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천관가족축제 참관기
장은실 (신월, 대덕중28회, 010-7612-5285)
광주 주재기자
어릴 적 가을운동회 같았다.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고, 쏟아지는 가을 햇볕이 펄럭이는 만국기 같아 눈이 부셨다. 설레임 때문이었을까? 밤새 남녘 끝에서 서울까지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간밤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주관기수 대덕중 31회인 동생 내외와 조카들, 그의 친구들과 11인승 승합차에서 안부도 묻고 고향 소식도 전해 들으며 우린 축제 전야를 즐겼다. 그들은 불과 몇 시간 눈을 붙이고 행사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부산했다.
큰 행사를 도맡아 진행해야하는 주관기수의 책임감과 비장함이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행사를 가을로 미뤄야 했던 까닭에 올해 주관기수인 대덕중31회와 회덕중3회는 행사를 두 번 준비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틀이 멀다하고 머리를 맞대고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여의도국회운동장에 본부석을 중심으로 빙 둘러 설치된 하얀 천막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16회 부터 34회까지 기수대로 도열해 있고, 이어서 마을별로, 다음은 향우기업 홍보관, 백일장 수상 작품과 사진 전시장, 어린이 이벤트 체험 존까지 순회하는데 한나절이 걸렸다. 정겨운 얼굴을 보면 손이라도 맞잡고, 고향음식에 술 한 잔 권하는 후덕한 인심 덕분에 서울 한복판에 고향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여유 없는 현대인들에게 얼마나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만남인가? 여기에 오면 그리웠던 그 많은 고향 사람들 실컷 볼 수 있다. 천 리길도 멀다 않고, 바쁜 농사철 짬 내어 오신 고향 분들을 생각하면 우리 천관인들 뿌리를 찾아서 일 년에 하루쯤은 귀한 발걸음 내딛을만하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다.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천관축제 막이 올랐다. 엄숙하게 개막식이 거행되고 기념사와 축사가 이어졌다. 이번 축제는 누구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한층 돋보였다. 내,외빈이 한마음으로 큰 공 굴리며 이어달리기하는 모습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캥거루 달리기 하는 광경에서 화합과 공감의 아이콘이 떠올랐다. 세대와 사는 공간을 뛰어넘어 천관의 인연으로 모두 축제의 주인공으로 즐기는 운동회였다. 오후에는 각종 문화 행사의 향연이었다. 향우민 어울림 한마당으로 대동놀이가 펼쳐지고 밸리댄스, 초청가수 공연, 향우민 노래자랑은 흥에 겨워 스스로 힐링 되는 시간이 되었다.
헤어지는 시간은 늘 아쉽다. 준비하고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하루는 너무 짧다. 하나라도 더 챙겨 보내고 싶고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어 이별이 자꾸 지연된다. 붙잡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돌아서는 수밖에...
우리 천관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향수병을 앓지 않을 것 같다.
매달 고향을 이어주는 소식지인 천관지가 집까지 배달되고, 해마다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선후배가 정성껏 찬조한 선물이 넘쳐나는 가족축제가 펼쳐지니 와서 맘껏 누리면 된다. 각박하고 험한 세상이라지만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넉넉한 천관산과 남해를 고향으로 가진 우린 천관인은 서로 버팀목이 되어줄 줄 안다. 우리가 가진 이 아름다운 천관가족축제 참뜻을 되살려 전통의 명맥이 이어지고 많은 참여와 성원으로 더욱 성장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