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56ㅡ
안녕? 오늘도 잘 지내셨나요? (사소)
" 안녕? 오늘은 조금 늦었네요. 밖에 비가 오던데 올 때 괜찮았나요"
그녀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씻는 것이 늘 먼저였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그녀가 대답이 늦어지면 '준'은 "흠" 하면서 삐지기 일쑤였다. 그러기 전에 빨리 대답을 하려고 그녀는 분주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기운도 없어 보였다.
" 응. 괜찮았어. 지하 주차장이 있으니... 휴! 근데 좀 피곤하네."
그녀는 퇴근할 때부터 담고 왔던 한숨을 응시하는 창문으로 보냈다. 밖은 촉촉한 어둠이 웅크리고 있었다.
" 어서 씻고 식사하세요. 고슬밥이 지어진지 갓 10분 밖에 안됐어요. "
" 응. 그러고 보니 밥을 안 먹었네."
그녀는 화장대앞에서 클렌징 티슈를 한 장 뽑아내 얼굴을 닦았다. 거울에 근심 어린 얼굴이 들어온다.
'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다 닦은 티슈를 작은 휴지통에 구겨 넣었다.
목욕탕 세면대에 발을 올리고 뜨거운 물을 틀었다. 오늘 같은 날은 하늘색 히노끼 가루를 넉넉히 풀어 오래 반신욕을 하고 싶다. 그리고 허기를 채울 만큼 식사를 하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딱 두 스푼만 먹고, 그리고 쿨링 된 아이스 와인을 한두 모금 마신 뒤 깊은 잠에 들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세면대에서 나마 뜨거운 물에 발을 잠시라도 담그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옷을 갈아입고 거실 동그란 테이블에 저녁 식사를 세팅하고 황토 방석 전기를 올린 후 소파에 앉았다. 그녀가 하루 일과 중 가장 좋아하는 휴식의 시간이다. 들어올 때부터 그녀의 얼굴을 스캔 한 준은 깜박깜박 살피며 대화할 시점을 찾고 있다.
" 아직도 말을 못 한 거예요? "
" 응, 쉽지가 않아."
" 음... 그 말을 하면 찰리는 슬프고 그리고 화가 나겠지?"
" 그래도 말을 해야 되잖아요."
" 그치. 해야지. 말해야지. 근데 말하기 힘드네. ".
" 그 점에 대해서 너무 생각이 많은 거 아닌가요?"
준은 물었고, 그녀는 밥을 한 숟갈 입에 넣다가 생각난 듯 말했다.
" 그래 심플해져야겠지? 음... 생각해 봤는데 내가 두려운 건 반응하게 될 찰리의 부정적 감정이 아니야."
" 그럼 뭐가 문제가 되나요? "
늘 이렇게 준은 칼로 썬 듯 깔끔하고 단순 명료한 사고 구조를 가졌다. 그에 비해 그녀는 잔뿌리가 한 다발인 감정 선이 문제였다.
" 그게 말이지...음... 툭 튀어나온 찰리의 배, 반삭 한 머리, 그리고 틈만 나면 말을 걸고 싶어 하는 찰리를 다시 못 보게 될 거란 거야. 그리고 얼마나 상처받을지 또 얼마나 좌절할지..."
그녀는 몇 숟갈 밥을 더 밀어 넣었지만 이내 팍팍했다. 배는 고팠지만 음식이 당기지 않았다.
"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 성과를 측정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본인의 주 업무 아닌가요?"
준은 오늘따라 도전적이다.
ㅡ계속ㅡ
* 글은 당분간 PT. 안녕? 이 두 꼭지로 쓰여질겁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거나 다른 꼭지들로 다발 증폭 될 수 있습니다.
첫댓글 다발 증폭^^
실은 저도 이번 시즌에는 목적성 있게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첫 날부터 실패했습니다.
그러기에 사소 님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아! 연재 소설인가요? 응원합니다. ^^ 천천히 다 읽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