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고랑식당>
조령산에 있는 식당이다. 직접 채취하는 산나물로 밥을 지어 야생의 향취를 즐길 수 있다. 관광지 앞이어서 소홀한 음식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는 음식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샛고랑식당
주소 : 충북 괴산군 연풍면 새재로 1803(원풍리 1-4)
전화 : 010-8829-1430
음식 : 가마솥취나물밥, 능이오리백숙
2. 먹은 음식 : 가마솥취나물밥(7,000원)
먹은 날 : 2019.9.21.
3. 맛보기
조령산자연휴양림 코앞에 있는 집이다. 더구나 펜션과 함께 하는 집이어서 식당은 덤으로 운영하는 집으로 생각했다.
청국장 한 술, 취나물 밥을 한 입 먹어보고 긴가민가 했다. 설마 이런 위치의 이런 집에서 이런 맛있는 음식을 진짜로 할까.
찬찬히 살펴보니 어지간히 잔신경을 쓴 것이 아니었다. 취나물밥은 온갖 재료가 다 들어 있다. 취나물은 주요 나물이지만 이외에도 몸에 좋은 것은 다 들어 있다. 가진 나물에다 밥도 예사롭지 않다. 강황에 밥을 지어 노랗게 치자빛이 예쁜 밥에, 하얗고 고슬고슬한 흰쌀밥을 더해 색상도 화사하고 곱기 이를 데 없다.
나물은 취나물에 꽃나물, 참나물, 고사리, 뽕잎나물, 가지가지 이름도 모를 나물조차 들어 있다. 거기다 다 각각 들기름 듬북쳐 볶거나 무쳐 내었다. 나물이 제 간을 따로 해야 제 맛이 나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것이지만 막상 실행하기는 어렵다. 어디 나물만이랴, 밥도 제 맛을 제대로 간직해야 한다. 전주 비빔밥은 사골국물에 지어야 제 맛이다.
여러번 말했지만 비빔밥이나 볶음밥 맛있게 하려면 각 거섶이 제 간을 물고 있어야 한다. 그냥 채소 재료만 채쳐 놓고 양념장에 비비라면 맛없어 먹기 싫다. 그렇게 비빔밥이 나온다면 간 안 된 채소류를 따로 비빈 후에 밥을 섞어야 그나마 제맛이 난다. 그래서 비빔밥이 쉬운 거 같아도 맛있게 하려면 의외로 손이 많이 가서 쉽지 않다.
나물 색도 가지가지로 난다. 오방색이 거의 다 들어 있다. 아쉬운대로 고사리의 붉은 기운을 적색으로 보면 오방색이 다 있는 거다. 황청백적흑, 오방색이 화려하기보다 품위있게 조화를 이뤘다. 나물이 제간을 물고 있으므로 양념장은 조금만 쳐야 한다.
반찬 하나하나 다 먹을 만하다. 오랜만에 깻잎김치도 만난다. 김치도 깍두기도 상큼하다. 젓갈 맛이 약해 상큼한 맛의 여운이 길다. 깻잎김치는 손이 많이 가서 쉽게 담그지 못한다. 식당에서 깻잎 장아찌는 자주 만나지만 김치는 쉽지 않다. 더구나 제맛나는 깻잎김치라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데 맛도 환대에 제대로 값한다.
청국장은 큼큼한 맛이 진한 것, 콩이 너무 많아 찌개국물을 너무 틉틉하게 하는 것이 늘 부담이다. 이 청국장은 두 가지 근심을 싹 덜어준다. 상큼하고 발효콩이 적당히 들어 있다.
충남 아산에 가면 맛있는 청국장집을 심심찮게 만난다. 충청도에 의외로 맛있는 청국장집이 많다. 왜 그런지 숙제일 뿐이나 이곳 충북 시골에서도 맛있는 청국장을 또 만나니 충청 청국장의 무슨 연결고리가 있나 싶다. 아산 청국장 못지 않다. 아니 그보다 더 낫다. 청국장 맛을 이렇게 내는 집이면 더 볼것 없지 않나 싶다.
4. 먹은 후
식당은 샛고랑펜션과 함께다. 아래층이 식당, 앞뒤가 펜션이다 펜션도 합리적 가격에 편리하게 되어 있다. 2인실 평일 6만원, 주말 7만원이다.
숙소와 식당이 만났다. 거기다 관광지와 만났다. 그 관광지는 과거길 선비가 거쳐가던 새재 길목이다. 이런 곳은 전형적인 주막터다.
샛고랑식당은 주막의 현대적 변형인 셈이다. 주막의 현재형이자 기업형은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이전처럼 말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하지 않다보니 이동시간이 짧아져 이동만을 목적으로 할 때는 숙박의 기능은 약해지고 먹고 쉬는 휴식기능만 강화된 결과다.
해외 교포들이 오면 거꾸로 신기해 하는 한국문화가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미국, 캐나다 어디를 가도 이런 휴게소가 없다. 일본도 중국도 유럽도 없다.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들에서도 본 적이 없다. 독특한 한국문화다. 유럽에서는 기차역에 붙은 카페가 이런 기능을 한다. 하지만 자동차를 위한 우리 같은 휴게소는 보기 힘들다. 그래서 오랜만에 모국 방문을 하면 일부러라도 휴게소에 들르는 것을 즐거워 한다.
거기다 화장실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다. 화장실이 아니라 예술작품인 거 같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화장실이 유료로 운영된다. 심지어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에도 화장실 앞에 매표원이 있다. 복지 천국 노르웨이도 화장실은 신용카드를 긁어야 들어가는 곳이 많다. 핀란드에서는 아예 휴대폰 결제로 사용하게 되어 있어 무식한 외국인은 화장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얘기가 좀 샌 듯한데, 그만큼 우리 휴게실이 우리 색깔을 가진 문화이면서 사람 중심의 발전적 모습이라는 거다.
샛고랑식당은 휴게소의 또 다른 형태다. 이곳은 후딱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관광지를 찬찬히 즐기러 온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자 주막이다. 관광지를 즐기기 위해서는 숙소가 필요하다. 숙소가 목적이고 식사는 부차적이다.
그럼 식사는 소홀하기 쉽다. 휴게소가 휴식이 목적이고 음식은 2차적이어서인지 먹을 만한 것 찾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다른 식당 찾기도 마땅치 않아 택한 식당이어서 그냥 한 끼 큰 불만 없이 때울 수 있으면 고맙겠다 싶었다. 그러다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즐겁게 맞은 뒤통수다.
밥을 먹고 나서 기대 배반이 즐겁지만 의문이 들었다. 이게 왜 가능할까. 가만 보니 가족 기업이다. 따님 사장님이 부모님께 물려받아 식당과 펜션을 남편과 함께 운영한다. 부모님은 뒤를 돌봐주시면서 산나물 채취를 하여 야생나물을 공급한다.
저수지 옆 매운탕집, 해안가 생선횟집이 그렇게 운영되는 곳이 많다. 대개 이런 집은 음식이 가족 음식과 구분이 별로 없다. 내 식구 멕이듯이 손님상을 마련한다. 식당 구석구석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강화도 석모도 보문사 코앞에 있는 식당 <물레방아>도 이렇게 관광지 코앞이었다. 그런 집은 기차역, 터미널 앞 식당을 피하듯이 피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것은 목이 좋은 것을 핑계로 헐한 밥상을 내밀기 때문이다. 시간 없는 손님을 인질로 잡은 듯한 불쾌한 느낌, 그래서 웬만하면 다른 곳을 찾는다. 그런데 그집도 정성들인 외양이 허수룩하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밴댕이무침을 화끈하게 맛있게 해주었다.
이 식당도 관광지 앞의 음식은 허술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깬다. 가족 경영도 작은 이유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달라진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아닌가 싶다. 나 먹고살기 힘든 때는 제 가족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여유를 갖게 되어 내 삶도 이웃의 삶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 이웃이 오늘 이 식당을 방문하는 당신이다. 더구나 내 식당을 방문하는 고마운 손님이니 이웃 이상이 아니겠는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밥상, 과거길 새재 입구의 주막에서 향수어린 밥상을 받아본다. 요즘은 휴게소도 음식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런 식당을 모델로 하루빨리 좋은 음식으로 채워 주막의 전통을 제대로 이어갔으면 좋겠다.
*식당앞 조령산휴양림 입구에서 제삼관문까지 이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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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포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휴게소 화장실. 어지간한 호텔 화장실보다 쾌적하고 깨끗하고 수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