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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가을 산에 펼쳐진 울긋불긋한 단풍의 향연.. 그 아름다움에 취하면 세월가는 줄 모른다.
온통 마음이 단풍에 꽃혀 있으니..
단풍에 채색된 가을 산은 내가 보지 않아도 그대로 있다.
그런 단풍 산을 내 의지로 멸할 수 있을까?
없다.
단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보는 자나 향기를 맡는 자 걷고 있는 자를 여기서 멸한다는 것은..
장님이 되거나 죽는 게 된다.
물론 마하리쉬님은 6식을 자의지로 조절할 수 있으면.. 무엇을 보고 듣던 그것에 완전히 빠지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그런 자리에 오른 분은 인류의 스승으로 만인에게 존경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그렇다 하여 그런 상태에서 완전한 열반이 가능한가?.
강물에 흘러들어오는 지류를 놔두고 강물을 다 퍼낼 수 있느냐 말이다.
그런 모습은 석가의 수행 시절을 떠올리게 하니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고의 명상 상태에 도달했지만 고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니..
고행을 하여 고행의 끝에 도달했음에도 슬금슬금 생겨나는 고통이 있음이 있어
6년이나 목숨을 건 고행을 했으나 역시 고통이 스며들기에..
생명을 끊어야만 완전한 열반에 이를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해..
고행림 옆에 있던 강물에 들어가 마지막으로 몸을 깨끗이 하는 순간 새로운 깨달음이 생겼다는 것이 아닌가.
예를 들면
강물을 완전히 퍼 내려면 먼저 지류를 막아야만 하는데.. 만일
지류가 실재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그처럼 6근6경으로 알고 있는 게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석가가 고행림을 떠난 원인은 3사화합촉에 있는 6근6경으로 알고 있는 게 실재 존재인지에 대한 의심이었고..
보리수 아래에 앉아 자신의 6근6경이 12처로 마음에서 생긴 것임을 깨달았다. 하여
마음에 생기는 12처를 수행으로 멸해 깨치니..
이윽고 살아서 완전히 괴로움이 멸한 열반 상태인
부처를 성취한 것이다.().
초전법륜에서 다섯 사문이 처음으로 12처가 심연생임을 전하자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계속된 부처님 설법을 듣고.. 그들이 12처가 심연생임을 깨닫자
부처님께서는 "여기에 여섯 아라한이 있다"고 하신 것이다.
불자 수행자는 네 단계를 거쳐 아라한에 이른다 하였는데..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과 아라한이 그것.
수다원이란 닦아야 할 6근6경이 12처로 마음에서 생긴 것임을 처음 이해한 단계요,
사다함과 아나함은 존재인 6근6경의 감각활동을 마음인 12처의 접촉으로 분명히 인지하고 그것을 멸하는 과정이고,
아라한은 일체 감각작용이 마음 작용임을 완전히 깨달은 상태로 설명한다.
그와같은 내 단계 설정은 처음부터 설한 게 아닌 차차 세분화 된 것으로..
다섯 사문을 아라한이라 하였는데.. 그 수준은 아라한 첫 단계인 수다원으로..
이제까지 6근6경 존재로 알고 있던 나와 세계가 실은 12처인 마음에서 생긴 것임을 이해한 단계이니..
수다원이라 함은 결코 쉽게 이를 수 없는 것으로 알지만 어찌 보면 아하! 하는 순간 이룰 수 있는 단계로 보인다.
이렇듯 불교 수행자인 수다원이라 함은
6근6경과 다른 심연생인 12처가 있음을 듣고.. 그것을 스스로 밝히려 수행이다.
사다함과 아나함은 수행의 깨달음이 점점 더 깊어진 상태요,
아라한은 12처가 심연생임을 완전히 깨달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깨친 상태에 이른 자로
부처님과 같은 경지다.
그런 눈으로 보면
초전법륜에서 다섯 사문이 도달한 경계는 아라한이 아닌 수다원이나 아나함 사이의 단계로 보아야 하는데..
"여기에 여섯 아라한이 있다"고 한 것은 당신들도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분명히 실어주려하신 게 아닐까..
우리가 항상 합송하는 <천수경>에
오랜 세월 쌓인 죄업 한 생각에 없어지니.. 마른 풀이 타버리듯 남김없이 사라지네.
죄의 자성 본래 없어 마음따라 일어나니.. 마음이 사라지면 죄도함께 사라지네.
모든 죄가 없어지고 마음조차 사라지면.. 죄와 마음 공해지면 진실한 참회라네.
"마음이 사라지면 죄도 함께 사라지네."
죄란 무지와 탐욕이 주인이 되어 행한 짓에 대한 업보..
만일 업보가 존재라면.. 반드시 댓가를 치루어야만 멸해진다. 죄인이 수감되어 죄값을 치루듯..
그러나 업과 업보는 존재가 아닌 무명에서 생긴 것으로 무명을 벗어나면..
업이나 업보도 마음 수행으로 멸할 수 있다.
그런데 사라진 업보는 어디서 사라진 것인가?.
마음에서 사라진 것이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밀양"이란 영화에서 살인자가 "나는 죄 사함을 하나님[마음]께 받았습니다" 하는 것은
마음에서 사함을 받은 것이지 존재하는 사회에서 받은 게 아니다.
더군다나 살인을 당한 자의 엄마에게 사함은 오로지 엄마 자신의 마음에서 사함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
그러니 석가 수행자는 안식 뿐 아니라 안과 색 역시 마음에서 생긴 것을 발견하고..
마음에 생긴 안입처와 색입처를 멸해 자신과 세계의 본 자리를 깨쳐 부처를 증득했다.
그런데 반복하지만 부처를 증득했다 하여 안근과 색경을 포함한 6근6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2처가 사라진 것이다.
6근6경을 포함한 물질 존재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 하여 사라지지 않고 유전할 뿐이듯,
마음 또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따라 유전할 뿐 사라지지 않고 유전한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마음이란 본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천수경>에 나오는 '사라지는 마음'은 마음이라 이름할 수도 없는 '본래 마음'이 아니고,
대상인 6외처에 의해 일어난 마음으로
무명이라 이름지어진 마음인 것이다.
석가모니 정통 맥을 이어온다고 자부하는 상좌부에서 심연생은 12처가 아닌 6식 뿐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교는 사실을 중요시 한다.
12처가 심연생이라 배우면.. 그것을 자기에 의지하고 법에 의지해 수행해 12처가 심연생임을 분명히 깨쳐야만 한다는 것.
그런데 불멸 후 시간이 흘러가면서.. 게으름없는 수행 정진으로 불자에게 존경을 받으며 아라한이라 불리는 상좌가 되었는데..
상좌라 불리지만 12처 멸이 안되었음을 스스로 보고 있다.
멸해지지 않는 12처라면 그것은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12처는 6근6경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불교 지도자인 상좌들이 늘어났다.
상좌부에서 대중부가 갈라져 나온 이유는 계율 해석의 차이라고 하는데
대중부에서는 상좌들이 상좌가 아니기 때문이라 한다.
후자 경우라면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중부는 후에 대승부인 대승불교가 되어 일체유심조를 강조한다.
새삼 강조하지만 석가 수행자가 멸한 것은
마음에 일어난 안처와 색처이지
감각기관인 안근이나 외부에 존재하는 색경이 아니다.
맺힌 상은 색경이 안근과 만나는 것은 망막에 맺힌 상은 사진에 찍힌 것처럼 일뿐이고..
뉴런이라 신경 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될 때 생긴 상은 안근과 색경이 만나 생긴 상이 아닌..
마음에서 보는 자[안처]와 보이는 자[색처]가 만나면.. 그것을 알아 채려는 경험인 안식이 접촉한다.
라고 설명하면..
석가세존이 가르치는 3사화합을 바르게 이해한 게 된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안근 색경인 6근6경과 안처와 색처인 12처는 전혀 다른 것으로..
6근6경은 일반인이 아는 존재적인 일상 언어이고,
12처는 마음 법으로 석가세존이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고안한 특별한 언어임을 이해한 게 된다.
하루는 샤워를 하고 몸을 닦으려 걸이에 걸려있는 타월을 찾는데 타월이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두리번거리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타월을 마침내 보았다.
왜 몇 번씩이나 걸이는 물론 바닥을 보았지만 타월이 거기에 있는 것을 보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니..
바닥에 떨어진 타월 색깔이 갈색인데 나는 타월 색을 연한 파란색으로 생각했고,
바닥 색깔이 짙은 갈색으로 연한 갈색 타월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았다.
하여 눈으로 타월을 보면서도 그것이 타월인지.. 거기에 타월이 있는지.. 보이지 않고 지나친 것이었다.
만일 보는 작업이 안근[눈]과 색경일 뿐이라면..
눈[안근]은 타월[색경]을 보자마자 알아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타월을 잘 알아볼 수 없는 조건이.. 옷 걸이가 아닌 바닥, 칼라가 파란색이 아닌 갈색.. 작용하고 있었으므로
바닥에 떨어진 타월을 보았지만 근방 인식까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해서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내 눈이 바깥에 있는 대상을 본다 하지 않고..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은 뇌 안에 들어와 만나고, 만남이 일어나면 그것을 분별하여 알아 볼 수 있는 경험인 안식이 생기는데..
그때 보는 자는 안근이 아닌 안입처라 하고, 보이는 것은 색경이라 하지 않고 색입처라 하며..
입처는 마음에 생겨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안입처와 색입처가 마음에서 만나면 그것을 알아보는 안식이 생겨..
그 셋이 결합하면 본 것에 대한 느낌이 일어나는 것이다.
안입처와 색입처를 마음에 생긴 것이라 하여 그것은 안근이나 색경과 다른 것으로 설명하는 <경>이 있는가?.
<잡. 197. 시현경>을 보면..
"비구들아, 일체(一切)가 불타고 있다. 일체가 불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안(眼)이 불타고 있고, 색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또한 불타고 있다.
이·비·설·신도 마찬가지이며, 이와 같이
의[뜻]도 불타고 있고, 법과 의식과 의촉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 즉 괴로운 느낌·즐거운 느낌·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또한 불타고 있다.
무엇에 의해 불타고 있는가? 탐욕의 불로 불타고 있고, 성냄의 불로 불타고 있으며, 어리석음의 불로 불타고 있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의 불로 불타고 있느니라."
탐욕으로 눈[안]이 불타고, 색이, 안식이.. 모두 불타고 있다고 한다.
탐욕은 존재하는 물질이 아닌 마음에 생긴 것으로 물질인 안근이나 색경을 태울 수 없다.
탐욕이 태울 수 있는 것은 이라면 모두 마음에서 생긴 안이나 색일 터인데.. 그것을 안입처, 색입처라고 하니
12입처는 마음에서 생긴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잡아함경>을 보면..
12입처[12처]를 마음이 아닌 물질인 존재로 설명하는 곳이 나온다.
하여 12처는 마음에서만 생긴 것이 아니라 6근6경과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장은 12처는 본래 마음을 연해 생긴 것이기에 6근6경과 달리 이름을 새로 만들어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많은 제자들이 12처를 6근6경을 넘어선 것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방편으로 12처를 마음 뿐 아니라 기성에서 설명하는 존재로 이해하는 것을 인정했다고 본다.
<잡. 239. 결경>을 보면..
239. 결경(結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결박되는 법과 결박하는 법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결박되는 법인가? 안과 색·이와 성·비와 향·설과 미·신과 촉·의와 법이니, 이것을 결박되는 법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결박하는 법인가? 욕망과 탐욕을 말하는 것이니 , 이것을 결박하는 법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내용은 욕망과 탐욕[욕탐]에 결박된 안과 색이 있다고 할 때 안과 색은..
안근이나 색경이 아닌.
욕탐이람 마음에 결박된 안입처요 색입처인 것이다.
위 두 경만 깊이 새겨 보아도..
12처는 6근6경과 달리 마음을 연해 생긴 법임이 이해될 것이다.
물론 12처를 6근6경으로 이해해도 아라한이 되기 전이라면 심각하게 문제가 안될 수 있다.
그 말은 대승불교에 나오는 보살은 12처를 심연생이 아닌 6근6경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다는 게 된다.
다만 완전한 구경열반인 부처님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면..
12처는 마음을 연해 생긴 것임을 깨달아야만 한다.
왜냐고?
12처가 물질인 존재라면.. 지금 여기서 물질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질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무상한 변화가 있을 뿐 멸하지 않는 것으로 알기에..
그러니 지금 여기서 괴로움을 완전히 멸하려면 그 괴로움은 물질 존재가 아닌 마음에 생긴 것이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12처는 마음을 연해 생긴 심연생" 이라는 건 잘못된 주장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만일 더 많은 이들이 12처는 심연생임을 이해하고 함께 했더라면..
대승불교의 일체유심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명료해 지는가.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있다.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것은
석가모니 잘못이 아니라..
12처를 마음 법이 아닌 존재로 잘못 이해하고 전한 상좌와 대승 법사들의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