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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1/8)
내 삶을 살아줄 그 누구도 없다
나는 나의 역사일 뿐
천(天)의 죄인 되어
이 땅에 버려져
수많은 나로 태어나고 죽어야 했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역사
책임인가
의무인가
본능으로서의 의지인가
몇천년
몇만년
윤회를 이어온 길고 긴 역사
천손으로 온 나의 역사이다
아메리카대륙을 걸어오면서도
시베리아
그 긴 겨울 세찬 눈보라 맞으면서도
히말라야산맥 넘어 만리 황진 속에서도
나로 태어나고
나로 죽었다
죽어서도 나였으며
살아 숨쉬면서도 나였다
저 우주의 별로 죽어버린 내 과거는
천 년조차 짧은 찰나 되어
비로소
백두 천지(天池) 위에
오늘과 내일로 빛났다
수많은 존재 속에
나 자신을 일임한 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연약한 작은 유령의 몸짓으로
본능과 의지가 하나 되어
이 땅
어딘가에 만년 세월 잠들어 있을
천지(天地) 근본을 찾아서
떠나는 나의 길이야말로
어제의 나를 새로운 나로 바꾸어 주리라
천지(天地)의 성난 눈보라 휘몰아치고
아무런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은
이 땅이건만
내 미래의 삶이
끝없이 이어진 곳으로
또 다른 낯선 곳으로
가는 길이야말로
어린 유령의 나에게
새로운 활기를 더해 주었다
몇천년 내내 허위단심 아리랑으로
슬픔 견디어 온
삼천리 남북의 강토 산 길 물 길 돌아
두려움도 삼키고
한가닥 남은 슬픔도 삼키고
남은 미련을 단념하듯 팽개치고
나는 떠나갔다
흐르는 강물에 잎새 되어
떠내려가면서 부박한 이 땅의
삶들을 보아야 했다
가난과 저주의 넋두리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절망과 분노의 맹세가
산하를 메우건만
인류환란의 오늘을 있게 한
저주받은 천손의 과오를 깨우치지 못한 채
탐욕의 시뻘건 두 눈과
야위어 버린 가슴으로
학대하는 자와 학대 받는 자들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
무력한 사내들의 한숨과 비애를 보았다
천손의 어머니요
천(天)의 혈 이어온
인류의 어머니 된 근본을 모른 채
인습과 관념의 굴레에 묶여버린
그래서 무능한 이 땅의 사내들에게
일생을 담보하고 살아가도록
일찌감치 운명 지어진
천형의 아픔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가난한 아낙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있는 통곡을 보았다
인류와 민족에게
천손의 이 비극을 팔아먹은
위정자들의 아우성 소리에
귀머거리 되고 눈 먼 소경 되어
발 구르며 손뼉 치는 소리에
뿔뿔이 흩어져 철천지원수 되어
서로가 손톱 세워
가슴에
얼굴에
상처 내고
돌아서는 야윈 어깨에 칼을 꽂고
날나리 장단에 병신 춤 추면서 살아가고 있는
인류가 장손의
비열한 몸짓과
비굴한 웃음 앞에서
누가 자아를 말하는가
저 만년의 별빛으로도
눈 뜨지 못한 천손들이여
무명과 어리석음의
저 어둠으로부터
눈을 떠라
그리고 떠나자
사랑할 줄 모르는 자
사랑을 잘못 정의하는 자
진실을 모르는 자
진실을 잘못 정의하는 자들을
거룩하게
황홀하게
거짓없이
주저없이 사랑하기 위하여
내 할아버지 할머니 아비 어미
그 이전의 수많은 조상들의
시간과 본질을 이어온
오늘의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서
이 땅에서의 마지막 먼 길을 떠나자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2/8)
한의 세월
진실에 굶주린 이 땅의 역사를
미치도록 푸른 저 바다에 쓰기 위하여 떠나간 길
어린 고아에게는 너무나 벅찬 세상이었다
서로 속이고 목을 조르고
칼을 들고 피 흘리는 세상
굶어 죽은 아이들의 원귀는
겨울바람으로 울 때
나는 이(齒) 시린 냉수로 허기진 배 채우며
이 세상 전부를 몸에 얹고서
기어서
걸어서
무서운 세상을 떠돌아야 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 땅
땅이 아닌
한으로 가득 찬 영혼의 바다에서
몇천년 외봉쳐서 파묻어버린 세월을
일으켜 세우고
어린 고아의 몸을 흔들어 떠났다
아메리카의 안데스도, 로키도
알래스카의 맥킨리도
시베리아의 추코트도,
사얀도, 우랄산맥도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빅토리아도,
아라비아사막도
오대양 육대주 산맥과 산들
히말라야 넘어 숨 가쁘게 달려와
천지(天池) 팔십 리 푸른 물속에 몸을 담구었다
그리고 모두 하나 되어
아침 해 불끈 솟아오르는 힘으로
천지(天池) 거룩한 물 용솟음쳐 울렸다
열여섯 봉우리 바위도 울려놓고
포태산 넘어
유구한 세월 가슴 벌려 기다려 온
마천령 험한 준령 타고
태백성 재촉하여 백두대간을 떠났다
낭림 묘향 품어 안고
태백을 등에 업고
동해 푸른 물에 긴 한숨 토해놓고
흩어진 동서남북 기운 모아
소백을 타고 내려 멀리 팔공을 불렀다
장래 조선 삼천리
한 몸에 부여안고
천지(天地) 기운 부축 받아
우불신산 홍류청담에
몇 백 광년 쉬지 않고 달려 온
수 없는 별들로 죽어 간 내 과거와 함께
억겁 세월 긴 여정을 끝냈다
인류 겨레
억만년의 새로운 이 터에
산까치 애 터지게 울어대는 날
풍진 세상
먹구름 칼바람 온 몸에 맞아
넋 잃고 한숨조차 말라버려
죽음에 쫒긴 세상 소식 하나 찾아든다
낯선 침묵과 마주하기를 얼마였던가
산에서 내려가면 안된다고
늙은 무당이 떠나면서
뱉아버린 말이 귓전을 때린다
나무껍질 칡뿌리 캐서 먹고서라도
버텨내야한데이~
큰 할아버지 와 계신다
중늙은이 법사가 던져놓고
애기무당 공수 주고
모두 떠났다
그리고 적막강산일 뿐
캄캄한 산
몇 날 몇 일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애 터지게 울어주던 산까치도
겨우살이 준비에 바빠야 할 다람쥐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사 흥망성쇠의 그 무정함 속에서
위선 배반 허무의
관념에서 벗어나고자
죽기 위해 찾아든 몸
그 무엇 있어 두려움이랴
그 무엇 있어 미련이랴
하지만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그 힘은 무엇일까
부귀도 명예도 던져 놓고
가슴 치며 땅을 치며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그것은 무엇인가
볼 수조차 없는 알 수조차 없는
그 무언의 존재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어리둥절할 뿐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무엇 때문에
이 첩첩 산중에서 이토록 아파야하는가
무엇을 찾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을 얻기 위함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여기에 와있어야 하는가
나는 왜 모두에게 외면당해야 했던가
그들은 왜 나를 외면했을까
그렇다면 내 잘못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를 찾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지쳐갔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과 의문 그리고 갈등
나를 찾아야 했다
홍류청담 흐르는 차가운 물속에 몸을 던졌다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3/8)
죽기 위해 도망쳐 온 신세
나라 신세
겨레 신세 무엇이 다르랴
내 신세
망해가는 나라 신세
무골충이 겨레 신세
왜 천손의 민족 신세가 이 모양 이 꼴이던가
찾아 보리라
찾아 보리라
가다가 가다가 더 갈 데 없으면
그 때 죽음으로 돌아가자
공룡능선 타고 눈보라 내려온다
엄청난 노여움으로
때론 숨죽인 고요로 계곡을 울리고
고통으로 뒤트는 나무를 때리며
견딜 수 없는 두려움으로
등짝 후려쳐 쫓아내건만
모든 생각 끊어지고
입 없어지고 눈, 귀마저 없어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석장승으로 굳었구나
아 -
천지(天地)여
광막함이여
온 천지(天地) 덮어 버린 숨 막힌 고요도 지나고
하늘 온통 날려버릴 듯
몇천년 슬픔으로 울부짖던 광풍도 잠들었다
폭포 앞에 서서
나는 폭포 소리를 잊어버렸다
홍류청담 폭포 앞에서
나,
몇백년 혼자였다
아 -
이토록 열심히 혼자인적 있었던가
폭포도 잊어버렸다
나를 때리는 온 세상에
속수무책이었다
찾아오는 바람도
그리움이거든 가거라
바람 소리도 다 죽여
저 산 만한 벙어리로 만들어버렸다
그토록 오랫동안 바윗덩어리 묵언인 채
가슴마다
시뻘건 낙조를 채웠다
귀 기울여 속수무책의 세상과 한을 들었다
두 눈 부릅떠
가슴 속속들이 아파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만년 세월의 고통을 보았다
가슴 치며
땅을 치며 통한의 피눈물로
몇 밤 이었던가
몇 날 이었던가
저 천지(天地) 개벽의 골짜기마다
능선마다
새벽안개에 잠겨
고요조차도 거짓인 이 땅에
죽음으로부터 생명이 태어나는 빛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빛
겨레의 빛
만백성의 빛 들어와
구만리 하늘 가득히 아침 햇살로 퍼지는데
내 아들아 -
한 소리 큰 외침에 억겁의 때 깨쳤다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오직
영원히 행복하고자 했던
어리석음의 욕망으로
천지근본을 저버린 채
거룩하고 위대한 인간 위에
군림하고자 했던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의 역사
찰나의 행복을 꿈꾸던
어리석음이 빚어낸
인류 환란의 혈겁을 잠재울
시대적 소명을 안고
거룩하게 살다간
옥황상제도, 석가도, 예수도
수없이 명멸해간 영웅호걸들
선사, 고승들의 깨우침이 생활의 지혜였을 뿐
내가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엇이며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또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원초적인 근본에 이르지 못했음을 알았다
이 땅을 살다간 모든 영혼들이
삼천 구천 대천세계에 서성이며
아우성으로 울부짖고 통곡하고 있음을 보았다
우리가 찾아야할 신은
오직 천지신명 어느 대상이 아닌
천지대자연의 기운이며
우리는 천지우주의 질서를 이끌어 가야하는
천, 지, 인 삼기중
최고최상의 정혈로 존재하는 핵심원소요
천지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할 천손임을
인류를 바르게 이끌어 가야할 지도자 민족임을
이 땅에 억겁의 죽음을 떨치고 달려와야 했던 이유를
천지근본 이 땅에 진실과 천손의 사명을 알았다
여기가 어디인가
여기가 어디인가
모두의 가슴에 물어보자
몇천년 대대로 이어져 내려 온
만단의 역사 알지 못하고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모른 채
피투성이 되어 싸우는 땅이구나
쓰러지는 땅이구나
아 -
만년 세월 피의 날들이여
천지(天地) 어버이시여
이 몸 죽이소서
천손 죽이소서
천지(天地) 죄인 죽이소서
인류 죄인 죽이소서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4/8)
도와 덕을 버렸기에
오직 죽음으로밖에는 씻을 수 없는
그 어떤 죽음으로도 다할 수 없는
천손의 과오를 알지 못한 채
천지근본 이 땅을
이념과 사상의 부재 속으로 밀어 보내고
인류에게 슬픔과 고통을 팔아버린
머리를 들 수 없는 만고 죄인의 부끄러움으로
또 다시 죽어갔다
그리고 깨어나
끝없는 대자연의 옹호 속에
이 세상 그 어떤 목숨도
받아 보지 못한 천지(天地) 대자연의 사랑으로
나는 자라났음을 알았다
천지(天地) 대자연에 무릎 꿇어
천지의 자식으로
천손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거룩하고 장엄한 의식을 치루었다
그리고
천지(天地) 대자연의 근본을 잃어버린
만고의 죄인으로
천지(天地) 대자연과
인류와 민족에게
온 우주의 삼라만상 앞에
참회와 반성의 눈물로 만반진수를 대신하여
용서를 빌면서 또 다시 죽어갔다
자유에 취한 내 영혼이
비로소 일체의 감정을 놓아주었다
둥 둥 둥
북소리에 비로소 깨어나 홍류청담 흐르는
천지(天地)의 눈물로
울음도
웃음도
만년 세월 욕된 때 씻어내고
내 슬픔의 이름도 잊어버린 채
오직 천지(天地)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났다
천지(天地) 모르고 살아 온
이 몸 살아서 살아서
이 땅의 이슬 되고 바람 되어
참다운 곳 이 땅에
의로운 곳 이 땅에
만년 세월 사무친 뼈를 박으리라
천손의 비겁한 부끄러움 다 쏟아 놓으리라
인류에 대한 부끄러움도
이 땅의 자식들과
아내에 대한 부끄러움도
모두 다 쏟아 불태워버리고
만년 세월 쌓아놓고 묻어 버린
민족의 한을, 인류의 고통을 줍기 시작했다
천지(天地)의 죄인 되어~
늙은 무당이 두드리는
한 서린 징소리에서
무불통달한듯한 스님이 주고 떠난
오만의 화두에서
창궐하는 거짓들을 갖고 온
군상들이 버리고 간 속세의 아픔에서
천지(天地) 근본이 버려진 세월 속에 쓰레기를 주웠다
소금 치고
화전 치고
늙은 무당 한 바탕 신명 풀어
극락왕생 빌어놓고
뒷전 내어 던져놓고
총총히 떠난 뒤
버려져 통곡하는 영혼들과 함께 울었다
내가 너희들과 함께 하리라
달래고 함께 하며
버려진 백성들의 피땀으로
사무친 뼈에 살을 붙여갔다
천손의 이름으로 살아간 조상들
자식에게 피와 살 이어내려
후손의 오늘 있도록 하였건만
왜 저토록 구박이며 오도 가도 못하고
귀신 되어 방황 속에 떠돌아야 하는가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지난밤 선몽 받고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가난만이 오직 자신이 가진 전부인 것처럼
초췌한 모습으로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훔치며
노모를 등에 없고 애원하는 사내에게
‘아무 것도 모릅니다
잘못 찾아 오셨습니다‘
힐끗 노파를 본 순간
온 전신에 혈맥이 나타나고
막힌 혈도가 나타나며 이곳을 만지면
나을 수 있다고 깜박이며 유혹하고 있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치오르는 동정심과 불쌍함으로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놓았노라고
침 튀기며 은연중 자기도술 자랑에
열을 올리던 박수의 얼굴이
반신불수 환자를 침으로 완치시켰노라고
굿을 하여 암으로 죽어가던 사람을 일으켜 세웠노라고
갑론을박을 논하던
스님·보살들의 득의 찬 미소가 다가와
목에까지 올라온 동정심을 잡아끌면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등을 밀어 재촉하고 있었다
노파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망설이는 내 양심을 후벼 파고 있었다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한 채
몇 번을 간청하며 매달리는
그들을 보내놓고
내 자신의 무능함과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하며
바위에 온 몸을 때리고 가슴을 치며 울었다
왜 저들은 저렇듯 아파야 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거늘
내 삶은 소중하고 저들의 삶은
소중하지 않단 말인가
전지전능하신 신께서 아프게 한 것이라면
낫게 해줄 수도 있으련만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을
나에게 보내준 것인가
천지도술을 가진 자
왜 이리 구차하게
산천 찾아들어 구걸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왜 당당하게 떳떳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빌고 사정하고 매달리며
이 땅의 자식들
배반과 위선의
허울 뒤집어쓰고
비나리 백성 되어 살아가야 하는가
이것이 이 민족과 내가 가야 할 길이란 말인가
이것이 천손의 삶이란 말인가
만년 세월
그 푸른 아픔으로 걸어 온 그 길이
이 짓을 하기 위하여 온 길이라면
핏발 선 목 뎅겅 잘려진다 해도
이제부터
결코 신이란 위엄으로
보이지도 않는 힘으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조롱하며
인류의 역사와
민족의 운명과
인간의 생사여탈을 쥐고 흔들어 온 존재라면
나는 거부하련다
천손의 이름으로 흘러온 민족이라면
민족의 사상과 이념 없이
어찌 오늘이 있을 수 있겠는가
빌고 사정하고 매달리는 사상이
천손인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실체라면
어찌 이 백성 희망을 꿈꾸며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아니다
천자천손의 이름으로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그 힘이라면
그 진실은
이 땅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으리라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을 찾으리라 찾으리라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5/8)
목숨을 걸어놓고
끝도 알 수 없는
언제나 억눌러놓고
콱콱 숨 막히도록
족쇄로 옥죄어왔던
실체도 없는 존재와의 싸움으로
내 가물거리는 의식을 붙들어놓고
얼마였던가
몇 번이었던가
밤새 소리 치고 분노의 주먹을 떨면서 죽어 갔다
일체의 모든 것을 거부하며
굶주림으로 쓰러져 눈보라 맞으며 죽어갔다
그리고 깨어나
천손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천손에게 내리는 천지대자연의 준열한 심판이며
인류겨레를 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그 큰 힘과 능력을 부여해준 것임을 알았다
찢겨지고 흩어져간 천지 자식들의
고통과 슬픔을 감수하며
피눈물로 지켜보고 있는
천지대자연의 거룩한 사랑임을 알았다
우리가 겪는 이 아픔이
내게 다가온 인연들을
내 스스로 외면하고 행하지 않았기에
소중한 인연들을 진정 사랑하지 못했기에
감수해야하는 당연한 결과임을 알았고
죽음보다 혹독한 외로움과 고독에 떨어야 했다
오직 행하기 위하여
이 땅에 와야 했음을 알았고
사랑한 자만이 죽을 수 있음을
사랑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죽음일 수 없음을
서로가 서로 위한
진정한 사랑과 상생으로
참된 마음으로 살아갈 때
그것이 행이며
그 행의 공답만이
천지죄인의 업을 소멸하고
천지대자연의 본향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천지근본 이 땅에서
내 삶의 목적은 오직 행일뿐
하늘에 해가 없을 지라도
하늘에 별이 없을 지라도
우리는 천지우주와 인류를 위하여
오직 행하여야 함을 알았다
푸른 달빛을 가르고
강물을 퍼마시면서도
살을 베어 팔아서라도
혼을 팔아서라도 행하여야 하는
인류와 천지우주에 대한 버릴 수 없는
이 땅의 의무요 진실이요
천지대자연으로의 영원한 회귀를 꿈꾸는
약속의 땅
삼천리 이 땅에서
우리가 이루어야할 대천명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알았다
또 다시 깨어나
찢어진 목구멍 치솟는 선지 피 꿀꺽 삼키고
천지 자식들의 원망과 탄식을 다독이며
고통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천지대자연 앞에 천지공사의 대천명을
죽음으로 다하겠노라고
피눈물로 다짐하며
먹그믐밤 캄캄한 밤이면
힘없는 나라 백성 되어
죽어 간 원귀들과 땅을 쳐 하늘을 울었다
달빛 환한 밤이면
쓰러진 나라 민족 일으켜 세워
잘못된 근본 뜯어고쳐
헌 세상 바로 세우리라
내 한 운명
영혼의 바다 이 땅에
준엄한 이 산하대지에
가장 작은 씨 되어 뿌려지리라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천지 어버이시여
소자에게 내려주신
천지기운 모든 능력 거두어 주소서
대천명 받들어 천지근본 이 땅에
도와 덕을 꽃피워
인류형제 참된 사람 되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혼신을 불태워 이끌겠나이다
스스로 살피시고
스스로 거두시어
스스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마음을 가진 인간이기에
사사로운 정리와 편견에 치우쳐
바른 분별로 천자천손 인류겨레
바르게 이끌지 못한다면
천둥으로 벼락으로
준엄하게 벌하여 주소서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6/8)
이 땅에서 실종되어버린 천손의 혼과
민족의 주체사상을 찾아가기 위하여
수십 번을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죽어가면서도 결코 타협이 아닌
의지와 사명으로
칠천년 세월
어둠 속에 봉인된 천부의 진리를 끌어안고
좌절과 절망으로 떨고 있는
이 땅의 한과 인류의 슬픔과
날카로운 비수되어 심장을 가르는
천손의 통곡을 안고
수없는 낮과 밤을 피눈물로 지샜다
적적막막
산중에도 봄이 왔다
하얗게 얼어 겨울을 함께 울었던
홍류청담 폭포도
거룩한 눈물 되어 바다로 떠나갔다
겨우내
이슥한 밤이면 찾아주던 보름달도
신 새벽 눈썹 되어 찾아오던 그믐달도
낮달 되어 떠나고
폭력과 위선으로
굴욕과 수치로
아부와 비굴함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바람으로 스쳐가고
따가운 햇빛으로
차가운 눈보라로 때리고 지나갔다
바위가 형제 되고
나무와 숲은 이웃이 되었다
삼라만상은
인류가 되고
민족이 되고
백성이 되어
천지(天地) 근본을 버려버린 회한의 눈물로
홍류청담을 가득 채우고
천지(天地) 산하 모두가 하나 되어
천손의 부박한 삶을 주워 바다로 나아갔다
폭력도
위선도
불신과
교만도
만년 세월의 한과
이그러진 환관의 모습도
비겁한 몸짓으로
거짓으로 흘려버린 웃음도 껴안아
가슴에 묻고 땅에 묻고
민족을 위한
인류를 위한
천지(天地) 대자연을 위한
천지(天地)의 자식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환골탈태의 고통을 견디어낸
의지를 일으켜 세워 바다로 향하였다
열 번
스무 번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온 시간들을 남겨두고
만년 세월 숨가쁘게 달려와
숨죽인 저 산맥들과
천지(天地)의 한숨과 인류의 통곡 안고
입 다문 저 능선들과
삼천리 황토밭 어딘가에
천장지비의 비밀을 안고
누워 있는 진리를 일으켜 세워
천지(天地) 자식들의
피멍 든 가슴에 안겨주기 위하여
나는 가리라
동해 바다 깊은 바닥에
도사린 암초 물어뜯어
만년 세월 누워버린
천부 진리 가슴에 안고
천지(天地) 물길 돌아오기 위하여
하늘과 맞닿은 백두 천지(天池)에 올라
온 세상 잠에서 일깨워
새 세상 아침 맞이할 수 있도록
세상 모든 죽음이 삶으로 돌아가는
장엄한 부활을 꿈꿀 수 있도록
천지(天地)여
쇠북 울려 천손을 깨우소서
천 년을 새로 시작하는 참된 이 땅에
천 년을 다시 시작하는 의로운 이 땅에
천지(天地) 근본을 꽃 피우기 위하여
동해 난바다 깊숙이
만년 세월 기다려 온
그 진리와 만나기 위하여
홍류청담을 떠났다
넋 잃은 한숨 되어
죽음 찾아 온 지 어언 7년
고통과 고통의 결정체인 검은 머릿결로
붉게 타는 노을을 때리며
내 어리석음이
더 이상 기쁨과 슬픔의
바보로 남지 않기 위하여
속세의 바다로 향했다
선홍빛 단풍 불타오르고
하늘은 푸른 울음으로 가득 찬 가을
선홍빛 단풍으로 타올라
눈부신 죽음으로
생을 마무리하고 있는
잎새들을 밟으며 홍류청담을 떠났다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7/8)
목숨을 걸어 놓아야 가능했던
7년 세월의 긴 여행 속에서도
언제나 내 목숨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던
내가 태어난 고향과
내가 자라나고 뼈와 살을 만들어 온 곳으로 돌아가
내가 개척한 내 운명과 함께 떠나기 위하여
만년 세월의 천부 진리를 깨우기 위하여
나는 더 자라나야 하기에
더 굳세져야 하기에
더 큰 마음과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기에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삼천리 반도를 돌고 돌면서
그 어떤
우상도
권력도
명예도
절망과 배신으로도
내 운명의 독립과
내 끝없는 의지를 파괴할 수 없도록
마음껏 자라 온 인류 위한
거대한 원을 가지고 동해로 가야한다
삼라만상의 정수리
백두천지를 머리에 이고
한반도의 등허리 백두대간으로 뻗어내려
낙동정맥 세워놓고
지리영산에 한숨 토한 천지기운 등에 업고
낙남정맥을 달려와 영도에 닻을 내리고
지구촌 대동맥의 뿌리로 자리한 부산
천지근본의 도와 덕을 발아시키고
인류문명을 개화시켜
인류역사의 오늘이 있기까지
그 모진 산고와
세상의 거대한 모순의 채찍을
견디면서 나라와 민족이
고난과 역경에 처할 때마다
절망을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희망으로
무지몽매한 백성 어루만지며
이 땅의 오늘을 있게 한
인류겨레 삶의 원천이요
영원한 고향 부산
언제라도 희망으로 만취한
우리가 돌아갈 항구의 밤은
세상 모든 모순을 안고
온갖 성토와 쟁론과
속삭임과 가난한 음모로
깊어가고 있었다
밤새 울부짖던 성난 파도도 지쳐 잠들었다
잿빛하늘 나직히 비를 뿌리는 태종대
바람도 소리도 빛도 없는 세월
타는 목마름으로
애타는 눈빛으로
기다려온 인류의 희망과
천지우주의 새 미래를 부르는
광오한 외침
천지어버이시여
천손 굽으소서
이 땅 굽으소서
결코 부끄러운 천손의 이름으로
돌아가지 않겠나이다
이 땅에 천지근본 적어놓고
당신의 가슴 속으로
처절한 아픔 속으로 돌아가겠나이다
백두야 가리라
내가 가리라
온 인류겨레 씨줄로 하나 되고
날줄로 하나 되어
천지우주 가슴으로
돌아가는 기쁨의 함성
열여섯 봉우리
천지바다 품어 안은
너의 가슴에서
울려 퍼지리니
천지근본 묻어놓고
거역의 몸짓으로 떨고 있는 이 땅에서
도와 덕을 꽃피워
이 땅의 진실이 정의가 되고
인류의 꿈과 희망이 살아날 수 있도록
내가 가리라
내가 가리라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8/8)
지리산 천황봉에
저주처럼 비가 내린다
만년세월 힘겹게 달려와 지쳐 누운
늙은 산맥의 가슴 찢어지는 소리
허물어진 옛 성터에 미친 듯이 타오르는
영혼들의 피 끓는 소리와 함께
신들이 울고 있다
천상천하 모든 대신들
옥황상제도
지장보살 관세음도
석가도 예수도
태양을 찬양하던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그리스 델포이 신전의 폐허에서
히말라야에서 몽블랑에서
바벨탑 아래서 만리장성 위에서
달려온 신들이 목놓아 울고 있다
천손의 이름으로
그 무엇 하나 남김없이
속절없이 살다간 만년세월을 흐느끼고 있다
그 얼마나 참았던 눈물이었던가
그 얼마나 사무친 슬픔이었던가
혼들이여
혼들이여
대한의 혼들이여
삼천단부 터주의 혼들이여
천년을 울고 만년을 울어라
밝은 땅
신성한 땅 대한 큰 나라
새 천지 열어갈 을유원년
천지근본 이 땅에서
인류겨레 하나 되고
천지신명 화합하여
인류겨레 천지우주 영원한 평화 이룰
천부경 중광의 진리 피어나리니
하늘 가득 빛나는 별빛 되어 떠나자
만년의 희망 안고
달려온 신들과 하나 되어
무능했던 천손의 자책과 회한의 눈물을
천황봉에 뿌려놓고
천지공사 대천명의 사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하여
새벽어둠을 헤치고
백두대간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천초목 마구 뚫어 놓은 길을 따라
새벽을 달리고
민족의 순결로
종속과 모진 지배에도 목숨 지켜
오래도록 씨 뿌리고 기다려 온
이 땅의 구석구석
산천 골골마다 길목마다
집착에 매여 서성이며 한을 토로하고 있는
영혼들을 제도하고 어루만지며
도·시·군·구·면·리·동
관청·병원·시장
천지대자연의 근본인
도와 덕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백의민족의 혼이 머물고 있는
이 땅의 모든 곳을 편답하면서
막혀버린 혈맥을 뚫고
천지기운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도와 덕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몸뚱이 찢겨져 나가건만
밤낮도 고통도 잊은 채
저녁 하늘에 매달려 울고 있는
백성들의 수많은 애환을 적어나갔다
수많은 이름의 거리에서
수많은 이름의 산맥을 오르면서
수많은 이름의 강을 건너면서
벙어리 되어 떠나 버린 낮달의 인내로
겨레라는 이름 버리고
아버지 죽던 날도 잊어버리고
어머니 죽던 꼴도 잃어버리고
산하의 정기 초토로 불태우고
서로 피 흘리고 울고불고
갈라서서 살아가는 내 형제, 동료를 만났다
우리 이 땅에 온 지
몇 천만년이었건만
해와 달 뜨고 몇천년 흘렀건만
아직도 저지레 세월 안고
가난과 저주의 넋두리로
절망과 분노의 맹세로
서로의 가슴을 후비고 있어야 하는가
정의의 깃발이 펄럭이어야 하는 거리
이 거리에서
악이 언제까지나 만세를 부르고
언제까지 축배를 들어 올려야하는가
일상의 찰나 찰나가
숭고해야 할
거룩해야 할
이 땅의 천년 세월아
무엇을 하였던가
천시를 알리고
50여년 울며 몸부림으로 달려왔건만
이 역사 증언할 자
황토 흙 속에 원통한 귀신 되어 울고
남북으로 원수 되어 갈라지고
동서남북으로 찢어져
사람과 사람 사이
야만과 위선 폭력뿐이구나
민족의 정기 끊어 놓은 것이
어찌 석자 세치 쇠꼬챙이였더냐
천손의 적통 이어내린
만산 봉봉의 정기를
36년의 세월로
어찌 훼절시킬 수 있겠는가
석자 세치 쇠꼬챙이로
어찌 유린할 수 있겠는가
유가 천년
불가 천년 속에
천지(天地) 근본을 바로 알지 못해
뿌리 깊이 심어 놓은 인습과 관념의 재앙이구나
양심의 오장육부가 뒤틀려 버리는 거리
정의의 가슴들이
멍들어 버린 거리에서
위선의 연막을 치고
술수와 기만으로 권세 농락하며
거들먹대는 부귀 앞에
부끄러운 오늘이구나
부끄러운 우리들이구나
이 흙바람 속에서 무슨 꽃이 피겠느냐고
이 흙바람 타고 무슨 봄이 오겠느냐고
한탄과 넋두리로
통곡하고 있는 이 산하를 돌아야한다
천지(天地)의 골수와
온 인류 권세 몽땅 빨아먹어
그래서 동맥경화에 걸려버린
도와 덕을 잃어버린
삼천리 산하 돌고 돌아
막혀버린 모세혈관까지 온통 다 뚫어버리고
정지 되어버린 천지(天地) 대자연의
질서를 회복하고 실종되어버린
인간의 본분과 도리 다 할
천지(天地) 공사의 대천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하여
나는 가야한다
이 땅에 남겨진 마지막 희망을 가슴에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