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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네물회
대포항에 올 때는 대부분 횟감을 떠다가 해먹곤 했는데, 이번에는 물회를 선택했다. 최근 오징어가 풍년이라는 말에 회가 동해 본토맛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울릉도에서도 귀해진 오징어가 다시 돌아오고 활기가 도는 대포항이 보기 좋은데, 물회맛도 압권이다. 좋은 동네, 좋은 음식, 좋은 식당이다.
1.식당얼개
상호 : 민지네물회
주소 :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 대포항길 62
전화 : 033) 638-7137
주요음식 : 물회
2. 먹은날 : 2020.7.9.저녁
먹은음식 : 오징어물회 20,000원, 모듬물회 20,000원
3. 맛보기
1)
물회가 면사리와 함께 나온다. 물회라서 국물이 첨벙거리게 많아 회도 비비고 면사리도 비빌 수 있다. 물회를 먼저 먹고 면을 나중에 먹을 수도 있지만, 면과 쫄깃거리는 생선을 함께 먹는 것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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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를 받쳐주는 곁반찬도 푸지고 솜씨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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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듬물회는 갖가지 해물이 들어 있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싱싱한 전복이 회를 동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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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육수가 나름 진한 맛으로 회를 담았다. 육수는 새콤달콤, 얼음까지 띄워져 있어 시원하기까지 하여 맛이 더 강해진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맵고, 속도 더워진다. 면을 더 먹고 싶으면 추가해도 육수를 더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을 만큼 푸지다.
성질이 급해 뭍에 오르면 곧 힘을 잃는다는 오징어, 그래서 오징어물회는 더욱 더 현지에 와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회를 면과 함께 하나로 만들어 즐기는 음식은 물회 외에 만나기 힘들다. 물회는 요리법의 개성까지 갖추었다. 현지에서 별미를 즐기는 기분은 새로운 것, 지역적인 것을 탐하는 여행의 목적을 온전하게 실현시켜준다.
2)
물회는 우리 고유의 전통회다. 일본이 칼맛을 즐기는 것과 달리 손맛을 즐기는 우리는 막회, 비빔회, 물회를 먹어왔다. 그중 포항물회가 유명한데, 어부들이 고기를 잡다 급하게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한다.
갓 잡은 생선을 썰어 고추장에 비벼먹은 음식이 물회다. 준비해온 고추장양념장에 펄펄 살아 있는 생선을 회쳐 비볐으니, 신선도가 맛의 생명인 해물요리의 맛은 당연히 그만일 터였다. 거기다 비비는 음식이니 상차림이 간단하고 빨리 먹을 수 있어서 맛있고 빠른 식사가 되어 바쁜 어부들에게는 일석이조의 음식이었다. 거기다 영양이 제대로 구비된 든든한 음식이었으니, 뱃일하며 먹는 음식으로 이보다 더 좋은 음식 찾기 힘들었을 터이다.
대개 널리 보급되는 음식은 민중의 음식이 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식재료 보급이 지속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고, 요리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대중음식으로 자리잡는다. 반대로 식재료가 희귀하거나 비싸고, 요리법이나 상차림, 먹는 방식이 복잡하면 먹는 사람이 적어져 대중 음식이 되기 어렵다.
물회는 전형적인 전자의 경우다. 생선은 지속적으로 보급되고 요리법도 간단하다. 그릇 하나에 모든 식재료를 다 넣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차림도 요리법도 간단하다. 거기다 맛이 괜찮다면 어부들 외에도 찾는 사람이 많아질 법하다. 그러다보니 포항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보급되었다.
배에서 주로 먹은 음식이 포항물회만은 아니련만 포항물회가 가장 널리 알려져 전국 뭍사람들이 따라먹게 되었다. 강원도에서 명태잡이가 한창이었던 시절에, 어부들은 배를 타면서 쌀만 씻어서 가지고 탔다. 명태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간과 명란을 쌀과 함께 넣어 밥을 안쳤다. 말하자면 명태밥을 한 것이다. 거기에 고추장만 넣고 비벼도 맛있기가 꿀 같았다.
그러나 명태밥은 알려지지 않았다. 명태는 1981년 이후로 하향선을 긋다 이제는 우리 어장에서 사라져버렸다. 아마도 지속적인 공급이 되었으면 명태밥도 우리 식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3)
프랑스 마르세이유는 브이야베스로 유명한 곳이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지역요리다. 어부들이 남은 생선으로 몇 가지 소소를 넣어 끓여먹은 데서 유래하는 음식으로, 우리식으로 보면 일종의 매운탕이다. 그러나 요즘은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 어렵다. 주로 먹었던 구항구에 가도 서민음식으로서의 브이야베스는 이미 자취를 찾기 힘들다.
7시에 문을 여는 고급 식당에서는 먹을 수 있지만 서민이나 관광객이 그 시간에 맞춰 그 비용을 감당하며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어느새 고급음식으로 신분상승한 거 같은데, 이렇게 먹는 사람이 제한되면 역사속의 특별음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생선 어획이 이전만 못한 것인가. 적어도 구항구에서 파는 생선 가게는 너무 초라해졌다. 거기다 요리에 들어가는 샤프란이란 향료가 비싼 것도 대중화 저해의 또 다른 원인이 아닌가 한다. 프랑스 음식이 유명하지만, 막상 널리 알려진 대중 음식을 찾기 어려운 것과도 통하는 현상이다.
프랑스 음식 중에서는 드물게 대중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브이야베스마저 쇠퇴기다. 고급음식 위주의 프랑스 음식의 보편화가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
4)
우리식 회 세가지는 모두 식재료, 요리법, 가격 등의 보편화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중 물회는 그 종류가 재료의 종류로 보면, 오징어물회, 자리돔물회, 한치물회, 미주구리(물가자미)물회 등등이다. 자리돔과 한치는 제주도, 미주구리는 영덕물회가 유명하다. 오징어물회는 강원도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지역과 연관된 물회는 포항물회가 유명한데, 포항물회에서 많이 먹는 생선은 도다리, 넙치, 우럭, 꽁치, 새꼬시 등등이다. 비린내 나지 않는 생선은 대체로 가능하다. 조리법으로 구분해보면 물회는 대개 초고추장을 주요양념으로 하는데, 전라도 장흥에 가면 된장물회를 먹어볼 수 있다.
그러니 강원도에 와서 오징어물회를 먹지 않고 가면 섭섭하다. 여행에서 뭔가 크게 결락된 느낌이다. 요 몇 년 사이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가격은 크게 오르고, 식탁에 올리기도 부담스러웠었는데, 반가운 소식에 회가 더 동한다. 오징어가 귀해진 것은 북한 근해에서 싹쓸이로 잡아가는 중국어선 탓이었다니, 분노와 우려가 이는데, 풍어 소식이 위로가 되어 더 여유 있게 즐겨본다.
5)
최근 세계적으로 생선의 소비가 늘고, 일본식 스시가 널리 유행하고 있다. 특히 회전식 스시를 세계 도처에서 즐긴다. 일본은 스시의 보급을 위해 애를 많이 쓰면서 일본 전통의 방식을 보급하고자 한다. 그러나 새로 회를 먹게 된 구미, 중국 등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변형 스시를 선호한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롤을 만들어낸 것도 검은 김에 대한 거부감을 하얀 밥으로 덜어내기 위해서다. 우리식 막회나 물회 또한 대중화된 내수를 기반으로 국제화를 시도할 만하지 않을까. 회의 종류나 요리방식의 유연성도 국제화의 가능성을 높이니 말이다.
물회는 저렴한 가격, 간단한 조리법, 식재료의 확장성 등이 모두 보편화되기 좋은 조건을 가졌다. 고급음식으로는 널리 알리기 어렵다. 우리 옆에 있는 외국음식들도 피자, 햄버거, 파스타 등등 대중음식들이다. 스시를 세계화하려는 일본의 노력, 스시를 현지화하려는 현지 기업인들의 노력을 다같이 배워 접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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