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추억
백 덕임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곱게 보낸 곳은
만경강과 동진강이 어우러져 흐르는 전라북도
김제이다. 김제평야는 아름다운 지평선으로 유명하다. 하늘과 땅이 빚어내는 풍광과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 기름진 곳. 해마다 봄이 오면 풋풋한 청보리가 익어가고 가을에는 지평선 축제를 여는 광활한 곡창지대인데 그립던 고향은 어느새 내 가슴에 들어와 오래도록 각인되며 여유가 있을 때면 고향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그리움과 설렘을 달래었다.
정든 고향, 고향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가족이 생각나고 친구가 보고 싶고 가곡의 노래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그리움과 추억 때문이리라.
내 고향 남촌에는 지금쯤 청보리가 봄바람에 춤을 추고 종달새는 지지배배 노래하며 연초록 봄빛에 논밭 두렁의 작은 들꽃들은 오손도손 정답게 향기를 품어내며 살아가고 있겠다
내가 살던 동네는 70여 가구가 살았는데 몇 가구만 윤택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대부분은 근근이 어렵게 살아갔다. 지금은 문명이 발달하고 물질만능주의여서 아이들은 장난감도 넘쳐나고 잘 먹고 잘 입어 부족함이 없이 풍족하게 지내고 있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새 옷 한 벌이라도 얻어 입고 새 검정 고무신 한 켤레를 얻어 신으려면 명절 때나 되어야 새 옷을 얻어 입고 새 신발을 신어 볼 수 있었다. 장난감과 놀이 시설이 없어 주로 땅에
사금파리로 금을 그어 놀기도 하고 두 팀으로 나누어 승부를 가리는 게임들을 하며 놀았다.
자주 친구들과 뒷동산에 올라 편을 갈라
두 묘를 오가며 잡아당기는 놀이에 신이 나서
두 묘는 잔디가 돋아날 새 없이 반들반들 하였다.
그때는 누워계시는 두 분께 미안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시끄러워도 심심하지는 않으셨을 거라 생각이 든다.
놀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삐비를 뽑아 먹고
찔레 순을 꺾어 먹다 곡식을 심어 놓은 밭을
밟는다고 주인아주머니께 야단도 많이 맞았다.
그때 그 시절은 가난이 서글프고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것이 부모의 잘못인 양 부모님을
원망했었지만 나이 들어 중년이 되고 보니
그 시절 가난이 글을 쓰는 나에게 좋은 밑천이 될 거라 미쳐 생각 못 했다.
고운 봄 햇살이 설렘으로 쏟아지는 봄이면
잊혔던 고향이 더욱 그리워지고 어린 시절 친구들이 보고 싶고 그립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안식처다. 하굣길에 책보를 허리춤에 묶고 청보리 대 튼실한 것으로 뽑아 보리피리 입에 물고 삐리리 소리 내며 친구들과 보리밭 사잇길을 뛰어다닐 때 빈 도시락 안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힘들다며 달그락달그락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뛰놀다 힘들면 햇살에 반짝이는 개울가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치고 고무신으로 송사리도 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세대에 추억으로 간직할 일이지만 요즘을 살아가는 신세대 아이들은 아무런 감성도 모른 채 오락과 폭력게임 등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빠져 안타깝게 느껴진다.
많은 세월이 흘러 반백이 되었지만
그리운 고향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봄날 봄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가고파' 가곡을 부르며 고향을 그려본다.
아, 산너머 남촌에서 동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현주소:충남 보령시 주공로 65 명천주공3차@309동1104호
*폰번호:010 6478 4002
이메일:bdi4002@hanmail.net
ㅡ프로필ㅡ
*2017년 시 부문 등단
*시조. 수필. 동시. 소설등단. 작사가.시낭송가
*글로벌문예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글로벌문예대학 나뭇잎예술학과장 겸 교수
*세계최초 여성 나뭇잎예술작가
*재너럴타임즈 신문기자 1,2,3,4기(현)
*(사)한국문협 보령지부 사무국장(현)
*청소년신문 전국 백일장대회
경기도지사상 산문 대상(2022)
*보령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금상(2022)
*순수우리말 시 공모 최우수상(2023)
ㅡ개인저서ㅡ
제1시집:그리움 울물 속 사랑을 건지다
제2시집:삶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제3시집:아버지와 워낭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