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 무더위가 끈질기게 이어질 때도 옛날 생각을 하며 버텼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인 올 여름 1994년 기록을 경신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달을 시달리자 몸도 기력을 다했는지 열흘 전엔 몸살에 걸려 며칠 앓았다.
올 여름 폭염은 우리나라나 동아시아만의 현상이 아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연일 40도를 훌쩍 넘었고 여름에도 선풍기가 필요없다는 북유럽의 스웨덴조차 최고온도가 35도에 이르렀고 대형 산불까지 나서 11월이나 돼야 완전히 진화될 것이라고 한다. 북미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올 여름 더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1994년 여름처럼 ‘역대급 더위’로 기억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고통스러운 여름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될 거라는 말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지구온난화가 점점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2031~2080년 사이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 폭염에 의한 추가 사망자 수를 1971~2020년 사이에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와 비교한 지도. 수치의 단위는 %다. 붉은색일수록 추가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한반도는 약 2.7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 사진 제공 플로스 메디슨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지구의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인 1850년에서 2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런데 지난 150여 년 동안 인류가 화석연료를 흥청망청 쓴 결과 지구 온도는 이미 1도가 오른 상태다. 이제 1도의 여유밖에 없다는 뜻이다.
과연 인류는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전방위적 노력으로 이 선을 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너무 오만한 거 아닌가(오늘날 지구 기후 변화가 인류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과대평가하므로)’ 또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도 나오겠지’라며 일단 쓰고 보는 행태를 계속할 것인가.
온실가스 농도 증가 등으로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들리고 있다.-Flickr 제공
갈림길에 선 인류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 8월 14일자에는 인류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수십 년 이내에 지구가 ‘핫하우스(hothouse)’로 바뀌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보통 핫하우스는 ‘온실’로 번역되지만, 온실가스의 온실과 혼동될 수 있어 그냥 영어음으로 쓴다.
'그린하우스(greenhouse)'와 '핫하우스(hothouse)'는 혼용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자는 유리나 플라스틱 필름으로 감싼 공간을 태양의 복사에너지만으로 따뜻하게 하는 온실이고 후자는 추가로 난방을 해서 온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온실이다.
‘핫하우스 지구’는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기온이 5도 이상 더 높은 상태로 극지방의 얼음이 거의 다 녹아 해수면이 수십 미터는 더 높아진 상태다. 지질시대로 비유하면 1500만 년 전 마이오세의 지구로 돌아가는 셈이다.
반면 인류가 합심해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의 2도 이내로 유지한다면 지구는 안정화된 길에 들어서게 된다. 즉 한동안 지금 이상의 기상이변이 속출하겠지만 파국은 일어나지 않는 ‘안정화된 지구’다. 인류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정신을 차리냐 못 차리냐에 따라 지구 같은 거대한 시스템에서 이런 극적인 차이가 발생한다는 게 말이 될까.
1만 년 이래 가장 더워
먼저 지구의 역사를 잠깐 뒤돌아보자. 약 258만 년 전 제4기 플라이스토세가 시작되며 지구는 빙하기에 접어들었고 120만 년 전부터는 대략 10만 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이어지고 있다. 1만1700년 전 시작한 홀로세는 간빙기로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논문에서는 산업화 이후를 아직 지질학계의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한 ‘인류세’로 쓰고 있다.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거 120만 년 동안 약 10만 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체됐다(왼쪽 아래). 그런데 간빙기인 홀로세가 1만 년 넘게 지속된 시점에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산업화라는 발명으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하면서 지구가 이 사이클을 벗어나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있다(오른쪽 위).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의 2도 이내로 유지할 경우는 ‘안정화된 지구’의 경로를 밟지만 그 값을 넘을 경우 ‘핫하우스 지구’의 길을 간다. 자세한 설명은 본문 참조. -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논문에는 빙하기와 간빙기 주기를 보여주는 2차원 그래프가 있다. 가로축은 해수면이고 세로축은 온도다. 좌표 삼사분면에 보이는 타원형이 10만 년 주기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나타내는 그래프로, 온도와 해수면이 올라간 오른쪽 위 영역이 간빙기다. 가로축과 세로축이 만나는 중심이 산업화 이전, 즉 1850년 지구의 위치다(A).
지난 150년 동안 화석연료를 펑펑 쓴 대가로 현재 지구는 평균온도가 1도 오르고 해수면이 약간 상승한 위치에 와 있다(B). 이 정도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지난 120만 년 사이 있었던 간빙기 가운데 가장 따뜻했던 엠 간빙기(13만~11만5000년 전) 수준이다.
여기서 추가 온도 상승폭을 1도 이내로 유지하면 지구는 안정화된 길을 걸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수만 년 뒤에는 다시 빙하기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데 실패해 이번 세기 이내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면 지구는 수십~수백 년 사이에 제3기 플라이오세(533만 년~250만 년 전)과 마이오세(2300만 년~533만 년 전)의 상태를 지나며(C와 D) 핫하우스가 된다.
그렇다면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의 2도 이내로 유지하느냐 여부가 이 갈림길에서 지구가 갈 길을 결정한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불확실하다”며 “다만 2도가 넘어서면 도미노 같은 연쇄반응이 일어나 지구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도미노 현상으로 파국 초래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지구 온도 상승이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을 세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산업화 이전보다 1~3도 높아졌을 때 상황으로, 현재 일어나는 일이 포함돼 있다. 즉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고 여름에 북극에 해빙이 사라진다. 또 남극 서쪽의 빙하도 녹고 있다. 또 해수 온도 상승으로 호주 대보초를 비롯해 산호초가 파괴된다.
다음으로 지구 온도가 3~5도 높아지면 엘리뇨가 심해지면서 아마존 숲과 북미 한대림이 크게 손상된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여름 우기도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다. 최종적으로 지구 온도가 5도 이상 높아지면 북극에는 여름에도 바닷물이 얼지 않고 최후의 보루인 남극 동쪽 빙하도 녹아내려 해수면이 수십 미터나 높아지게 된다.
북극 스발바르 군도의 딕슨피오르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얼음이 녹은 물이 흙탕물처럼 흐른다. - 과학동아 제공
물론 지구는 ‘불과’ 수천만 년 전 이런 환경이었고 그럼에도 수많은 생물이 번성했다. 따라서 적응하는 종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를 꼭 파국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게 아닐까.
문제는 속도다. 예전에는 수백만~수천만 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이 불과 수십~수백 년 사이에 일어나면 급격한 변화에 맞춰 진화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생물 대다수가 멸종할 것이다. 사람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농작물이 이런 격변을 견디지 못해 수확량이 급감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국내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강원지역으로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제공
200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극심한 가뭄, 농약 저항성 병해충의 창궐로 농업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폭염으로 호주에 이어 러시아까지 밀농사를 망쳐 밀 가격이 30%나 올랐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과일과 채소 출하가 줄면서 값이 크게 올랐다.
사실 농작물은 인류가 지난 홀로세 1만여 년 동안 세심한 손길로 선별한 식물들이라 환경변화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지구 온도가 불과 1도 올라간 상태에서도 이 정도인데 5도가 더 높아지면 어떻게 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것이다. 결국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면 많은 인구가 굶주림에 허덕이던 산업화 이전 사회가 재현될 것이다.
한편 해수면 상승 역시 인류의 삶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다. ‘핫하우스 지구’에서는 오늘날 바다나 큰 강을 끼고 있는 도시 대다수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갈림길에서 ‘안정화된 지구’로 가는 길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라는 구슬은 어디로 굴러갈까. 간빙기인 홀로세의 옴폭 들어간 길을 따라 내려오던(시간 경과) 지구는 인류의 산업화로 옆길로 새기 시작해 오늘날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인류가 지구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안정화된 지구’로 갈 수 있지만 지금처럼 흥청망청 산다면 ‘핫하우스 지구’를 향한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다. 일단 이 길로 들어서면 워낙 가팔라 인류의 힘으로는 되돌릴 수 없다. -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것으로는 부족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지난 파리기후협약에서 여러 나라들은 상당한 수준의 감축을 약속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2030년에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는 건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적극적인 행동을 할 때라고 덧붙였다. 즉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신재생에너지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린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과연 인류가 이를 실천할 의지가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도 없는 것 같다’는 씁쓸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세계 2위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은 뻔뻔하게도 협약에서 탈퇴했고 압도적인 세계 1위인 중국(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26%를 차지한다!)은 사람들이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열망을 충족하느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늘고 있다. 그 결과 2014~2016년 3년 동안 정체된 지구촌의 화석연료 유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7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전년 대비 2% 늘어났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체됐다고 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정체되는 건 아니다. 2016년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에 비해 2.1% 감소한했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에 비해 3ppm이나 늘어난 402.8ppm으로 400ppm을 돌파했다. 산업화 이전 280ppm에 비하면 44%나 늘어난 수치다. 논문에서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
인구로는 세계 27위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는 7위인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억7970만 톤으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지난 10년 사이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4.6% 늘었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배출량이 평균 8.7%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역주행’이다.
세계 화석연료 유래 이산화탄소 발생량 변화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2004년에서 2013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2.3% 증가율을 보이다가 2014년부터 3년 동안 정체됐지만(파란 선) 2017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전년 대비 2% 는 것으로 보인다(빨간 선). 우리나라 역시 2017년 2.2% 늘었다. - 이스트앵글리아대 제공
올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가 받쳐주지 못한 상태에서 탈원전만 신경을 쓰다 보니 화력발전의 비중이 오히려 더 커져 온실가스 감축은 딴 나라 얘기가 됐다. 에너지 수요가 낮은 봄철엔 원전가동률을 50%대로 낮춰 ‘대응하고’, 일일 최대전력수요 기록을 수차례 갈아치운 여름에는 발전소를 총동원하다 보니 천연가스와 석탄을 엄청나게 수입해 태우고 있다. 사람들도 에너지 절약에는 대체로 무관심해 카페에 들어가 10분만 앉아있으면 추위로 팔뚝을 감싸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공감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명언이다. 우리가 빚을 내가며 누리고 있는 쾌적한 삶에 대한 대가를 후손들이(어쩌면 노년의 우리도) 치러야 할 것이다. 핫하우스 지구를 향한 길로 접어든다면 지금의 기상이변은 비교도 안 될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진짜 빚이라면 ‘상속포기’라는 제도로 자녀들은 부모의 빚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핫하우스 지구’를 상속하는 건 포기할 권리도 없으니 참 딱한 노릇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사람뿐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눈에 보이는 다세포 생물)에 적용되는 자연법칙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 생각이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 말을 더 절감할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조로증(早老症)에 해당하는 10~15년에 생로병사가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어나 늙어 병들어 죽는 게 정말 모든 다세포 동물의 운명일까.
노화에 관련된 논문을 보면 생로병사 법칙의 예외로 늘 거론되는 동물이 있다. 바로 히드라다. 민물에 사는 자포동물인 히드라는 물속의 나무줄기나 풀잎에 붙어있는데 유심히 봐야 보일 정도로 작다(1cm 미만). 필자도 초등학생 때 논두렁에서 히드라 채집을 하던 기억이 난다.
히드라는 몸구조도 무척 단순한데, 부착력이 있는 말단이 있는 길쭉한 몸통에 촉수가 몇 개 달려있고 입과 항문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구멍이 하나 있다. 또 외배엽과 내배엽에서 유래한 세포들 몇 종류만 있을 뿐이다(발생과정에서 중배엽이 형성되지 않는다). 뇌도 없는 이런 하등동물이 늙지 않는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8년에 걸쳐 2256개체 관찰
12월 7일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 사이트에 미리 공개된 논문에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 퍼모나대 연구진들은 8년에 걸친 관찰을 통해 히드라가 정말로 늙지 않는 것 같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각종 동식물의 노화와 수명 연구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믿을만한 결과가 아니었다. 자연상태에서 동식물의 노화상태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관찰한 개체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데이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히드라가 늙지 않는다는 주장이 널리 인용되어 온 건 1998년 학술지 ‘실험 노인학’에 발표된 한 논문 때문이다. 미국 퍼모나대 생물학과 대니얼 마르티네즈 교수는 히드라 145개체를 4년 동안 관찰한 결과 노화의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사망률과 생식력을 통해 노화 정도를 가늠한다. 즉 노화가 진행될수록 사망률이 올라가고 생식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4년 동안 히드라를 관찰한 결과 사망률도 별 차이가 없었고 생식력(주로 무성생식인 발아를 통해 번식한다)도 유지됐다는 것.
10여 년 전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연구자들은 마르티네즈 교수와 공동으로 좀 더 오랜 시간에 걸쳐 더 많은 개체수를 관찰해 히드라가 정말 늙지 않는지 확증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이들은 히드라 두 종 2256개체를 2925일 동안 관찰하며 사망률과 생식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독일에서 실험한 히드라는 이미 서른세 살이었고 미국에서 실험한 히드라는 유성생식으로 알에서 깨어난 새끼로 시작했다. 8년에 걸친 기록을 분석한 결과 히드라는 정말 늙지 않는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먼저 연간사망률을 보면 평균 0.006으로 167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죽는 꼴이다. 8년 동안 사망률에 큰 변동이 없었을 뿐 아니라 서른세 살에 실험에 ‘참여한’ 히드라와 갓 태어나 참여한 히드라 사이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 생식력 역시 개체에서는 8년 동안 큰 차이가 없었는데 다만 사육조건에 따라서는 차이가 컸다. 즉 먹이를 조금씩 준 독일에서는 발아 횟수가 한 달에 1회가 안 됐지만 넉넉하게 준 미국에서는 2~4회 발아를 했다. 그렇다면 히드라는 어떻게 늙지 않게 진화할 수 있었을까.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