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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우리는 왜 우울할까
이신정 추천 0 조회 58 24.07.28 01:14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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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4.07.28 21:23

    첫댓글 생부에게서 목숨을 잃을 뻔한 아이가, 말할 수 없는 순간들을 뚫고, 내가 일하는 그룹홈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룹홈에 오고 얼마 뒤, 생부는 아이와 연락하게 해달라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고, 아이는 겁에 질린 채로 나에게 달려와 생부와 연락을 끊고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아이의 보호자 자격으로 아이와 함께 법원을 찾아가 피해아동 보호 명령 신청을 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가게 되면 이번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아닙니다. 아이는 사실 이렇게 매끄럽게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단어 하나도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었습니다. 사건을 심리하던 법원의 가정보호사건조사관은 "감정을 토로하지 말고, 피해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사건만 이야기하라"며 아이를 닦달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맞고, 부엌칼로 살해 협박을 받고, 효자손으로 피멍이 들도록 맞은 아이였습니다. 아직도 아빠가 찾아올까봐 뒤를 돌아보는 아이였습니다. 조금만 갑작스러운 소리가 나도 사슴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는 아이였습니다.

  • 24.07.28 23:47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이 자리는 아이가 말하는 자리입니다!"
    전달 불가능한 그 진실을 품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아이 곁에서 분노가 치솟던 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진실(아이는 아버지가 자신을 죽일 것만 같은 위협을 느꼈다) 이 사실("그래서 아버지가 너를 그래서 찔렀니?" "아니요."-아이가 도망을 가서 찌르지 못 함)과 같지 않아서 속에서 천불이 나는데 동시에 눈물이 흐르던, 그런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전달이 불가능한 진실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찾아, 구멍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만물을 새롭게 듣고 싶어서 자꾸만 행간에서 치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구원할 방법을 찾아서요.

  • 작성자 24.07.30 00:18

    말문이 막히던 순간, 함께 하는 어른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먼 훗날 다른 문을 열게 되는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마음이 아프고 정신적으로도 복잡하셨을 텐데 아이 곁을 지켜주셔서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 24.07.30 10:00

    우울 환자에게 약 처방보다 들어주기, 아이의 눈물에 말 못하는 사정을, 인내를 가지고 들어주기만 해도 해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또 다른 입장에서는 들어주는 시간에 쫓겨 끝까지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도 이해됩니다. 오늘 수업 시간 말씀하신 증언보다 증거를 채택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의 생각이 매 순간 다르다는 사실, 또한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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