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골이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던 '귀천'의 시인 천상병을 기리는 산길과 공원이 있는 곳이다. 시인은 생전에 "수락산정으로 가는 등산행객 / 막무가네로 가고 또 간다"고 했다. 시인이 떠난 뒤 산정을 향해 꾸역꾸역 몰려드는 인파는 더욱 많아졌다.
징검다리를 건너선다. 옛 모습이 아니다. 노원골 유아숲 체험원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수락산 순환산책로 1구간(노원골~상원중, 0.77km)과 맞닿아 있다. 서울둘레길은 사이사이로 길을 찾아 올라서다 보니 낯익은 배바위와 고래바위가 반갑다.
거인발자국 바위를 지나면서 몸도 마음도 지칠 때 쯤 전망대인 둘레길 쉼터에 올라서니 발아래 펼쳐지는 조망이 그저 감탄사가 절로난다.
다시 거친 둘레길을 따라 채석장 전망대에 오른다. 수락산 채석장 자리를 복원한 깍아지른 벼랑 위 전망대에 서니 불암산에서 망우산, 용마산과 아차산 그리고 남산 등 서울을 둘러쌓고 있는 먼 산들까지 시야가 트이는 곳이다.
전망대 아래 펼쳐지는 빽빽한 아파트 숲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잠시 시선을 멈추게 한다.
늘 길동무들을 유혹하던 슬랩구간이다. 겁이 많은 나이어서 인지 두 길동무는 오를 생각이 없나 보다.
사색의 숲에서 도시락을 비우고 당고개공원 갈림길에서 2코스 덕릉고개 코스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