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성지라면 춘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밝혀질 수 있겠네요?
몇 년 전 제가 연구를 진행해서 밝혔습니다. 그 결과 춘천 우두산의 설화는 ‘솟을 뫼’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향유되고 있으며, 이들 설화는 한․중․일 삼국의 신화를 가진 땅, 풍수적으로 최고의 땅, 신비로움을 간직한 땅, 염원과 미래의 땅이라는 굵직한 화소가 중심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두사창건연기설화와 여우고개설화는 ‘솟을 뫼’ 설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설화가 지향하는 중요한 맥락은 첫째, 우두산이 신성구역인 성역(聖域)이며 천제를 지내는 성지(聖地)라는 것이며, 둘째, 풍수라는 서사장치를 활용한 재생(再生)과 풍요(豊饒)를 설화의 바탕에 깔고 있었습니다. 이는 곧, ‘솟아난다.’는 기본적인 관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우두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낙원(樂園)이며, 이곳에 오면 뭐든지 새로 솟아나는 ‘솟을 뫼’처럼 재생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는 춘천사람의 관념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두산은 춘천을 대표하는 산이기 때문에 우두산을 중심으로 향유하는 신성시공과 솟을 뫼 관념은 춘천 전역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두산을 중심으로 살펴본 춘천의 정체성은 ‘춘천이 신성시공임과 동시에 오뚝이처럼 다시 솟아나는 재생의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춘천의 정체성은 ‘솟을 뫼’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춘천사람들은 우두산 설화를 중심으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아무리 파헤치고 짓밟아도 솟아나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춘천사람이라고 우두산 설화를 통해 보여준 것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자연의 땅, 곧 활인산수(活人山水)의 땅인 것이다.
4. 와, 멋지네요. 힘이 불끈 솟는 느낌이에요. 춘천에 살면 뭐든 다시 솟아나고 풍요로움을 구가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풍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춘천사람이라는 말 정말 멋집니다. 그러면 우두산 말고도 그런 솟아나는 의미를 갖고 있는 증거들이 혹시 있나요?
예, 있습니다. 이런 솟아남의 정체성은 춘천의 여러 지명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령, 춘천(春川)은 우리말로 풀면 봄내로 겨울에 얼었던 대지가 녹으며 봄물이 솟아나는 봄의 이미지를 나타내고요, 옛 지명인 삭주(朔州)는 초하루 삭자를 써서 역시 한 달의 처음을 만드는 솟아나는 이미지이며, 샘밭도 샘이 솟는 땅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어 샘솟는 땅을 나타내며, 우두산 옆의 소양강(昭陽江)과 자양강(紫陽江)과 신연강(新延江)과 모진강(母津江)도 모두 새롭게 솟아난다는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삼국사기 소성왕(昭聖王) 조에 ‘소와 같은 이상한 짐승이 나타났다’는 기록과 애장왕(哀莊王) 조에 “牛頭州(우두주) 蘭山縣(난산현)에서 伏石(복석, 엎어진 돌)이 일어났다.”는 기록은 모두 신성과 솟아난다는 이미지를 띠고 있는 것입니다.
5. 이야기를 들으니, 춘천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춘천에 살면 뭐를 하든 이룰 수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짓밟히고 넘어져도 새롭게 솟아나서 풍요를 이룬다니 이 보다 더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이 어디 있겠어요?
문제는 자신이 그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춘천에 살면 뭐든 솟아날 수 있는 주인공이 곧 자신이라고 최면을 걸어야 합니다. 신바람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얘기해도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인양 그냥 듣고 넘어가버리고 맙니다. 오늘부터는 바로 춘천의 솟음 정체성에 대한 신바람 주인공, 아니 세상의 신바람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최면을 걸어야 합니다. 아무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가꾸는 것이지요. 누가 뭐라 하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입니다.
6. 원장님,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방송을 하면서 많은 애청자의 말을 듣곤 합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모두 본인들 자신이 가꾸는 삶에서 솟아나더라고요.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자신이 최고라는 최면을 걸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새롭게 솟아난다는 말에는 바로 ‘변화(變化)’라는 의미가 동반되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두산 설화에서 솟을뫼를 소나 아이들이 와서 낮에 파헤치거나 밟아 놓아도 하룻밤만 지나면 다시 솟아난다고 했고요. 또, 하나의 설화에서 또 다른 설화를 창출해 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솟을뫼설화에서, 우두사창건설화로, 천제단 이야기기로, 아들 낳은 이야기로, 신라 고구려 백제의 이야기로, 한․중․일삼국의 이야기로, 여우고개이야기 등으로, 이렇게 바로 꼬리를 물고 변화를 동반해 내는 것이지요. 이처럼 자신의 구태 삶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때 솟아나고 신바람 나는 삶이 주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옛날 그 방식대로 고집하면서 “왜 나는 안 되지”라고 한다면 잘못 된 것입니다. 세상은 계속 바뀌고 있잖아요.
7. 새롭게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아마도 춘천이 사람 살기 좋은 고장으로 소문난 것은 이런 변화를 스스로 시도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두사를 창건할 때도 어떤 스님이 문수보살을 만나게 될 때의 장면을 보면 노력과 변화의 시도를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도승(道僧)이 우두산에 올랐다가 강 가운데 바위 위에 늙은 중이 홀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곧 강변으로 내려가 찾았으나 없었다.
도승이 무릎을 꿇고 앉아 사흘 밤낮을 기도하였으나 끝내 볼 수가 없었다. 범어(梵語)로 “우두(牛頭)문수”라고 부르자 석불(石佛)이 물 위로 나와 바위 위에 앉았다. 절을 지어서 그 불상을 안치하였다.
절을 창건할 때 지내촌(枝內村)의 삼성당(三聖堂)에서 밤마다 잔치를 열어 즐기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 절이 불에 타 없어진 첫날 밤, 곡을 하며 울고 슬픔에 젖어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이 이야기는 상징체계를 띠고 있어서 문면 그대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스님이 사흘밤낮을 기도해도 나타나지 않던 석불이 범어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부르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웃 지내촌 삼성당에서 잔치를 열어 즐겼다는 것을 봐서 새롭게 변할 때는 신바람 나게 춤추고 노래했음을 볼 수 있고, 절이 불에 타서 없어질 때는 솟음이 멈췄으니 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춘천사람들은 솟음이 정체성입니다. 짓밟히고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최면을 걸어 변하여 신바람 나게 노래하고 춤추며 삶을 가꾸어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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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흥미로운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솟음, 솟아오름.... 춘천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코드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두산과 솟을 뫼를 잘 정리하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