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해질녘 오후가 되면 동생과 나는 페트병 하나씩 들고 엄마의 명령으로 약수를 뜨러 산을 올랐다.
약수는 뒷산 중간쯤 있었다.
어릴 땐 그냥 우리 집 뒷산이었다.
커서는 뒷산이 금당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억에 거기엔 아저씨들이 운동도 하고 쉬기도 하는 곳이었다.
산 초입부터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조그만 계곡의 다리를 건너 또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면 돌들이 있는 나무가 없는 터진 공간이 나오고 거기를 지나면 약수터가 나온다.
계곡은 처음 길 오른쪽에 있다가 오르다 보면 길 왼쪽에 있다.
딱 정상의 중간쯤 되는 곳.
거기서 좁은 길로 다시 오르면 정상가는 길이었다.
그 정상이 옥녀봉.
매년 1월 1일 해보러 옥녀봉에 오른 기억이...
그 이야긴 다음에 자세히 하련다.
동생과 나는 중봉(?)에서 약수를 떠서 페트병 한 병씩 들고 내려왔다.
그땐 그 한 병이 참 무거웠다.
페트병의 입구 아래에 있는 원 부분을 손가락으로 잡고 내려오다 보면 손가락이 아팠다.
그냥 껴안고 오면 편했을 텐데 왜 그렇게 들었을까?
올라갈 땐 가벼웠는데 약수를 떠서 내려오는 길은 그래서 팔이 아팠나 보다.
겨우 1.5리터였는데...
그 두 병의 약수는 우리 가족의 하루 물이었다.
페트병을 냉장고에 넣으면 임무 완수.
어쩌다 아빠랑 같이 가면 아빠는 접어졌다 펴지는 접이식 플라스틱 약수 물통을 들고 가셨다.
거기는 더 많은 물이 들어가서 좋았다.
한 3리터쯤?
물이 많으면 내일 약수를 뜨러 가지 않아도 되니깐.
그럼 더 놀 수 있으니깐.
그래서 아빠랑 약수를 뜨러 가는 날은 참 좋았다.
그 시절 아빠는 슈퍼맨이었다.
그 무거운 물통을 거뜬히 들고 다녔으니깐.
그때는 그냥 뒷산에서 물 떠다 먹는 그런 깨끗한 세상이었다.
두 어린 형제가 산에 가도 안전한 세상이었다.
그 좋은 세상이 참 그립다.
동생이랑 같이 약수를 뜨러 다녔던 행복했던 두 형제의 시간이.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