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흐렸다.
그래서인지 다들 늦잠이다.
일어나서 햇반을 데우고 김치와 김을 반찬으로 한다.
여기는 호텔이라 전자레인지가 없어 햇반을 데울 수가 없다.
하지만 기가 막힌 한 가지 방법이 있기에 소개한다.
햇반을 포트 스팀으로 데우는 방법이다.
햇반의 아래쪽 플라스틱 부분을 칼로 십자 모양으로 크게 도려내고, 위쪽 비닐이 있는 부분은 칼로 찔러 구멍을 여러 개 만든다.
그리고 그 햇반을 포트 윗구멍에 올려놓고 물을 끓인다.
그러면 물이 끓으면서 생긴 스팀이 햇반을 통과하여 햇반이 아주 잘 데워진다.
단점이 있다면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밥을 해먹을 수는 없고 나가서 먹자니 너무 힘들고 귀찮아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를 원하는 우리에게는 참 좋은 방법이었다.
여행 3일차가 되니 빨래가 쌓여간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을 어제 갔던 경주시립도서관에 데려다 놓고, 아내와 가까운 빨래방을 찾는다.
빨래방은 처음이다.
전에 긴 여행 중에는 숙박지에 항상 세탁기가 있어서 빨래방을 찾을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호텔이라 그런지 건물 내 세탁기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근처의 빨래방을 찾게 되었다.
빨래방 이용은 걱정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간편했다.
드럼 세탁기에 빨래를 몽땅 넣고 동전만 넣으면 알아서 해준다.
한번 빨래를 돌리는데 4,500원에 25분 정도 걸리고, 건조기도 마찬가지였다.
와 참으로 신박한 세상이다.
너무나도 편리한 세상이다.
장기간으로 여행 다니기 너무 좋다.
빨래를 잠시 기계에 잘 맡겨놓고 도서관으로 복귀하여 아이들과 책을 읽고 있으니 갑자기 인천에 사시는 형님께 전화가 온다.
형님네도 자녀들을 데리고 경주에 오셨단다.
와 어떻게 이런 일이...
실은 가족들에게 우리만 여행가기 참 미안해서 말하지 않고 조용히 왔는데 이렇게 경주에서 만나다니 더욱 반갑고 새로웠다.
관광하느라 점심도 아직 못 먹었으니 어디서 같이 식사나 하잔다.
우리도 아점을 늦게 먹고 나와서 점심이 아직 이었다.
그 시간이 3시쯤이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식당들이 다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식사가 불가하단다.
그래서 어제 갔던 ‘경화식당’에서 보자고 했다.
(참고로 큰 처형 성함이 ‘경화’다.)
어제도 3시 넘어서 식사를 했으니 오늘도 가능할거라 생각했다.
맡긴 빨래를 찾고, 어제 갔던 집밥 식당을 오늘도 찾았다.
사장님도 우릴 알아보시고 더 반가워하신다.
형님네와 즐겁게 식사를 하며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경주의 어디가 좋은지, 다녀온 곳은 어디인지 등등...
형님에는 짧은 일정이라 오늘 경주에서 영천으로 넘어가신다고 한다.
멀리서 만났는데 금방 또 올라가신다고 하니 참 아쉽다.
반면 우리는 여행 기간이 길어서 시간에 크게 쫓기지 않아 여기저기를 천천히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했다.
그렇게 주위를 잘 살피면 감사할 일이 많다.
이 여행도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리라.
호텔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찾아 가까운 성동시장을 찾았다.
주차장과 시장은 바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마치 제주도의 서귀포 올레시장에 온줄 알았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시장에 들어서니 먹거리가 너무 가득하여 점심을 먹고 왔는데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꼭 시장을 찾는다.
그래서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관광이 아니라 살러 왔기 때문에.
물론 맛있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성동시장의 특징은 ‘우엉’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우엉을 잔뜩 넣은 김밥이 이 시장의 명물 먹거리라는 말이다.
보통 김밥에 우엉을 한두 줄 넣지만 여기는 김밥의 절반 이상이 우엉이다.
게다가 김밥 반찬도 우엉이다.
하여 저녁거리로 우엉김밥, 튀김, 떡볶이, 순대를 두 손 가득 사들고 시장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모두 분식을 참 좋아하기에 오늘 저녁은 숙소에서 TV를 보며 분식이다.
혹시 왜 분식인지 아는가?
분식(粉食)은 원래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뜻하였다. 이 정의에 따르면 라면, 국수, 빵 등이 분식에 해당되었으나, 현재는 떡볶이, 김밥, 순대, 어묵, 라면, 닭강정과 같이 단가가 싸서 분식점 등에서 많이 조리·판매되는 음식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B6%84%EC%8B%9D)
숙소로 들어와 우리는 바로 숙소 내에 있는 사우나와 수영장으로 향했다.
이 숙소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 모두가 물을 너무 좋아하여 사우나와 수영을 즐기기 때문이다.
오늘은 좀 쉬고 체력을 비축하자는 의미로 몸의 피로를 풀고자 하였다.
수영장에서 만나 1시간 정도 그동안 익혀왔던 수영을 하였다.
(아내와 나는 예전에 수영을 배웠고, 첫째와 둘째는 작년 수영장에서 레슨을 받았다. 막내는 아직 키가 넘는 수영장에서 벽만 잡고 다닌다.)
5명의 가족이 한 레인에서 자유형으로 한줄기차로 수영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는지 옆에 계시는 분이 어디서 왔는지, 아이들이 왜 이렇게 수영을 잘 하는지 등등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지친 몸을 이끌고 뜨거운 온천물에 들어가 2시간가량 몸의 피로를 풀면서 여행 3일차에 우리는 이렇게 한번 쉬어가기로 한다.
물속에서만 3시간은 있었다.
남들은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을 물속에서 있을 수 있냐고들 하지만 우리는 거뜬하다.
모두 물을 좋아하기에.
문득, 모두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고 같아서 가족인건지, 아니면 가족이기에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해진다.
오늘 저녁은 분식에 드라마 ‘환혼’이다.
아내가 드라마 ‘환혼’을 좋아한다.
[초3의 일기]
오늘 다같이 수영장에 갔다. 거기서 누나랑 달리기 시합, 닭다리 싸움, 숨 오래참기를 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 나가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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