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감음
우리 집 뒤뜰에는 3미터나 되는 대추나무가 있다. 매년 따기 쉬운 낮은 가지의 대추를 쉽게 따곤 했다. 며칠 전 집사람과 상혁이와 함께 사다리와 대나무 작대기를 이용하여 대추를 땄다. 넘어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애써 팔 뻗어서 땄다. 장작더미 지봉에 올라가고 옆집 경계선의 담에도 올라갔다. 그 담은 오래되어서 굉장히 얇고 위험한 곳이었다. 지붕위에 올라가서도 땄다. 가지를 자르고 높이를 제한했다. 나만 고생한 줄 알았다.
오늘은 감따는 것에 도전을 했다. 감나무가 우리집 대문쪽에 있는데 높이가 4∼5미터는 족히 된다. 먼저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께서 낮은 곳에 있는 감을 1차로 따셨고 중간 치기 정도의 높이는 2차로 큰형이 땄다. 이제 남은 것은 높은 곳의 감들이다. 높은 사다리를 이용해서 또한 감따는 철사를 이용한 모험이 시작되었다. 감나무는 본래 약해서 항상 조심해야한다. 믿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감나무 가지라 했다. 부러지기 쉽고 다치기 쉽다. 나는 사다리에 올라가서 보이는 감을 꺾고 나무를 비틀고 흔들어서 감을 떨어드린다. 엄마는 밑에서 줍고 떨어진 충격에 상처 입은 감과 온전한 감을 구별한다. 첫째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뭔 먹을 것이라고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서울 자식들에게 또 넷째인 나에게도 보내야하고 이웃들에게도 나눠 줘야 하기에 감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셨다. 감따는 것을 마치고 아버지께 목욕을 가자고 했다. 목욕을 가면서 아버지께서는 수십년을 저렇게 어려운 대추 감따는 것을 여태껏 아무런 도움 없이 하셨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야 뭐 가끔 와서 보이는 것만 하고 가면 그만이었지. 둘이서 목욕탕속에 들어갔다. 아버지께 꼭 이 말씀은 드리고 싶었다. ‘아버지 그동안 집안 일 어떻게 다 하셨습니까? 저렇게 위험한 감, 대추 따는 것 어떻게 혼자 다 하셨습니까? 아버지 고생하셨습니다.’ 라고 아버지 귀에 대고 큰소리로 말하였다. 나의 오른손을 아버지 등에 대고 땀인지 눈물인지를 머금고 아버지 귀에 대고 큰소리로 말하였다. 아버지께서는 눈을 감았다. “그래, 그래.” 웃으시고 눈을 감으셨다. “이제는 모든게 다 지났다” 라고 말씀하시고 눈을 또 감으셨다. 시골 외아들로 태어나셔서 육남매를 건사시키시느라 고생하셨던 순간순간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갔지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아버지께서는 눈을 뜨시지 않으셨다. 아버지! 고생하셨습니다.
2022. 10. 23.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