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소설작법 7,8,9장 발제문입니다.
7 긴장을 배치하라. – 지속적인 긴장의 생성이 중요하다.
플롯은 서술되는 사건들의 순서를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좋은 이야기란 (사람들의 착각과는 달리) 소재가 아니라 그 플롯을 잘 구성하는데서 온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타인을 설득 잘 하는 사람이란 같은 소재라도 그것중 어떤걸 선택하고 어떻게 순서를 만들어 연결짓는 것, 즉 플롯을 잘 짜는 가 하는 문제이다.
긴장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태어난다. 아무리 그럴듯해 보일지라도, 거대담론은 그 글을 공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긴장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인간은 구체적이어야 설득된다. 아이들은 용돈을 받아내기 위해 얼마나 그 돈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말하는지 생각해보자.
사족 : 곡진한 사연과 진실성을 가진 작가의 글이라도 자칫 그런 거대담론이 결합될 때
반면에 플롯이고 뭐고 없는 거친 문자이라도 그 진실성과 구체성은 사람을 깊이 감동시키곤 하는 것은 이것때문이 아닐까?
플롯의 핵심(또는 완성도 높은 플롯의 판단기준)은 독자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지의 여부다. 긴장은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듣도록 하는 힘인데, 이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글의 재미로 이어진다. 이승우 작가는 재미가 긴장감의 다른 말이라고 하고 있다. 긴장할 때 우리는 재미를 느끼고, 재미가 없으면 보지 않는다.
사람들을 붙잡는 긴장감은 지속적으로 궁금증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요령이다. 소설쓰기는 이런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하는 장치를 지속적으로 배치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초보자에게서 흔히 등장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무책임하고 설득력 없다.
** 어이없는 전개로 작품을 마무리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긴장감 있는 갈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
긴장과 속도
긴장이 꼭 속도감과 관련있지는 않다. 슬로비디오를 생각해보자. 빠르게 전개하는 것 보다 독자 입장을 고려해서 정교하게, 그리고 가능하면 참신하게 전개해야 한다. 글을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속도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시간을 쪼개서 느끼게 하는 것이다. ( 이 과정에서 문장의 밀도가 전재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사족 : 필요한 구체성과 속도감은 독자와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서 결정되어야 할 것 같다. 웹소설을 보면 빠른 전개가 특징이고, 그것은 애당초 웹소설의 독자층이 원하는 것이 구체적인 묘사가 아니라 관습화된 특정 요소의 재연을 통한 익숙한 쾌감이기 때문이다
8편 전략을 세워라 – 선택과 배치
소설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갖고 인공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글의 재료는 너무나 많다. 버려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에 기초하여 쓸때는 버리는 것이 어렵다. 이때 우리는 과감해저야 한다.치
앞에 쓸 것과 뒤에쓸 것, 많이 드러낼 것과 조금 드러낼 것에 대한 숙고도 필요하다.
스토리는 자연의 순서를 따르지만 글을쓸때의 플롯은 순서조차 우리가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통일성과 연결성이다.
소설의 요소가 배치될 때 그게 전체적인 만듬새에 적절히 기여하는지, 그리고 다른 재료들과 이질적이지 않게 잘 걸맞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똑 같은 재료(소재)를 두고 소설을 써도 결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소설은 달라지기에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 우리는 그 조합과 배치를 전략적으로 해야한다.
9편 강을 건너는 이야기를 써라.
숲을 지나 강을 건너야 우리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강이 그냥 그 과정에 지나지 않더라도그것을 무시하지 말고 우리가 목적지에 닿기 위해 몸을 적셔가며 강을 건너는 이야기도 함께 써야한다.
목표로 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까지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해야한다.
사족 : 때로는 그 분위기 자체가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암시하기도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주인공이 만나는 여러 사건과 스산한 풍경들은 그 자체가 소설을 만든다. 주인공의 사건이 아닌 주위 의 이야기는 마치 동양화의 여백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데 스낵컬쳐가 주가되는 자극적인 최근의 글쓰기에서는 이런 여백을 즐길수 있는 독자의 수도 줄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과정이 중요한 것은 소설의 핵심이 구체성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고상하지 않기 때문에 소설 똥한 고상하지 않다. 흙을 묻혀가며 배추를 뽑고, 김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고춧가루를 손에 묻혀야 한다. 압축과 비약을 통해 결론으로 넘어가려는 의도에 스스로 저항해야한다.
우리의 삶에는 압축과 비약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소설은 바로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첫댓글 강을 건너기 전에 왜그렇게 사설이 길어지는지 플롯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것이겠죠. 이번 글도 곱씹으며 숙지하려 합니다. 발제문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