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정치시민넷 2019 시민정치학교 5강
이호 더 이음 공동대표 ‘지역에서의 자치가 우리의 삶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강연
7월 2일 저녁 7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2019 시민정치학교 5강이 있었습니다. 이 날 강좌에는 이호 더 이음 공동대표가 오셔서 ‘지역에서의 자치가 우리의 삶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습니다.
이 대표는 도시빈민운동 활동가와 주민운동 활동가를 거쳐 지금은 풀뿌리 자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을 만들고 운영했으며, 현재는 ‘더 체인지’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을 통합한 ‘더 이음’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함께 쓴 책으로는 『모이고 떠들고 꿈꾸다』등이 있습니다.
다음은 이호 대표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풀뿌리 정치는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민초들이 주인이 되는 정치, 민초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치를 말한다. 민초들이 공동체의 방향을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는 다양한 일상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 생활과 유리된 정치는 신뢰 받지 못하고, 생활상 필요한 것이 충족될 때 정치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 거버넌스(협치)를 하고 있는데 결정 권한은 주지 않고 의견수렴정도로 끝내고 있다. 거버넌스를 한다고 하면서 권한과 결정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거버넌스는 권한에 대한 이야기다. 자치단체가 협치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는데 기본조례만 만들고 구체적으로 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만들지 않는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지역에서의 정치를 공식적으로 가능케 했다. 공식적인 정치적 의사결정 권한이 지역정치를 통해 행사될 있는 제도적 근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정치를 통한 의사결정 권한은 주로 시민 생활상의 문제와 직결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정치를 생활정치라 규정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그와 밀접한 문제를 다루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정치는 단지 정치의 주제가 생활적 문제라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활정치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활자들의 정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생활자인 시민,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정치, 즉 지역정치를 생활정치라고도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선출된 정치인들이 그러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로 인해 비록 시민들이 선거로 뽑았음에도, 선출직 정치인들은 시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거론된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의 주체이자 주인이어야 살 시민들이 정작 정치라는 무대의 관객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역정치는 이런 부정적 정치에 대한 근본적 부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지역정치는 단순히 중앙의 정치와 다른 변두리의 조그만 권한을 행사하는 정치 행위가 아니다. 지역정치는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정치라는 무대에서 관객으로 쫓겨난 시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직접 결정하고자 하는 그런 정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정치는 지역의 시민들인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참여를 실천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시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민들 중에 정치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지역정치는 더욱 그러하다. 지역 시민인 주민들의 생활과 문제제기가 모두 지역의 정치적 의사결정과정 속에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정치에 대한 관심은 1991년 지방자치제가 처음 실시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고, 각종 참여 활동에 있어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져 왔다.
그런데, 지역정치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첫째는 지방의회나 단체장 등을 통해 공식・제도화 되어 있는 정치영역으로 인식되기도 하며, 둘째는 지역 시민들의 영향력 강화, 주민자치, 참여 등의 대중적 정치세력화라는 차원에서 인식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 지역정치라는 개념에는 이 두 가지 개념이 모두 녹아있기도 하다.
생활정치라는 관점에서 지역정치를 고려해도 위의 두 가지 개념이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일반 시민들 즉 생활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후자의 내용이 더욱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기본적으로 지역정치가 강조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역주민들이 생활인으로서 자기의 이해를 정치 영역에서 다루는 과정, 즉 정치의 주체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선출된 정치인이 아니라 그 곳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주민들이라는 관점은 질적인 사회의 변화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만큼 지역정치도 이러한 기본적 입장과 문제인식을 발전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정치는 대의제 민주제라는 틀 속에서 보다 나은 우리의 대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기보다, 시민들 스스로의 적극적 참여와 이를 통한 지역의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를 보다 강화하는 상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중요시 한다. 이를 꾸준히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지역정치는 지역정치‘운동’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지역정치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기존의 권력을 주민 친화적인 몇몇 엘리트들에게 넘기려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해체하고, 생활자인 주민들 스스로에게 의사결정권한을 넘기려는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정치운동은 시민정치를 보다 강화하려는 지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고착화하는데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을 선거로 선출되어진 이들의 전문적 영역으로 구분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생활인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인 시민정치운동은 그 주체를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즉, 시민정치운동의 주체는 전문적 정치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역의 시민운동단체나 잘 훈련된 운동가도 역시 아니다. 시민정치운동의 주체는 일반 생활자인 시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다.
이는 대의제 민주제 하에서 지역사회의 실질적 민주화를 실현하는 길이 보다 많은 ‘우리 편’ 후보자를 출마시켜 ‘의회를 변화시키자’ 거나 자치단체장에 출마하여 당선시키고자 하는 표면적인 것으로만은 달성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방법 역시 지역사회를 보다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만으로는 단순히 표면적인 변화를 가져올 뿐이다.
일단, 이 방법만을 주장하는 경우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면, 일종의 엘리트 중심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몇몇 괜찮은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줌으로써 그 사람들이 무언가 변화시키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변화만을 추구할 경우에는 시민들이 관객으로 방치되는 문제가 여전할 수밖에 없다.
몇몇 개인 또는 집단이 정치권력을 획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기성 정당의 논리이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생활인들의 논리 또는 방식이라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제도 정치권에 대한 인적 투입 또는 인적교체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떠한 목적과 이유로 대의민주제 하에서 제도 정치의 영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려가 전제된 상태에서 제도정치권에 대한 접근이야 말로 질적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당연히 제도 정치와 시민정치운동의 밀접한 연계와 역할분담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시민정치운동은 일상적인 생활의 문제가 결정되는 지역의 ‘정치’ 영역에 대한 관심을 보다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즉,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여 스스로 대안적 가치와 질서를 사회 내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고민이 시민정치운동의 핵심적 과제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참여를 조직하는 과정과 그 조그만 실천 활동 하나하나가 바로 올바른 의미의 정치 활동이며, 그 활동 영역이 정치의 영역과 다르지 않음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선거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도 반드시 특정 선거라는 계기를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인식하기보다 일상적 정치활동의 한 순간 또는 계기로 인식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정치기획은 선거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모든 활동이 생활인인 시민(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지역정치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전파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역에서의 각종 다양한 활동들은 그것이 아무리 조그맣고 소박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역정치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에서 주민자치센터의 자치기능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활동이나 작은 도서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활동, 주민들의 소모임을 결성하고 이를 운영하는 활동, 주민참여예산에 참여하려는 활동,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참여하는 활동 등은 모두 지역사회를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야 말로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핵심적 개념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오해이다. ‘정치’를 자신들과는 무관한 전문 정치인의 영역으로 미뤄놓고, 그것을 혐오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진정한 정치는 우리 땅에서 존립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정치가 계속해서 분리되는 현상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정치이고, 정치는 우리의 일상 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며, 정치의 목적은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를 현실 속에서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은 시민정치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시민정치 영역은 시민운동을 하는 것과 똑같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정치적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결성을 준비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생활정치운동은 기존 시민단체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기성 단체들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이슈를 전면에 내걸기가 그리 쉽지도 않다. 그보다는 본격적인 지역정치의 지향을 갖는 참여자들 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이들로 하여금 지역정당(lcal party)과 같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적절하다.
현실 조건에서는 공식적인 지역정당의 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네트워크가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또한 장기적으로 지역정당의 모체로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의 지역정당은 의제를 발굴하고 실현하는 방식을 풀뿌리 방식으로 한다. 선출된 자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권한을 가지고 많이 참여하게 하는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다. 선거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고 대리인을 뽑는 것이며,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내보내고 싶은 사람을 공천한다. 제도권은 시민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시민)정치 교육의 기회를 만드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지역정치 교육이라는 것이 정치교육 강좌를 만들어 무작위 주민들에게 홍보해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주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문제들, 예를 들면 주민들의 숙원 또는 현안 등을 지역 재정의 문제와 연동시켜 설명하는 등을 통해 지역정치가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고 또한 그것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등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좋은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선거든 주민들의 일상적이고 집단적인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든 생활자들의 기반을 확대・강화하는 일상 활동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주변의 문제와 정치에 대해 수다를 떨어야 한다. 일상 활동을 통한 주민기반이 강화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선택도 결국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