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무량수경』 찬술 의의
『관무량수경』은 (이후 『관경』)은 불교의 무량한 청정세계를 구현한 경전이다. 중국불교 사상가를 비롯해 당대의 선사들이 여러 주석서를 편찬할 정도로 그 숨은 가치는 지대하다.
인간은 이상적인 삶의 토대로서 정토(淨土)를 그렸다. 정토는 불토(佛土)이며, 현실의 질곡을 딛고 내재적 초월을 통해 이르는 피안(彼岸)의 세계라 할 수 있다. 『관경』은 『아미타경』‧『무량수경』과 함께 정토삼부경에 속하면서 두 경전을 아우르는 실천 방편을 16관법에 담아 전했다. 『무량수경』은 법장비구 48서원이 구체화되고 정토삼부경의 공통적인 요소로서 극락세계의 장엄과 염불수행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설명한 경전이다. 『아미타경』은 『무량수경』의 축약본 성격을 지니며 정토수행에서 기본서이다. 두 경전은 모두 범본의 명칭이 동일해서 『아미타경』은 '소경(小經)', 『무량수경』은 '대경(大經)'이라고 불렀다.
『관경』의 찬술은 인간의 보편적 고통의 실상을 대변하는 데 의의가 있다. 빔비사라(頻婆娑羅)왕이 태자인 아사세(阿闍世)에 의해 '감옥[七重室內]'에 유폐되고, 왕비인 위제희(韋提希)마저 궁의 깊은 곳(감옥)에 유폐돼 큰 슬픔과 근심으로 고통받는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관경』은 인간의 고(苦, duḥkha)에 천착했다. 기사굴산에 머물던 석가모니 붓다는 부처님 뵙기를 간절히 원하는 위제희 앞에 나타났다. 오른편에 아난존자, 왼편에 목련존자를 데리고 나타난 석가모니 붓다는 생사가 없는 공(空)의 실체를 깨달아 '극락세계 아미타불의 거주처에 왕생할 수 있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또 '청정한 업'이 존재하는 미묘한 불토를 청정광명을 비추어 보여주며,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는 법에 대해 설했다. 위제희를 위해 깊이 사유하는 법과 바른 수행법을 설하고, 빔비사라왕 역시 '마음의 눈[心眼]'을 얻어 아나함과(阿那含果)의 경지에 이르도록 했다.
"부처님의 힘으로 청정한 국토를 곧 보는 것이 마치 밝은 거울을 들고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 저 국토의 미묘하고 즐거운 일을 보고 나면 마음이 환희에 가득 차서 무생법인을 얻게 되리라. …… 그대는 범부로 천안을 얻지 못해서 먼 곳을 비추어 볼 수 없다. 모든 부처님들은 다른 방편이 있어서 (극락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인용된 경전내용은 석가모니 붓다의 입멸 후 '탁하고 악한 세계'에서 고통받을 미래의 모든 중생과 위제희를 위해 아미타불의 극락세계를 비추어 보는 16관상을 가르쳐 주는 동기에 해당한다.
『관무량수경』은 『관경』, 『무량수불관경』, 『십육관경』이라고도 한다. 이 경은 아마타불과 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을 관(觀)하고, 극락정토 장엄함을 마음으로 관하는 총 16가지 관상방법을 설하고 있다. 크게 정토 세계를 관하는 정토관, 아미타불․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을 관하는 불신관(佛身觀, 色身觀), 정토세계의 인간관을 다루는 삼배관(三拜觀)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관경』의 핵심은 '이 마음이 곧 붓다'라는 근본적 자각에 있을 것이다. 부처님을 보는 것(觀)은 곧 부처님의 마음을 보는 행위이며, 바르게 법을 봄으로써 마음이 밝아지는 까닭에 불심(佛心, 부처님의 마음)을 이룰 수 있다. 불심은 초개인적·후인습적 발달단계로서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는 성장의 요소이고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근본적 자각의 본질을 의미한다.
"모든 부처님의 몸은 법계(法界)의 몸으로 모든 중생들의 마음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대들의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할 때 그것이 곧 부처님의 서른두 가지 모습이며, 팔십 가지의 거룩한 모습이다. 이 마음이 부처가 되는 것이며, 이 마음이 곧 부처님이다. 모든 부처님의 바르고 두루 한 지혜는 마음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오직 일심으로 생각을 한곳에 집중시켜 '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인 부처님을 생각하여 관한다."
'이 마음이 곧 부처가 되고, 이 마음이 곧 부처'라는 통찰은 선(禪)적 깨달음과 상통한다.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多陀阿伽度 阿羅訶 三藐三佛陀)' 즉 다르마의 직관적 내재화로서 삶을 직시해 집착과 경계를 여읜 상태를 말한다.
선정(禪定)에서 선(禪)은 빨리어로 '자나(jhāhna)', 산스끄리뜨어로 '디야나(dhyāhna)'에서 전환된 음(音)이라면, 정(定, samādhi)은 식(識)이 깨어있는 앎이다. 정(定)은 지(止, śamatha)로 볼 수 있고 지와 관의 상호의존성을 볼 때 관(觀)은 혜(慧)로서 즉 관상은 법에 대한 알아차림이다. 따라서 『관경』은 '지금-여기'에서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하며,"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이라는 공(空)의 통찰이 주는 지혜의 심법(心法)이다.
공(空), 가(假), 중(中)의 삼제를 갖춘 일심삼관(一心三觀)의 관점에서 볼 때, 중도적 심관(心觀)은 마음에 근본을 둔다. 『관경』은 심관을 종(宗)으로 하고 실상을 체(體)로 삼고 있다. 따라서 관상 치유의 적합성은 정신분석적 견지에서 볼 때 자아강도(ego strength)에 따라 결정되며, 『관경』 찬술을 밝히는 일은 시대를 관통한 다르마의 심리치유적 맥락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이때 아난존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경은 무슨 경이라고 이름하오며 이 법문의 요점은 어떻게 받아 간직하여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 이 경을 '극락국토 무량수불·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을 관하는 경'이라 하며, 또 업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여러 부처님 앞에 태어나게 하는 경이라 이름한다. 너는 마땅히 이 경을 받아 간직하여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 삼매를 수행하는 사람은 현재 살아 있는 몸으로도 무량수불과 두 보살을 볼 수 있느니라.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다만 무량수불의 이름과 두 보살의 이름만 들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겁 동안 지은 생사윤회의 죄를 면하게 될 것인데 하물며 부처님의 이름과 보살의 이름을 기억하고 간직함에 있어서야. 부처님을 생각하는 사람은 마땅히 알지어다. 이 사람은 사람 속의 분다리꽃(芬陀利花, 白蓮花)이며,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그 사람의 좋은 벗이 되며 마땅히 수도하는 도량에 앉아 부처님의 가문에 태어나게 될 것이니라."
위의 내용에서 보듯이 『관경』에서는 경(經)의 이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데 '극락국토 무량수불·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을 관하는 경'이라고 밝히고 있다. 세 불보살님을 관하여 궁극에 이르는 삼매(三昧, samādhi)의 경지는 업의 장애물을 완전하게 제거해 '사람 속의 분다리꽃'이라 비유된다. '지금-여기(here and now)'를 알아차림(awareness)하며 '수도하는 도량에 앉은' 몸으로 불심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이 『관경』은 부처님 세계에 왕생하는 비유를 통해 개인의 내재된 혼란과 갈등을 변형시키는 원리를 안내한다. 분석심리 관점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합일로 온전한 자기를 구현하고, 자아초월 심리의 궁극적 변형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관상의 심리치유적 원리와 적용 가능성 연구/ 황선미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상담심리전공 박사학위논문>