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완료후 버스안에서 물었습니다.
'다시 오실분계신가요?'
이구동성으로 우리회원들이 답합니다.
'아니요!'
후지산을 한 번도 오르지 못하면 바보, 두 번 오르면 또한 바보(富士山に一度も登らぬ馬鹿、二度登る馬鹿),라는 일본속담을 실감합니다.
매년 한번씩 산방회원들을 인솔해 나가는 해외산행이 코로나로 중단되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어디를 갈까 고민끝에 작년말에 후지산을 결정하였지만 그 역시 고산이라 성취가 큰만큼 도전정신도 있어야 했습니다.
책임있는 여행사의 선정과 적절한 비용도 고려되어야 하고, 가능한 모든회원들이 정상에 접근하기 쉬운코스와 산장확보도 숙제였습니다.
1년중 2달만 오를수있는데 그것도 여름철에만 가능하니 태풍의 변수도 감안해야해서 늘 기상을 체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처음계획했던 8/23일은 우리가 원하는 코스와 산장을 확보하는데 실패해서 부득이 날짜변경을 통해 겨우확보할수 있었습니다.
단체의 산장확보는 거의 전쟁수준이었습니다.
여행사도 이번에는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날짜변경, 환율에 따른 경비 인상여부, 전문가이드의 출발부터 동행, 30명이 안되는 조건등 애로 사항이 발생하였으나 여행사를하는 친구와 일처리가 빠른 총무를 맡은 회장님의 신속대처로 잘해결하고 김해공항을 출발 하네다로 가는 비행기에서 후지산을 보면서 설레임이 일어납니다.
후지산 5합목에서 펼쳐진 크다란 기념현수막은 산행시작의 설레임이 더욱커져갑니다.
힘찬 걸음이 시작되었고 자갈길 돌길을 걸어가며 후지산 적응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7합목 산장에서 맞이하는 저녁의 실루엣은 일찍 자야하는 산객들을 잠못들게 합니다.
잠들었다했는데 어느새 깨어있고 뒤척이기를 반복할때쯤 부산한 소리에 누구나 할것없이 깨어납니다.
밤의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헤드렌턴하나에 앞길을 밝히고 그 불빛들이 길이되고 줄이되어 하염없이 오르기를 시작합니다.
고산증세가 나타나는느낌에 최대한 속도를 줄이고 쉬어가는 횟수를 늘여갑니다.
하늘은 별들이 쏟아지고 저멀리 도시들이 연무속에 갇혀 불빛을 아스라히 남겨줍니다.
여명이 밝아 올때쯤이면 9.5합목을 지납니다.
일출의 시간이 다가오고 정상에서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힐때쯤 10합목 신사주변에서 각자 자리를 잡는 회원들과 산객들이 보입니다.
환호로 맞이하는 일출의 감동에도 정상이 자꾸 눈앞에 아롱거립니다.
정상앞에는 끝없는 줄이 있고 그줄에서 기다리다가는 오늘안에는 돌아갈수 없을것 같습니다.
무작정 줄을 지나 올라가 뒤에서 멀찌감치 정상석을 배경으로 찍고는 하산합니다.
하산길 바위는 속도를 늦추게하고 자갈은 미끄러지게 하기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내려가는길은 즐겁습니다.
'스미마생'과함께 추월도 하고 신나게 내려가는중 8합목에 다가 가는데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립니다.
여권과 지갑이든 가방이 없다는......
휴화산인 후지산이 폭발할수 있듯이 불발탄은 언젠가는 폭발할수 있다는걸 보여줍니다.
특히 여권분실후 일어날 많은 일들이 생각나면서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가이드님께는 시간내에 안내려오면 일행은 무조건 정상일정대로 움직여 달라고 부탁하고 리턴합니다. 정상을 하루에 두번?
다행이 예상한곳인 정상분화구옆에서 찾아 돌아내려오는데 예정시간에 하산이 가능할수 있게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이드가 중간에 기다리고 있는 바람에 먼저 내려올수없어 지체하다보니 조금늦게되었습니다.
온천탕에 몸을 담구고 나니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기상도 완벽하고 모두 무사히 하산완료했다는 실감이 납니다.
전날 등산객한분이 실족사했다는 뉴스도 있었고 매년 여러명의 사망사고도 있었기에 긴장감이 많았었습니다.
돌아오는길이 막히고 가방을 행방불명시키는 일도 있었고 누군가 노래부르는 동키호테는 사라졌지만 저녁에 모두모여서 왁자지껄 생파까지 하면서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구름이 몽실몽실한 하늘을 여유있게 날라 김해공항에 내렸지만 아쉬움에 단체 사진을 한번더 남깁니다.
행운이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하니 날씨를 비롯해 웃음이 끊임없는 즐거운 동행이 되었습니다.
이 기분으로 다음에는 어느해외산을 가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